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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성분이 기준치 35배 가량 검출된 서울 B초등학교의 운동장.
 납 성분이 기준치 35배 가량 검출된 서울 B초등학교의 운동장.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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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 30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유해성 검사통지서를 받은 인천의 A초등학교.

이 학교는 이로부터 24일이 지난 28일 현재, 학생들의 납 운동장 보행과 놀이를 방치하고 있다. '위험하다'는 안내판조차 설치하지 않은 채 학생들이 우레탄 위에서 뛰어놀도록 놔두고 있는 것이다.

재난 대피 훈련하며 우레탄 주변에 앉히기도

이 학교는 지난 16일, '2016 재난대응 안전한국' 대피훈련을 벌이면서 전교생을 우레탄 트랙 주변에 앉게 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학교 한 관계자는 "체육시간 등에도 우레탄 위에서 달리기 등을 그대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교 한 관리자는 "체육시간엔 신발을 신은 상태로 (우레탄 트랙을) 뛰는 것"이라면서 "일정이 바빠 아직 시행하지 못했는데, '위험' 안내판 등을 조만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레탄에서 납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담임교사들에게 알렸으며 '학생들이 우레탄에 앉지 말고 체육 수업 등을 한 뒤에는 꼭 손을 씻도록 지도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납 성분이 기준치의 35배 가량이 나온 서울의 B초등학교는 검사 결과서를 받자마자 우레탄 트랙 위에 매트를 깔았다. 운동장에 들어갈 때 학생들이 우레탄을 밟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 학교는 '위험' 안내판도 세웠다. 이 학교 교사들이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에게 안전조치를 강하게 요구한 뒤에 내린 조치다.

이처럼 두 학교가 납 범벅 운동장에 대응하는 방식이 '극과 극'인 까닭은 교육당국이 통일된 대응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초등학교 6011개 중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곳은 1323개교. 이들 학교 가운데 상당수에서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납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지난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를 마친 236교 가운데 63%인 148교에서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 90mg/kg이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103교에선 기준치에 10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으며, 40배를 초과하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 같은 유해성 검사는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서울과 수도권 초등학교 25곳의 우레탄 트랙 중금속 실태를 검사한 결과 13곳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이 검출된 뒤에 벌어진 일이다. 이 같은 결과는 올해 3월 23일에서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지난 3월 23일 교육부는 우레탄 트랙이 깔린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유해성 전수 검사를 지시했다. 검사 결과는 6월말까지 수합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빠르면 이번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말부터 우레탄 트랙을 걷어내는 공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납 범벅 사실이 정부 검사 결과 나온 지 7개월만에 유해성 제거 작업에 나서는 것이어서 '늑장 대응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늑장 대응 지적 받는 교육부 "전수조사 결과 나와야 예산 편성 가능"

서울 B초 교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참사 과정 속에서도 정부의 행동은 책임 미루기 식이었다"면서 "이번에 무더기 납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정도 느려터지기만 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가 나와야 예산도 편성할 수 있고 학교운영위 등에서 우레탄 존폐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미 환경부 제안에 따라 학생들에게 트랙 위에 앉지 않기, 손 씻기, 우레탄 파손 부위 접촉을 금지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시도교육청 체육건강 담당자회의를 소집한 뒤 '우레탄 트랙 주변에 펜스 설치' 등을 조치방안 가운데 하나로 추가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납 우레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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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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