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행

포토뉴스

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출발을 기다리는 신야마구치역의 SL야마구치호. ⓒ 서규호
신야마구치역의 예전 역명이였던 오고리역 표시판. ⓒ 서규호
일본에 수 많은 동태(動態)보존 상태의 증기기관차 중에 오늘은 야마구치현(山口県)의 신야마구치역(新山口駅)에서 출발해 산인(山陰)의 작은 교토 츠와노역(津和野駅)까지 이어지는 SL야마구치호(SLやまぐち号)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열차는 '귀부인(貴婦人)'이란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아마도 객차 인테리어와 외관에서 귀부인의 풍모가 느껴져서인 듯합니다. 그 정도로 타임머신을 타고 100여 년 전 개항시대로 간 느낌이 들죠. 자 이제 출발을 해봅시다.

신야마구치역은 2003년까지 오고리역(小郡駅)이었으나 산요신칸센(山陽新幹線)도 정차를 하면서 신야마구치역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역에서는 오고리역이었을 때의 안내판도 만날 수 있습니다. 역 플랫폼에는 에끼벤(駅弁, 열차 도시락)이나 SL야마구치호의 기념품을 파는 가판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몇 개 구입해 보는 것은 어떠실런지요?

증기 기관차의 기적 소리가 들리면 2시간의 열차 여행이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합니다. 신야마구치역에서 10시 48분 출발. 열차 관광객들이 속속 이곳에 모입니다. 열차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100여 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됩니다. 증기기관차가 증기와 기적소리를 내뿜으면 하나 둘 객차에 승차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객차는 정말 화려한 귀부인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2호차 내부의 모습. ⓒ 서규호
객차 입구에 표시된 다이쇼풍 표지판. ⓒ 서규호
다섯 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객차는 그야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느낌입니다. 각 시대별로 나눠 객차를 만들어 놓아 열차 안 여기저기를 돌아보느라 한시도 앉아서 여행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마치 오리엔탈 특급열차의 내부를 여행하는 느낌이랄까. 정말 고풍스러운 내장의 인테리어에 매료가 되어 버립니다.

1호차는 전망데크가 객차 후미에 있습니다. 오픈 스페이스로 구성되어 시속 40Km의 느린 열차 여행 중에 시원한 야마구치의 바람을 맞을 수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 하는 공간이죠. 하지만 주의사항 한 가지가 있습니다. 터널 진입 시에는 반드시 객차 안쪽으로 들어오셔야 큰 낭패(??)를 안 당 합니다. 물론 미리 방송으로 안내를 하는데 이유는 바로 증기와 석탄가루가 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1호차는 빨간색으로 내부가 꾸며져 고급호텔의 로비에 와 있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호차는 서양 스타일의 객차로 마치 오리엔탈특급열차에 탑승한 기분이 듭니다. 의자는 일반 기차에서 만나지 못하는 특별한 의자로 구성되어 있고 머리 부분에는 고급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어 한층 더 멋진 내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3호차는 쇼와풍의 객차로 전등부터 100여 년 전의 느낌이 되살아납니다. 정말 우리가 2016년에 달리는 열차를 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고풍스럽습니다.

4호차는 메이지풍의 객차로 갈색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5호차는 다이쇼풍의 낭만적인 분위기로 천장에는 채광을 위한 창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5호차에도 전망데크를 설치해 왕복으로 객차 뒤에서 데크관광이 가능합니다.
중간 정차역인 니호역에서 석탄을 이동중인 SL야마구치호. ⓒ 서규호
객차를 한 바퀴 돌고 잠시 휴식을 취할 때쯤인 11시 25분경 니호역(仁保駅)에 도착합니다. 무려 7분이란 시간을 줍니다. 사진을 찍는 시간인가 싶더니 보니까 기관사분들이 열심히 탄을 앞으로 이동시킵니다. 증기기관차다 보니 연료가 석탄과 물이라 예전에는 장거리 운행시 급수탑(給水塔)과 석탄 공급 시설을 중간 주요 역에 설치했습니다. 급수탑은 우리나라에도 몇몇 개가 남아 있습니다. 이 역은 역에 고가보도가 있어 열차를 촬영하러 온 철도 마니아들이 많이 모이죠. 저도 잠시 내려서 열차 사진을 찍습니다.

기적이 울리면 사람들이 다시 속속 객차에 승차하고 열차는 출발합니다. 바깥에서는 이 열차를 찍기 위해 모인 철도마니아들이 카메라 삼각대로 우리를 찍어 줍니다. 모델이 된 기분이 살짝 들어 기분이 좋아질 때 창문 너머로 지역주민들이 반갑게 손 인사로 반겨주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철도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증기 기관차를 직접 타보는 즐거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 드디어 2시간여의 열차 여행을 마치고 종착역인 츠와노역에 도착합니다.
운행 정보

신야마구치역 10:48 →12:58 츠와노역
츠와노역 15:45 →17:30 신야마구치역 
*운행일 3~11월 토요일,일요일,일본휴일
http://www.c571.jp/

츠와노는 산인의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소도시로 '일본 100대 거리'에 뽑힌 도노마치거리(殿町通り)가 있습니다. 흰 벽의 격자창 모양이 있고 수로를 정비해놓아 형형색색의 대형 잉어가 노닙니다. 또한 일본 5대 이나리(稲荷) 가운데 하나인 다이코타니이나리신사(太鼓谷稲荷神社)에서 빨간색 도리이를 통해 사진을 찍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후쿠오카에서 신야마구치까지 신칸센으로 이동하면 4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증기기관차를 타러 이번 주말 야마구치로 여행을 떠나봅시다.
SL야마구치호의 종착역인 츠와노 거리. ⓒ 서규호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SL야마구치호, #일본증기기관차, #색다른일본여행전문가서규호, #서규호일본여행, #츠와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