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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장소의 소란은 계속 되었고 몇몇 지인분들과 '추모의 공간에서 몰카를 찍지 맙시다'라는 글귀를 적어서 들고 있었습니다. 이것마저 일베에 찍어서 올려더군요. 그리고 저는 애미 XXX이 되었습니다."
"주최자분께서는 신상은 물론, 협박, 인격모독, 성희롱을 계속 당하고 계십니다. 그 때문에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요."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집회 참가자가 올린 글이다. 그녀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며 가만히 있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추모집회라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강남역에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몰래 사진을 찍혔고 그것이 일간베스트(극우 보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갔다고 한다.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해당 글에는 "생긴거 보소", "삼일한(여성을 삼일에 한번은 때려야 한다고 주장의 줄임말) 시전하고 싶네", "여자는 자고로 이뻐야 한다"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단지, 일간베스트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추모에 온 여성의 사진을 올리거나 집회 참가자들을 비하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오류

"명분은 중요하다. 명분이 없다면 옳고 그름을 떠나 정당성을 잃게 된다. 강남역 추모는 그 명분을 잃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추모가 목표 아니었나"

페이스북에 한 남성이 게시한 글이다. 그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추모하는 집회가 현재 명분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한 여학생에게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다. 과격한 집회였기 때문에. 그것이 지금의 집회가 명분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싸우지 말아요'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여학생을 향해 밀치거나 소리를 치는 모습은 다소 과격해 보인다. 집회가 과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그들의 주장에도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집회에 과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집회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이다. 매번 집회에는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따라온다. 그리고 그 기준을 넘었을 때는 어김없이 과격함을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집회의 본진을 잊혀진 채 '폭력시위'라는 말만 남는다.

경찰이 불법적인 채증을 해도, 문화제를 집회라고 판단하며 강제로 해산시키려고 해도 '평화'라는 프레임 속에서 집회는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게 많은 집회들은 열리고 해산하고를 반복해왔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채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도 이는 반복되고 있다. 몇몇 남성들은 꾸준히 집회 참가자들의 과격함을 문제 삼고 있고 추모를 주최하는 단체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리고 "집회는 변질됐다"와 "문제의 본질을 보자"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매우 소모적이며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집회에 평화를 요구하고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오히려 집회의 대상자, 즉 문제해결의 키를 가지고 있는 인물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 이미 우리는 '평화'라는 단어가 경찰에게, 그리고 정부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하는지를 두 눈으로 지켜봤다.

진정으로 힘을 쏟아야 할 것은

물론, 뜻이 옳다고 해서 과격적인 행동이 모두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행해지는 폭력행위나 피해를 유발하는 행동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집회에는 수많은 대중이 참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속에는 뜻이 다른 사람도, 흥분한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일련의 단편적인 모습들로 집회의 명분을 논하고 폄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진정 중요한 것은 집회의 본질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를 나오는 이유, 집회에 참가하는 이유에 대해서 우리는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집회가 생겨나는 이유도, 현재 진행중인 남자와 여자간의 대립도, '강남역 살인사건'도 모두 그 본질이 있었기에 생겨난 일이다.

본질을 놓치면 결국 두번째, 세번째의 '강남역 살인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힘을 쏟아야 할 것은 문제의 본질을 논하는 행위이다. 우리 모두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하자. 그리고 문제의 본질을 논하자. 그것이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살아남은 우리가 할 일이다.


태그:#강남역, #살인사건, #여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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