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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여러 명 성희롱ㆍ성추행이 가능했던 이유

한 남성이 5년간 같은 직장에서 여성 여러 명을 성희롱하고 성추행했다. 그 정도는 상당했다. 그게 어떻게 5년간이나 드러나지 않고 가능했을까?

가해자는 피해자들 중 한 명인 A씨에게 지난해 5월부터 7개월 이상 성적 언어폭력을 행사했다. '너는 밥을 잘 먹으니 섹스도 잘 하겠다' '남자랑 자야 아픈 게 낫는다' '○○ 주는 남자가 좋다' 등 저속한 표현들이었다.

강제로 손을 주무르거나 팔짱을 끼게 하고, 근무시간에도 불러내 술을 마신 후 운전했다. 불안전하게 차선을 변경하며 '네 허벅지를 보다가 운전대를 놓쳤다'는 발언도 했다. 심지어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집 앞이니 내려와라. 나오지 않으면 내가 올라가겠다'고 괴롭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퇴폐 유흥업소에도 강제로 데려가 성추행까지 했다. A씨가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A씨는 지난해 12월 17일 인천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팀에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 3월 7일 여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피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피해자가 3명 더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3월 18일에는 피해자 B씨가 2012년에 있었던 성추행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 피해자는 당시 '가해자가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온정주의적 태도로 가해자에게 정식 사과와 구두로 재발방지 약속을 듣고 사건을 공론화하지 않았다.

고등교육기관인 인천대의 성범죄 처리 방법

 5월 16일 열린 3차 징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공대위 소속 회원 70여명이 모여 징계위원들에게 ‘자정능력을 보여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5월 16일 열린 3차 징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공대위 소속 회원 70여명이 모여 징계위원들에게 ‘자정능력을 보여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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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바로 국립대학법인 인천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해자는 3급 간부 직원이었고, 피해자는 교직원과 조교 4명, 신변 보호를 위해 성폭력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학생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과 면담한 학교당국자들은 초기에는 무책임하고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가해자를 송도 캠퍼스의 교육지원팀에서 제물포 캠퍼스의 평생교육원으로 인사 발령한 것이다.

인천여성연대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2월 28일 성명서를 발표해 '제 식구 감싸기 처리'라며 직위를 해제하지 않고 인사이동 처리만 한 것에 문제제기했다. 단체들은 "심지어 인사이동한 곳이 시민들이 다니는 평생교육원이라는 것은 성폭력 문제를 안일하게 대하는 인천대의 태도"라고 꼬집은 뒤 '가해자의 직위를 즉각 해제할 것'과 '평생교육원 이용 시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학교당국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자, 인천대 구성원들은 3월 23일 '인천대 성범죄 척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를 발족했다. 공대위에는 인천대노동조합ㆍ전국대학노조 인천대지부ㆍ총동문회ㆍ총학생회ㆍ피해자모임이 참여했다.

공대위는 3월 24일 '인천대 성희롱ㆍ추행 사건 진상조사와 해결을 위한 요구서'를 총장에게 보냈다. 요구 내용은 특별 전담팀을 구성해 사건을 조속하게 조사할 것과 가해자 파면 징계였다. 이밖에 피해자 보호대책 마련과 성범죄 예방ㆍ발생 시 프로세스 마련, 학교당국의 자정 노력 표명 등도 있다.

학교당국은 4월 12일 가해자를 성범죄와 같은 비위 혐의일 경우 적용하는 직위해제 조치했다. 또한 같은 날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징계위는 4월 22일 1차를 시작으로 5월 16일 3차가 열렸다.

학교 구성원들이 공동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

공대위는 3차 징계위를 앞두고 인천대 구성원들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문제를 공유하고 징계위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 모여서 옳은 결정이 나게 피켓시위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3차 징계위가 열리는 본관 로비에는 70여 명이 모여 피켓시위에 동참했고, 다수가 공대위 쪽에 지지 문자나 메일을 보냈다.

가해자는 시종일관 본인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오히려 자신을 음해할 목적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면진술로 대체하고자 했던 피해자들은 신분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3차 징계위에 참석해 진술하겠다고 했다. 징계위는 결국 5월 26일 해임을 의결했다.

인사위원회 업무 담당 직원은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26일 해임으로 내부결재가 나서 당사자에게 통보했다. 징계처분사유서는 다음 주 교부할 예정이고, 해임 일자는 6월 1일로 모든 행정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담당 직원은 "징계대상자가 불복할 경우 징계처분사유서를 교부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대위 관계자는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처음에는 학교당국의 대처가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인천대 직원 인사규정'까지 개정하며 교육기관답게 강도 높은 대처를 했다"며 "이번 결정은 학교 구성원들이 공동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이자, 인천대의 희망을 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향후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성범죄 예방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활동을 당분간 이어갈 계획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우리의 목적은 학교의 변화다.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학교생활상담소를 인권센터로 강화해 전 방위적 인권보장기구로 개편해야 한다. 이번 사례를 포함해 직장 내 성범죄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가 인사상 불이익이나 사람들의 시선으로 고통 받는 일이 없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4월 25일 이 사건을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피해자를 불러 가해자의 혐의를 확인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인천대, #성추행 직원 해임, #공동대책위원회, #직원징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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