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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학원교습시간 조정 및 학원의무 휴업제 도입’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26일, ‘학원교습시간 조정 및 학원의무 휴업제 도입’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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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학원 교습시간을 현행 오후 10시에서 고등학생에 한해 오후 11시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교육계와 시민단체까지 거세게 반대하면서 점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학원교습시간 조정 및 학원의무 휴업제 도입'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토론회 시작은 순조롭지 못했다. 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는 교육계 관계자와 시민들이 "토론회 방청석에 학원 관계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고, 패널 선정에도 공정성을 잃었다"며 손팻말을 들고 토론회장에 들어가려 하자, 교육위원회가 이를 막는 과정에서 격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들은 끝내 토론회장 밖에서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로 항의표시를 했다.

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는 교육계 관계자와 시민단체들이 손팻말을 들고 토론회장에 들어가려 하자, 교육위원회가 이를 막는 과정에서 격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 순조롭지 못한 토론회 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는 교육계 관계자와 시민단체들이 손팻말을 들고 토론회장에 들어가려 하자, 교육위원회가 이를 막는 과정에서 격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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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열린 토론회에서, 김문수 교육위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박호근 의원이 기조발제를 하였으며,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 조미희 전국보습교육협의회 회장, 이연주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워낙 첨예한 쟁점 사안이라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방청객이 가득 찼고, 다소 거친 격론과 공방이 오가는 등 시종 팽팽한 긴장과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서울시의회 박호근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 중, 다른 곳은 23시~24시까지인데 비해 서울 등 5개 시·도만이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오후 10시 이후 학원강사들과 상담을 하거나 부모를 기다리기 위해 학원에 남아 있을 경우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는 "서울지역 고등학교 중 22.6%가 오후 10시 이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학습권을 제한할 수 있으니, 현재 밤 10시까지로 돼 있는 조례 규정을 바꿔 고교생에게는 학원 교습시간을 밤 11시로 늘리고, 초등학생은 밤 9시까지, 중학생은 밤 10시까지로 재조정하자"고 역설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시험 3주 전에는 예외로 하되, 특정요일을 정하지 않고 학원 재량으로 1주일에 하루를 쉬게 하는 '학원 의무휴업제' 도입"을 제안했다.

"학생들의 학업 노동 가중시키고 사교육 조장하는 행위"

이 같은 방안에 대해, 학원을 지도 감독하는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교원단체와 시민단체 모두 학생들의 학업 노동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들의 공감대는 오후 10시로 형성되어 있는데, 11시로 연장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의견과 명백하게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PC방, 노래방, 찜질방 등도 오후 10시 이후는 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청소년 연예인들도 밤 10시 이후에는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기본적인 선"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국적으로 밤 10시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더 앞당기는 것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한 "학부모는 95%가 학원휴일휴무제를 지지하고, 80%가 10시 제한을 선호한다. 이들의 선택은 선택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선착순 게임 자체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는데 일단 선착순 게임 속에 밀어 넣고 그 안에서 뛸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연주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장은 "교습시간은 경제논리나 학원의 영업논리가 아닌 교육적 판단에 의해 정해져야 하고, 인권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국무총리 산하 국가청소년인권위에서 이미 학원의 교습시간 문제는 청소년들의 건강과 휴식권, 행복추구권 차원에서 교습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교습시간 연장은 공부시간을 줄이고 적절한 여가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한다"며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단축이 적절하며 고등학생 역시 교습시간 연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휴무일을 지정할 휴일의 범위에 대해서도 "토요일과 법정공휴일을 모두 휴무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사회적 합의가 성숙될 때까지 우선 주 1일 휴무제를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라며 "1일의 휴무일을 학원이 선택하게 하거나 시험기간을 제외하는 것은 휴무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며 오히려 고액의 특강반이 범람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시민단체는 잇달아 반대 입장 표명

송인수 대표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끝내 토론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로 항의표시를 했다
▲ 침묵 시위 송인수 대표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끝내 토론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로 항의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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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위해 지난 3일 출범한 '쉼이 있는 교육 시민포럼'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1시 20분 서울시의회 앞에서 교습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의 대다수가 오후 10시 이후 학원 영업 규제를 찬성하고 있고, 학부모의 95%가 학원휴일휴무제도 찬성하고 있는데, 학원 영업시간을 11시로 연장하려는 시도는 부모와 시민의 의견을 묵살하고 학원업계의 이해를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의회는 입시경쟁 과열 지역인 서울시에서의 학원 심야영업 시간 연장 시도를 즉각 멈추고 학원휴일휴무제 조례 제정 및 법제화를 위해 나서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1841년에 프랑스에서 8세 미만 아동의 노동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는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관을 확립한 것"이라며 "심야영업 규제와 학원휴일휴무제는 2016년의 대한민국이 어떤 가치관을 정립할 것인지의 문제로, 학생들을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무한경쟁에 노출시켜 둘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하여 무한경쟁을 제한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아동의 건강과 행복에 역행하고자 하는 심야영업 연장에 대해서 단호히 반대할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오후 10시 이후의 심야영업과 휴일 영업을 전국적으로 규제하는 국회 차원의 입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총도 성명서를 통해 "헌재가 이미 학원 심야교습 제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고, 전국에서 가장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서울지역 학생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제안이며 공교육 정상화의 기본 기조에도 어긋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교육계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박호근 의원은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는 학원운영시간 조정과 학원의무휴업제 도입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고, 그러한 의미에 있어서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학원운영시간 조정과 학원의무휴업제 도입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숙고하고, 더 많은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6일, 강남지역 398곳 학원·교습소에 대한 불법 심야교습행위를 점검한 결과 11개 학원이 주로 고교생을 대상으로 교습행위를 하다 적발해 벌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강남 등 학원 밀집지역 내 심야교습행위에 대해 정기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해 심야교습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태그:#학원 교습시간 연장, #학원휴일휴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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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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