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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고래축제가 시작된 26일 오후, 울산 남구청이 행사장 내 명품고래밥상 홍보관 부스에서 고래고기 비빔밥 무료시식회를 열자 장년층이 시식하기 위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울산고래축제가 시작된 26일 오후, 울산 남구청이 행사장 내 명품고래밥상 홍보관 부스에서 고래고기 비빔밥 무료시식회를 열자 장년층이 시식하기 위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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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부터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울산고래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행사의 주최측인 울산 남구청이 멸종위기종으로 포획이 금지된 고래고기를 관람객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불법포획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남구청은 고래축제 개막일인 지난 26일 오후 6시 30분부터 고래비빔밥, 고래유부초밥, 고래샐러드, 고래곰탕 등을 관람객들이 무료로 시식하도록 했다. 그러자 현장에서는 고래고기를 먹으려는 장년층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남구청은 축제가 끝나는 29일까지 매일 오후 3시 고래고기 무료시식회를 열 예정이다.

무료시식회에 줄을 선 이유는? '한우보다 비싼 고래고기'

이처럼 지자체가 진행하는 고래고기 무료시식을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고래고기가 시중에서 한우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래고기를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혼획 또는 좌초돼 경매 과정을 거쳐 유통되는 정상적인 고래만으로는 현재 고래고기 수요를 충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앞서 경찰도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불법포획한 밍크고래 40여 마리분을 적발, 압수하면서 이와 같이 밝힌 바 있다. 멸종위기종인 고래보호에 앞장서야 할 지자체가 앞장서서 불법 포획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기사 : 고래축제 앞두고 불법포획 밍크고래 40마리분 적발)

울산 남구청은 올해 고래축제 예산으로 21억 4600만 원을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고래축제 예산 16억 9600만 원보다 금액으로는 4억 5000만 원, 비율로는 27%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부터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위기에 몰리면서 지역경제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결국 남구청은 이 예산 중 일부를 사용해 고래고기를 구입, 무료시식회를 여는 것이다.

울산 남구청이 그동안 이처럼 많은 예산을 들여 고래축제를 여는 이유로 '지역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발전'을 꼽았다. 하지만 고래도시를 자임하는 지자체의 고래고기 무료시식회는 경제학자 케인즈가 주장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론으로 따져보면 멸종위기인 고래고기 수요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경찰은 밍크고래 불법 포획 일당 적발 결과를 발표하면서 "합법적인 고래고기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고, 그 희소성으로 한 마리당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상당에 거래돼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고래 수요가 늘어나면 불법포획도 그만큼 판을 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고래고기가 불법 포획되고 유통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을 받쳐주는 수요"라면서 "그동안 고래축제 동안 고래고기는 버젓이 판매되어 왔고, 이 기간 기호이든 호기심이든 고래고기는 쉽게 접할 수 있어 그에 따른 소비 증가는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보수언론은 오히려 경찰의 밍크고래 불법포획 적발 발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27일자 기사에서 "조선업 침체에다 구조조정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울산 지역경기를 축제를 통해 조금이나마 되살려 보려는 자치단체의 노력이 가상하지 않은가.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사람이나 집단을 보고 '경찰스럽다'는 신조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울산 남구청 고래문화재단 측은 고래고기 시식 등에 대해 "고래고기는 1970년대 지역의 중요한 먹거리였고, 이는 부인할 수 없는 것"이라며 "고래축제에서도 포괄적 개념으로 고래고기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그:#울산고래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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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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