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붕장어구이 깻잎쌈이다. 깻잎을 뒤집어 싸야 먹을 때 부드럽다.
 붕장어구이 깻잎쌈이다. 깻잎을 뒤집어 싸야 먹을 때 부드럽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세상에 알리지 마세요."

세상에 알리지 말라고 한다. 이걸 어째, 진짜 여수 맛집인데, 알릴까 말까 참 아이러니다. 지인은 안 그래도 손님이 많은 이집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제대로 된 안주거리에 술 한 잔 질펀하게 먹을 선술집이 사라질까봐 노심초사다.

이유는 이집 음식 맛이 장난이 아니라는 거. 저녁시간이 되면 이곳은 어느새 손님들로 만석이다. 이른 시간에 미리 방문하거나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쉬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도 이러할 진데, 세상에 더 알려지게 되면 다른 손님들에 밀려 단골집을 찾는 즐거움이 사라질까봐서다.

속된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다

갓물김치는 맛이 순수하면서도 끌림이 강하다.
 갓물김치는 맛이 순수하면서도 끌림이 강하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그나저나 이집 참 대단한 곳이다. 기본 안주거리 하나 주문하면 덤으로 차려지는 음식들이 상을 가득 메운다. 속된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다. 그것도 여수의 맛이 오롯한 진안주들로 한가득 채워지니 맛을 탐하는 자들과 주당들의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여수의 특산품 갓물김치가 선보였다. 아주머니가 먹기 좋은 크기로 갓물김치를 잘라준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맛을 본 순간 '아~' 하는 외마디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맛이 순수하면서도 끌림이 강하다. 갓물김치 맛이 기대이상이라는 말에 주인아주머니(이송이)가 답하길 여러 가지 양념을 넣었다고 한다.

"날마다 김치 담느라 골병들어요. 여러 가지를 다 넣어야재 그냥 맛있다요."

붕장어구이 기본 상차림이다.
 붕장어구이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우리 일행이 주문한 붕장어구이(3만 5천원) 기본 상차림이다. 이거 또한 놀랍다. 풀치(갈치의 새끼)무침이 유난히 시선을 붙든다. 풀치를 찢어서 갖은 양념에 무쳐냈다는데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술안주로 우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거 한번 잡사보이다~, 명태와 양태알 넣은 알탕인데 아무나 주는 게 아니에요."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남도의 맛은 이렇게 하나둘 추가된다. 이렇듯 곧바로 조리해서 내놓는 까닭은 음식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함이다. 음식은 자고로 조리와 동시에 먹어야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

갓 조리해낸 뜨거운 알탕 한입에 말문이 막힌다.
 갓 조리해낸 뜨거운 알탕 한입에 말문이 막힌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갓 조리해낸 뜨거운 알탕 한입에 말문이 막힌다. 이걸 어쩌나~ 주 메뉴가 채 나오기도 전에 이렇게 호들갑이니.

소라, 고둥, 멍게, 꼴뚜기 등의 싱싱한 먹거리가 아직은 뒷전이다. 이쯤 되면 더 이상의 말은 사족일 뿐. 군더더기 없는 기본 먹거리가 13가지나 된다.

후한 인심, "이렇게 막 퍼줘 분께 돈은 못 버요"

서대를 넣은 무조림이다.
 서대를 넣은 무조림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서대를 넣은 무조림이다. 가을무는 인삼과 버금간다고 하지만 사실 그에 반해 여름무는 별로다. 그런데 2시간 이상 정성으로 삶아 맛을 냈다는 이집의 여름 무는 그 맛이 가을무와 다를 바 없다.

"따뜻하게 드릴라고요 식어 불면 맛이 없응께."

한꺼번에 음식을 내놓으면 음식이 식어 맛이 덜하므로 음식을 먹는 도중에 이렇게 내온다. 음식 맛은 역시 정성이다. 이집의 음식은 남도의 좋은 식재료와 손맛에 이렇듯 정성이 더해졌다.

고소함이 진동하는 붕장어구이다.
 고소함이 진동하는 붕장어구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남도의 맛은 이렇게 하나둘 추가된다.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남도의 맛은 이렇게 하나둘 추가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드디어 주 메뉴인 붕장어구이다.

"어찌까~ 장어가 좀 타부렀소."

붕장어가 타버렸다며 주인아주머니가 호들갑이다. 구워 내온걸 보니 그리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 붕장어 한 마리를 반으로 갈라 맛깔나게 구웠다. 고소함이 진동한다. 붕장어구이는 깻잎쌈이 잘 어울린다.

"여기 깻잎에다 싸 잡숴봐."
"우리 집이 이렇게 허름해도 그냥 사요. 이렇게 막 퍼줘 분께 돈은 못 버요."

송이네집의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이송이)다.
 송이네집의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이송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입맛 사로잡는 다양한 술안주 메뉴가 있다.
 입맛 사로잡는 다양한 술안주 메뉴가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송이네집, #붕장어구이, #여수맛집, #맛돌이, #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