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을 뜨겁게 달궜던 칸영화제가 막을 내리면서 그 사이 조용했던 국내 영화제들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 무려 5개의 영화제가 행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 영화제들은 칸의 열기를 이어받아 영화제의 재미를 안겨주겠다는 기세가 가득하다.

부산영화제 사태의 여파로 표현의 자유 제약 논란이 만만치 않지만, 국내 영화제들은 이를 정면 돌파하며 각기 다른 색깔로 관객들의 허기짐을 채워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주제들도 다양해 선택해 폭도 넓다. 인디포럼은 독립영화, 아랍영화제는 아랍영화,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요리와 음식 영화, 여성영화제는 여성영화, 무주산골영화제는 영화소풍이 특징이다.

[인디포럼 2016] 독립영화로 보는 시대정신

 인디포럼 2016

인디포럼 2016 ⓒ 인디포럼작가회의


영화 덕후로 불리는 김주아(30)씨는 올해 인디포럼에 거의 매일 출근할 예정이다. 직장에 하루 휴가까지 냈다. 영화뿐만 아니라 밤에 열리는 포차파티 등을 즐기기 위해서다. 그는 "이번 폐막작이 그렇게 좋다는 소문이 파다해서 기다리느라 현기증 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영화제는 역시 독립영화제다. 자유롭고 활기차고 진취적이고 등등. 한국 영화운동의 역사에서 독립영화는 언제나 선봉에 섰고,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가장 앞장서 싸워왔다. 인디포럼은 그런 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배우 김의성과 박혁권이 사회자로 나서고,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올해의 얼굴상을 수상하는 것은 인디포럼의 색깔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새로운 독립영화에 대한 고민과 시대정신이 깔려있다.

지명도 있는 배우들의 단편도 눈에 띤다. 김민숙 감독의 <노웨어 보이(Nowhere Boy)>는 변요한이 출연했고, 칸에서 주목받은 <아가씨>의 신인 김태리는 김소연 감독의 <문영>에 출연한다.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우주의 닭> 등 모두 10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지상 감독의 <더 배틀 오브 광주>나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센 노출로 주목받았던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 세월호를 소재로 한 오멸 감독의 <눈꺼풀>도 만날 수 있다.

인디포럼은 5월 26일~6월 2일 서울 종로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아랍영화제] 칸에서 주목한 아랍영화의 저력

 제5회 아랍영화제

제5회 아랍영화제 ⓒ 아랍영화제


중동의 IS는 대표적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지만 그렇다고 무슬림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랍영화제는 무슬림권인 아랍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이해를 높여준다는 특성이 강하다. 국내 영화제들을 통해서도 아랍영화들이 간간이 소개되지만 이렇게 집중되는 행사는 드물다. 특히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이 이집트 모하메드 디아브 감독의 <클라쉬>였던 것은 아랍영화의 저력을 확인시켜줬다.

올해 아랍영화제에서는 알제리 영화의 대부 메르작 알루아슈 감독의 최신작 <마담 쿠라주>, 아라브 나세르와 타르잔 나세르 감독의 <데그라데>,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하니 아부-아사드 감독의 <더 아이돌> 등 1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작이 망라돼 있다. <더 아이돌>의 경우 토론토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라 더욱 주목된다. 아랍영화제 측은 "세계 영화계의 태풍의 눈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랍영화의 진수를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프로그램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랍영화제의 특징은 이 모든 상영작이 무료로 상영된다는 점이다. 영화제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적극적인 관심 덕분이다. 선착순으로 표를 배부하는데, 주말의 경우 대부분 상영이 매진될 만큼 인기가 좋다.

5회를 맞아 한층 더 성장한 아랍영화제는 5월 26일~6월 1일까지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동시 개최된다.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실컷 먹으면서 영화 본다

 2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2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 서울국제음식영화제


대부분 영화제는 음식은커녕 음료조차 반입이 어렵지만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먹으면서 영화를 본다는 게 특이하다. 그것도 대충 먹는 것이 아닌 제대로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영화제다. 지난해 첫 회 영화제가 대박을 내면서 올해는 규모가 커졌다. 정우정 집행위원장은 "규모나 상영작이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음식영화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영화와 요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요리도 다양해졌고, 파티도 즐길 수 있게  했다. 매일 저녁 풍성한 저녁 식사와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고, '프랑스의 밤–보나페티'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음식을 즐기며 프랑스 영화를 보는 행사다. 치킨과 연어 샐러드에 맥주를 곁들이며 영화를 보는 행사 등 음식과 영화가 화려한 조화를 이룬다. 심야상영에도 간식을 제공해 준다.

