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공심이>는 작가의 전작 <옥탑방 왕세자>와 <냄새를 보는 소녀>와 너무도 유사하다.

<미녀 공심이>는 작가의 전작 <옥탑방 왕세자>와 <냄새를 보는 소녀>와 너무도 유사하다. ⓒ sbs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가 순항 중이다. <야왕>(2013), <옥탑방 왕세자>(2012), <냄새를 보는 소녀>(2015)로 SBS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바 있는 이희명 작가의 작품인 <미녀 공심이>는 10% 이상의 시청률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성인 연기자 등장 이후 지지부진한 MBC 50부작 <옥중화>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며 주중 미니시리즈 자리를 꿰차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또한 <미녀 공심이>는 <또 오해영>에 버금가는 로맨틱코미디라는 평판으로 화제성 면에서 선점하기도 한다. 비록 동시간대 1위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미세스캅2>에 이어 10%를 넘나드는 안정적인 시청층의 확보로 "주말드라마는 MBC"란 공식을 벗기도 했다. 특히 침체기에 들어섰던 SBS 주말드라마의 차별성을 정착하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순항하고 있는 <미녀 공심이>의 여러 설정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 이희명 작가의 전작과 닮아도 너무 닮은 점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닮아도 너무 닮은

 <옥탑방 왕세자>의 조선에서 온 왕세자가 빠져들었던 달달한 바나나 우유는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나온다.

<옥탑방 왕세자>의 조선에서 온 왕세자가 빠져들었던 달달한 바나나 우유는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나온다. ⓒ SBS


이희명 작가의 작품에서 전작은 다음 작품의 오마주처럼 차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배우 박유천이 남자 주인공 이각으로 분했던 2012년의 <옥탑방 왕세자>의 여러 설정은 역시나 박유천이 남자 주인공으로 분한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차용된다. 심지어 <냄새를 보는 소녀> 남자 주인공 이름이 최무각인 점에서부터 전작의 향기가 느껴진다. 조선에서 온 왕세자가 빠져들었던 '달달한' 바나나 우유(<옥탑방 왕세자>)를 <냄새를 보는 소녀> 최무각이 초림이가 머무는 자신의 오피스텔에 불침번을 서며 마시는 식이다. 마치 전작을 보았던 시청자들에게 서비스라도 하듯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바나나 우유가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물론 스토리와 상관없는 이런 설정까지 '자기 복제'라고 하지는 않는다.

<냄새를 보는 소녀>에 이어 다시 한 번 작품을 같이 하게 된 이희명 작가와 백수찬 연출이 <미녀 공심이>를 통해 보여주는 여러 설정들은 <옥탑방 왕세자>에 등장했던 소품들이 <냄새를 보는 소녀>에 다시 등장하는 그런 재미의 수준을 넘어선다. <미녀 공심이>는 마치 <옥탑방 왕세자>와 <냄새를 보는 소녀>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모든 설정을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다.

<미녀 공심이>에서 공심이(민아 분)는 <옥탑방 왕세자>의 박하(한지민 분)처럼 옥탑방에 산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안단태(남궁민 분)는 <옥탑방 왕세자>의 남자 주인공 이각의 현신인 용태용처럼 재벌 자제이지만 어떤 사연(?)으로 인해 공심이와 함께 옥탑방에 살게 된다.

<옥탑방 왕세자>와 비슷한 것은 주인공만이 아니라 세부적인 설정까지다. 박하와 자매였던 <옥탑방 왕세자>의 세나(정유미 분)처럼 공심이에게는 언니 공미(서효림 분)가 있다. 그런데 이 언니, 여러모로 세나가 떠올려진다. 어려서부터 예쁘고 똑똑하기로 소문난 이 언니는 자신의 힘으로 최대 로펌에 스카우트되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이루지 못한 부를 거머쥐기 위해 석준수(온주완 분)에게 접근한다. <옥탑방 왕세자>의 세나가 그랬던 것처럼.

석준수도 만만치 않다. <옥탑방 왕세자>의 용태무처럼 석준수도 능력남이다. 하지만 그가 제아무리 능력이 있다 한들, 할머니 남순천 회장은 할아버지가 외도를 해서 낳은 아들의 손자인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가 할머니 눈에 들려 애쓰면 애쓸수록 할머니는 실종된 친손자 준표에 대한 그리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옥탑방 왕세자>의 용태무가 '정통성에 대한 열등감'으로 악인화됐던 설정이랑 똑같아도 너무 똑같다.

<미녀 공심이>는 드라마의 캐릭터 설정에서는 <옥탑방 왕세자>와 거의 흡사한 반면,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냄새를 보는 소녀>를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냄새를 보는 소녀>의 남자 주인공 최무각의 헤어스타일까지 유사한 <미녀 공심이>의 남자 주인공 안단태의 모습부터, 만담 커플이라 칭해졌던 무각-초림 커플의 개그맨스러운 연기 스타일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분명 다른 음악이라고 해도 <냄새를 보는 소녀>가 연상되는 OST와 음향 효과까지! 이 정도면 자기 복제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

"자기 복제도 능력"이라기엔

<미녀 공심이>는 제목 공심이에서도 연상되듯 어릴 적 보던 만화 <영심이>를 모티브로 삼은 듯 보인다. 주인공 공심이는 바로 사춘기 소녀답게 풋풋한 몽상에 빠져들었던 그 주인공 영심이요, 남자 주인공 안단태는 이름에서부터 연상되듯 영심이만 쫓아다니는 맹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성실했던 왕경태를 떠올리면 된다. 드라마는 <영심이>처럼 공심이가 석준수를 대상으로 몽상에 빠지고, 안단태는 공심이 놀리는 재미로 쫓아다니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식의 유사한 전개 과정을 보일 듯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작가의 전작 <옥탑방 왕세자>와 <냄새를 보는 소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아마 앞으로의 전개도 이들 두 드라마처럼 악역의 진기명기로 극을 이끌어가는 식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아직도 여운이 진한 결말로 회자되는 <옥탑방 왕세자>나 전작의 낮은 시청률을 딛고 동시간대 1위로 마무리한 <냄새를 보는 소녀>였다. 하지만 좀 더 높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을 악역의 발흥에 의존해 다소 안일하게 전개한 전작에 대한 반성은 커녕, 복제까지 마다치 않는 <미녀 공심이>를 그저 재밌다고 넘기기엔 어쩐지 껄끄럽다.

김은숙 작가는 "자기 복제도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했다지만, 남자 주인공의 머리 모양까지 똑같은 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옥탑방 왕세자 냄새를 보는 소녀 미녀 공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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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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