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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스크린도어(안전문) 수리 작업을 하던 용역 직원이 목숨을 잃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현장에 30일 시민들이 가져다놓은 추모 쪽지가 나붙었다.
 28일 스크린도어(안전문) 수리 작업을 하던 용역 직원이 목숨을 잃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현장에 30일 시민들이 가져다놓은 추모 쪽지가 나붙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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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 2016년 구의역... 이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서울지하철 2호선의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곳들이다. 세 곳 모두 지하철의 유지, 보수를 용역업체에 외주로 맡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고를 당한 세 사람은 모두 용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였다.

지난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아무개씨(19)가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는 용역업체의 직원으로 입사한 지 불과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움직임과 함께 서울메트로에서 관리하는 1~4호선에서만 비슷한 사고가 세 차례나 발생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8호선의 경우에는 스크린도어의 고장이 1~4호선의 10분의 1의 수준인 272건이다. 2012년 이후에는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유독 서울메트로에서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업무이지만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사고가 발생한 뒤에 특별 안전대책을 마련하였다. 작업 시에는 2인 1조로 작업을 하여야 하고 역무실과 전자운영실에 통보를 한 뒤에 진행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또한 스크린도어의 정비업무는 열차의 운행이 정지한 다음에 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구의역 사고도 마찬가지이다. 김씨가 수리업무를 하는 사실이 역무실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2인 1조가 작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안전을 위한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비정규직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용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그들에겐 효율성이 최우선으로 강조된다. 고장이 났다는 연락이 왔을 경우 제대로 된 보고절차 없이 수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력이 부족해 2인 1조의 규정을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호소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서울메트로는 간접고용 노동자와 협상할 의무가 없다. 그래서 용역업체를 통해 이를 해결하라고 요구한다. 용역업체 역시 발주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현장의 노동자들,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우에는 서울메트로와는 다르게 지하철의 유지, 보수에 관한 업무를 정규직 직원들이 전담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메트로와 다르게 2인 1조 규정이나 보고 절차가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고인의 아버지인 김아무개씨(51)는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에서 "사무실에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시키는 사람이 한 명 있고 49개 역을 네 명이 관리해야 하는데 2인 1조 출동이 가능하겠냐"며 이번 사고를 노동자 개인의 과실로 몰아가는 것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서울메트로 측에서 '합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기 어렵게 만들어진 상황, 규정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은 분명 서울메트로 측에 책임이 있다. 때문에 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과실로만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메트로 측이 안전관리 부실에 따른 비난과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계속되는 스크린도어 사고는 최저가 낙찰제로 인한 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메트로에서는 최저가 낙찰제를 통하여 용역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는 공사나 물품납품 입찰 과정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이다. 시장경쟁원리에 따른 입찰 결정이 가능하고 예산 절감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일감이 부족한 사업체들이 저가의 낙찰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해당 사업체가 적자를 보는 것은 물론, 공사를 시공하거나 물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커지며, 인력 감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는 고용노동자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가져오고,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최저가 낙찰제가 비용을 절감하도록 도와주는 대신, 노동자들의 업무 과다와 시민들의 위험을 가져오는 것이다.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사회의 비용 절감을 중시하고, 효율을 중시하는 풍토는 필연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20년이 넘은 선박인 세월호를 운행하도록 하고, 무리한 증축까지 감행하게 되었던 것도 바로 이런 사회 풍토 때문이다. 결국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에서는 최저가 낙찰제의 문제를 고치기 위하여 공기업의 경우에 종합심사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합심사제는 정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300억 원 이상 규모의 공사에서 가격뿐만 아니라 공사 수행능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정도 등을 평가해 입찰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아직도 입찰 가격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문제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수행능력 등이 강조되다 보니 오히려 큰 규모의 사업체에만 유리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의 필요성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19살 김아무개씨의 삼촌이 사고 현장에서 추모 쪽지를 적으면서 눈물을 쏟고 있다.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19살 김아무개씨의 삼촌이 사고 현장에서 추모 쪽지를 적으면서 눈물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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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측에서는 이번 구의역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의 유지, 보수 업무를 맡을 자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공기업의 인력을 축소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참사를 보았고 계속 겪어 왔다. 매번 사고가 발생한 뒤에 대책을 마련하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안전보다 효율, 비용 절감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민들의 안전이 걸린 문제에도 적용되고 있는 시장경쟁원리이다.

시장경쟁원리는 절대로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가격경쟁이 아닌 안전성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풍토, 그리고 시스템. 그것이 또 다른 사고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이 분명하다.


태그:#구의역, #안전, #최저낙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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