개막작 <영화가 음식을 처음 만났을 때>는 1895년 만들어진 영화의 아버지 뤼미에르 형제의 <아기의 식사>, 1904년에 제작된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요리대소동>, 1918년에 만들어진 로스코 "패티" 아버클 감독의 <요리사> 등 고전 단편영화 3편의 구성돼 있다. < 18번의 식사 >, <가스톤의 부엌>, <된장>, <음식남녀> 등 28개국 5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5월 26일~31일까지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혐오와 위안부 문제

 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 혐오로 인한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이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는 시점에서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의 시기가 묘하다. 여성의 현실과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을 주로 표현해왔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여성 혐오나 감정 노동, 돌봄 노동, 성소수자 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여성영화제의 주요 프로그램을 장식하고 있다.

올해 여성영화제에서 주목되는 작품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조명한 영화들이다. '쟁점 :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극장'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국내외 작품 6편이 상영된다. 국내 영화제 중 여성영화제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다. 흥행작 <귀향>을 비롯해 <눈길>, < 22(용기 있는 삶) >, <잊혀진 필리핀 위안부> 등으로 구성됐다. 경순 감독의 <레드마리아2>는 시선이 다른 영화인데, 자칫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작품이라 더욱 주목된다. 여성영화제 측도 "작품 선정에 있어 고민이 있었지만 다양한 시선을 통해 토론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여성 감독들의 최신작을 상영하는 '새로운 물결'에서는 도리스 뇌리에 감독의 <후쿠시마 내사랑>, 홀리 모리스 감독의 <체르노빌의 할머니들>, 박소현 감독의 <아근 대신 뜨개질> 등이 상영되며, 프랑스 여성영화 120년을 조명하는 특별전도 주목되고 있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작인 <연애담>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수상작인 <불온한 당신>도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다.

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6월 2일~8일까지 서울 메가박스 신촌에서 개최된다.

[무주산골영화제] 영화 소풍의 매력, 야외에서 35mm 필름 상영도

 4회 무주산골영화제

4회 무주산골영화제 ⓒ 무주산골영화제


'영화 소풍'을 내세우며 시작한 산골의 영화제가 4년만에 부쩍 성장했다. 고전영화와 이미 개봉한 영화들이지만, 자연 속에서 휴양을 즐기는 매력이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덕유산의 풍광이 매력적인 곳에서 미처 못 본 영화들은 느긋하게 챙겨볼 수 있다는 것도 의외로 성공 요인이 됐다. 운치 있는 야외 상영도 호응이 좋고, 작은 규모로 개관한 지역의 유일한 극장은 일찍 줄을 서야 제대로 영화를 볼 수 있을 만큼 북적댄다. 올해도 관객 편의를 위해 마련된 서울-무주간 셔틀버스가 벌써 매진될 만큼 조기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회 무주산골영화제 상영작은 27개국 82편. 해마다 한국 고전영화로 준비하는 개막작은 < 2016 필름 판소리, 춘향뎐 >이다. 1961년 신상옥 감독이 연출하고 최은희, 김진규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 흥행영화 <성춘향>을 김태용 감독이 영화와 판소리,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연으로 재탄생시켰다. 독립영화의 기대주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를 비롯해 전주영화제 화제작이었던 류휸 감독의 <커튼콜>,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여자>, 부산영화제 폐막작 래리양 감독의 <산이 울다> 등이 주요 상영작이다. 야외에서 상영되는 <요시노 이발관>(2004),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아비정전> (1990), <브로크백 마운틴> (2006) 35mm 필름으로 볼 수 있다.

6월 2일~6일까지 연휴가 포함된 기간에 무주읍내 등나무운동장과 산골영화관, 덕유산 덕유대 야영장 등에서 개최되고 모든 상영은 무료다.

인디포럼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아랍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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