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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표지
▲ <고지인> 곁표지
ⓒ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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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하이랜더>(Highlander)라는 영화가 있었다. 숀 코넬리와 크리스토퍼 램버트가 주연한 이 영화에는, 죽지도 다치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불로불사의 존재 '하이랜더'가 등장한다.

이들을 '하이랜더'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들이 주로 스코틀랜드의 고지대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주인공 크리스토퍼 램버트는 450년 전에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인물로 등장한다.

450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간다면 이것을 축복이라고 해야 할까 저주라고 해야 할까. 불로불사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400년이 넘게 산다면 뭔가 부담스러운 점이 있을 것이다.

이 '하이랜더'를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고지인(高地人)'이 된다. 지난 4월 나온 최지영의 소설 <고지인>은 '하이랜더'의 한국판인 셈이다. 이들도 역시 불로불사의 존재이며 일반 사람들과 비교해서 월등히 뛰어난 육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신에 흡혈귀처럼 다른 사람의 피를 마셔야만 정상적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제주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조선시대에도 이런 존재들이 한반도에 있었을까. 만약에 있었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 들어왔을까. 작가 최지영은 <고지인>에서 17세기 조선시대에 한반도에 나타난 고지인들을 등장시킨다.

작품의 배경은 17세기 중반 효종 제위 시절, 네덜란드의 하멜은 일본의 나가사키로 향하던 도중 제주도에 표류하게 된다. 이때부터 제주도에서 의문의 변사체들이 발견된다. 마치 하멜 일행이 살인마를 이끌고 들어온 것처럼.

한양에서 근무하던 말단 군관 염일규는 이 사건의 수사를 위해서 제주로 파견되고, 시신의 목덜미에 기괴한 상흔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마치 짐승의 송곳니에 물린 것 같은 모습이다.

염일규는 이 사건 수사에 매달리지만 어느날 밤 자신도 그 상대에게 목을 물리고 만다. 이제 다시는 정상적인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셈. 그도 '고지인'인 돼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는 제주에서 만난, 돌보고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여인이 있었다. 그는 이 저주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흡혈 욕망에 휩싸인 채 살아가는 고지인들

작품에서는 당시 조선의 시대상황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인조의 아들인 소현세자는 의문의 죽음을 맞았고 효종은 북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그 정책에 반대하는 사대부들의 기세도 만만하지 않다. 효종은 북벌정책을 추진하며 거기에 반대하는 사대부들도 함께 상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늙거나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죽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되면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그러면서 400년이 넘게 살아야 한다면 그 시간동안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하이랜더> 또는 <고지인> 같은 작품들을 보면, 타인의 육체를 다치게 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죽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사는 것도 못할 짓이다.

덧붙이는 글 | <고지인>(최지영 지음 / 아르테 펴냄 / 2016.04.)



고지인 2

최지영 지음, arte(아르테)(2016)


고지인 1

최지영 지음, arte(아르테)(2016)


태그:#고지인, #하이랜더,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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