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질문 중에서 '여성'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자를 응시하는 모습에서는 그가 분명히 '여성'에게 악한 감정이 있었음을 예측하게 한다.

기자들의 질문 중에서 '여성'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자를 응시하는 모습에서는 그가 분명히 '여성'에게 악한 감정이 있었음을 예측하게 한다. ⓒ MBC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한 화장실에서 30대의 남성이 20대의 여성을 살해했다. 남성은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고, 그로 인해 많은 여성의 공분을 샀다.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는 추모공간이 만들어졌고, 여성들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공포심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추모공간이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이제 조심해야겠다"는 말이 남성과 여성에게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또 어떤 이는 "도대체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가"라며 분노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모르는 아픔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것은 무엇일까.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지난 26일 500회를 맞이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다룬 '강남 한복판 화장실 살인 왜 여자를 기다렸나'를 방영하였다. 방송은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을 노린 범죄임에 초점을 맞춰 방영하였다. 그는 왜 여성을 기다렸을까.

그는 왜 '여자'를 기다렸는가

 피의자의 정신병력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언론들은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던 환자였음을 강조한다. 피해자를 살해하고도 빠른속도로 차분히 범행현장을 빠져나가는 피의자의 모습이나 다음날 출근을 하는 그의 모습은 정신병을 앓은 환자였기에 가능한 일로 포장된다. 그렇게 '강남역 살인사건'은 단지 '정신병자에 의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축소된다.

피의자의 정신병력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언론들은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던 환자였음을 강조한다. 피해자를 살해하고도 빠른속도로 차분히 범행현장을 빠져나가는 피의자의 모습이나 다음날 출근을 하는 그의 모습은 정신병을 앓은 환자였기에 가능한 일로 포장된다. 그렇게 '강남역 살인사건'은 단지 '정신병자에 의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축소된다. ⓒ MBC


방송에서는 그가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음을 짚는다. 그는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화장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6명의 남자를 그대로 보낸다. 그리고 첫 번째 여성인 피해자가 왔을 때, 그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범행을 저지르고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가 노린 것은 분명 여성이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씨는 "자신이 친해지고 싶은 여성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아서 오는 분노라고 볼 수 있다"라며 평소 여성들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거나 해를 입혔다고 생각한 피의자가 그 분노를 당사자가 아닌 여성에게 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안전하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공용화장실을 범행 장소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은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다룬다. 그는 일하던 곳에서 위생 상태를 문제로 해고되었는데, 여성고객이 자신을 음해한 결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평소 여성들이 늦게 걸어서 자신을 일부러 지각하게 한다거나, 자신을 험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기자들의 질문 중에서 '여성'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자를 응시하는 모습에서는 그가 분명히 '여성'에게 악한 감정이 있었음을 예측하게 한다.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는 피의자의 정신 병력에 집중했다. 경찰들의 발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이를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라고 발표했다. 그로 인해, 몇몇 사람들은 이번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한 정신병자가 살인을 저지른 것에 불과하며 여성혐오와는 관계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리얼스토리 눈>은 피해자가 여성이었음에 집중한다. 피의자가 평소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점, 여성이라는 특정 대상을 범행대상으로 선정한 점에서 이는 분명 여성을 향한 범죄였음이 명확히 밝혀진다. 경찰관계자인 이상경씨는 "일반에게 가지고 있던 피해망상이 여성 망상으로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라며 비록 정신질환으로 생겨났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이 여성이었음을 강조했다.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은 조현병을 앓던 피의자가 저지른 범행이 맞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단순한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행'은 아니다. 피의자는 분명 여성이라는 특정 대상을 범행대상으로 선정했다. 또한 그것이 망상이라고 할지라도 그에게는 여성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정신병으로 인해 생겨난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해도 '여성혐오'가 근저에 깔려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우리를 찌르는 하나의 송곳

 어머니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옷을 받지 않았다는 그. 그에게는 여성에 대한 분노가 분명히 보였다. 이것은 단지 '강남역 살인사건'뿐만이 아니다. 4대 강력범죄 피해자 중에 80%가 넘는 사람이 여성이고 피해 여성의 증가율이 남성의 증가율보다 높은 점은 여성이 느낄 위험성을 시사한다. 그녀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고 느낀 공포는 분명 허구가 아닌 실체이다.

어머니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옷을 받지 않았다는 그. 그에게는 여성에 대한 분노가 분명히 보였다. 이것은 단지 '강남역 살인사건'뿐만이 아니다. 4대 강력범죄 피해자 중에 80%가 넘는 사람이 여성이고 피해 여성의 증가율이 남성의 증가율보다 높은 점은 여성이 느낄 위험성을 시사한다. 그녀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고 느낀 공포는 분명 허구가 아닌 실체이다. ⓒ MBC


<리얼스토리 눈>은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그녀는 집을 떠나 한 지방의 리조트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조금씩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그녀였다. 그녀의 친구는 그녀가 성격이 활발했고, 되게 열심히 사는 친구였다고 말한다.

기존 많은 언론과는 다른 모습이다. 사건이 발생한 후 많은 언론에서는 피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신학도를 꿈꾸던 피의자, 여성이 무시해서 살해"라는 제목의 기사들은 아찔하게 느껴진다. 신학도면 어떻고, 무시한 여성들이 잘못이란 말인가. 신학도를 강조하는 언론들에 피의자는 선했으나 정신병을 잃은 사람으로 포장되고, 여성이 무시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언론들에 의해 그에게는 명분이 생겨난다.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는 글들이 오히려 피의자를 감싸는듯한 모습이다.

피의자의 정신병력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언론은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던 환자였음을 강조한다. 피해자를 살해하고도 빠른 속도로 차분히 범행현장을 빠져나가는 피의자의 모습이나 다음날 출근을 하는 그의 모습은 정신병을 앓은 환자였기에 가능한 일로 포장된다. 그렇게 사건은 단지 '정신병자에 의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축소된다.

<리얼스토리 눈>은 하나의 송곳과 같다. 피의자가 여성을 노렸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보여주는 모습이 마치 기존의 언론들을 꾸짖는듯 하다.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여성을 노리는 범행임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방송을 보며 마치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강남역 살인사건'도 우리에게는 송곳처럼 다가온다. 그는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은 괜찮았지만 여성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은 째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남성들은 자신을 무시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감히 여성이 자신을 무시했기에 분노한 것일까?

어머니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옷을 받지 않았다는 그. 그에게는 여성에 대한 분노가 분명히 보였다. 이것은 단지 '강남역 살인사건'뿐만이 아니다. 4대 강력범죄 피해자 중에 80%가 넘는 사람이 여성이고 피해 여성의 증가율이 남성의 증가율보다 높은 점은 여성이 느낄 위험성을 시사한다. 그녀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고 느낀 공포는 분명 허구가 아니다.

이번 <리얼스토리 눈>은 피해자에게 보내는 하나의 애도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 그리고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외침을 담고 있다. 그것이 제2, 제3의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막아낼 것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TV 리얼스토리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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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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