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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낮에 스시집에서 일했다면... 이젠 야밤에 시드니 청소다.
 지금까지 낮에 스시집에서 일했다면... 이젠 야밤에 시드니 청소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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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다. 청소일은 밤에 주로 이뤄진다. 낮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급이 낮다. 호주 시드니에서 청소를 한다는 건 밤낮을 바꾼다는 의미다.

청소는 주로 사이트를 배정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차가 없거나 트레이닝이 필요한 경우에는 픽업해 데려간다. 내가 살고 있는 발고울라는 시드니 시티에서 떨어진 동네. 이렇게 시티에서 픽업하기 힘든 경우에는 시티로 나와야 한다. 출근의 시작은 버스타기다.

이곳에서 버스는 대부분 정확한 시간에 온다. 그러나 밤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적혀 있는 시간보다 더 일찍 오는 경우도 있다. 셰어마스터는 되도록 빨리 나가라고 말한다.

"버스 놓치면 끝이에요. 나이트버스도 있지만 그건 1시간에 한 대 꼴이니까."

허겁지겁 샤워를 하고 나간다. 버스를 타고 윈야드로 향한다. 도착한 후 사장에게 전화를 건다. 트레이닝 기간 동안에는 사장이 직접 데리고 다닌다.

"어. 윈야드 역 앞에 있어."

역 앞으로 간다. 사장을 만났다. 큰 트럭. 짐칸에는 청소용품들이 실려 있다.

"트레이닝 하는 동안에는 같이 다니자. 차도 좀 알아봐. 중고차 있어야 청소할 수 있어."

그는 '청소인'의 기본을 말한다. 이 기간동안 시급은 15호주달러로 책정된다. 예전 스시바에서 일할 때 보다 높다. 최저임금보다 낮을지는 모르지만 그는 굉장히 양심적으로 하는 편이다. 다른 곳은 이 기간동안 시급을 반으로 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한인잡은 '복불복'이다.

청소의 시작, 청소인의 기본

청소의 시작은 베큠이었다.
 청소의 시작은 베큠이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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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이트는 헬스장이다. 오픈한 지 얼마 안된 곳이다. 가는 동안 차는 별로 없다. 시드니 시티는 차가 많고 복잡하다. 그러나 밤이 된 시내는 한산하다. 마치 도시가 잠에 든 것 같다. 이 새벽 길을 움직이는 수많은 차들. 그들도 우리처럼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베큠은 이렇게 쥐는 거야."

사이트에 투입되자 베큠을 멘다. 베큠은 등에 메는 청소기다. 이곳에서 청소는 이 베큠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왼팔로 베큠헤드와 연결된 원통을 조정한다. 오른손은 호스부근에 둔다. 최대한 힘을 빼고 미는 것이 관건.

"움직일 때는 왼발이 먼저 가는 거야."

독특한 스텝을 알려준다. 그가 직접 개발한 방법이라고.

"오른손으로 밀면 나중에 손가락이 아플 거야. 그러니까 왼손으로 움직이게 연습해."

베큠이 끝나자 맘을 가져온다. 맘은 우리나라의 마포걸레. 물을 붓고 약을 탄다. 이곳에서 청소는 힘겹게 하지 않는다. 박박 닦는 느낌보다는 약품을 묻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만 해도 쉽게 닦인다.

그렇게 한 사이트가 끝난다.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트레이닝을 하며 하느라 더 걸렸단다. 다시 이동한다. 가는 동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사는 이야기, 한국에서 무얼하다 왔는지. 제법 길다면 긴 시간동안 그는 나에 대해 물었다.

"한국에 관심은 있지. 그래도 모국인데."

영주권자인 그에게 한국은 '모국'이다. 그렇더라도 세심하게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총선에 대한 관심도 없다. 다만 대선에는 관심이 있단다. 확실히 해외거주자에게 대선이 훨씬 와닿을 듯하다. 지역이 없는 그들에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선거가 무슨 이익이 있으랴.

도착한 사이트는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 본다이라는 곳에 위치했다. 유명한 식당이라고.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이런 곳을 청소했다는게 일종의 스펙이 된다고 한다.

"베큠은 직접 해봐."

그는 베큠을 주며 말했다. 기자가 베큠을 메고 청소를 시작했다. 바다에 위치한 곳이다보니 카페트가 축축하다. 하나하나 다 빨아내야 한다. 어느새 오른손에 힘이 들어간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왼손에 힘을 준다. 정신없이 청소를 한다. 3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잘하는 편이네. 왼손에 더 힘을 주고."

사장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 조언한다. 어느새 그는 자신의 몫을 다했다. 대단한 속도다.

한인 청소업체, 호주에서 잘 나간다

호주 시드니에서 한인 청소업체가 흥하다고.. 왜일까.
 호주 시드니에서 한인 청소업체가 흥하다고.. 왜일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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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이 청소를 잘하지."

청소잡을 소개해준 친구가 말했다. 이곳에 여러 나라의 청소 업체가 있는데 그중 한인들이 가장 성업하고 있다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사장이 투덜거린다.

"운전이 지겹다. 매일 운전만 하고 사는 것 같아."

사장이 관리하는 사이트를 생각하면 거의 매일 운전만 하고 사는 것 같다. 트레이닝이 아니라면 다른 사이트의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운전은 필수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바. 난도가 꽤 있는 곳이다. 술자국이 많이 남기 때문. 다시 베큠을 잡고 일을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맙을 써보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처음 잡아본 맙. 엉성한 포즈. 그가 하나하나 가르쳐 준다.

일이 끝났다. 시간은 9시. 그의 차를 타고 윈야드로 갔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니 10시가 넘는다. 첫 청소는 꽤 힘겨웠다. 그래도 시급을 계산해보니 꽤 괜찮은 편. 차를 사야 된다는 미션이 생겼지만 나쁘진 않다. 일단은 적응이 먼저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청소, #시드니, #잡, #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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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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