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목 왼편에는 통닭집이 하나 있다. 재래시장 닭집처럼 착한 가격의 가게다.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면 그냥 무심하게 눈길이 가곤 한다. 어쩌면 닭요리를 좋아하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이 집이 아로새겨져 있나 보다. 늘 생각과 달리 눈여겨 살펴보는 걸 보면. 난 지금도 닭요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을 정도로 무척 좋아한다.
내가 이 집의 통닭을 먹기 시작한건 처음 이곳에 통닭 가게가 생길 때부터다. 그냥 치맥이 그립거나 야식이 먹고플 때면 종종 찾곤 했다. 실은 부담 없는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기름에 튀겨낸 통닭 한 마리에 6천 원, 두 마리에 1만1000원이니. 치킨 한 마리 2만 원에 육박하는 유명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정말 착한 가격이다.
두 번 튀겨낸 통닭에 홀려... 참새방앗간 드나들 듯 찾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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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닭고기 특유의 식감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
ⓒ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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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선입견을 깼다. 좋은 기름에 두 번 튀겨내 맛과 품질이 그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타이머를 활용, 시간을 잘 지킨 데다 고온에서 한 번 더 바삭하게 튀겨내 닭고기 본연의 맛도 풍부하게 잘 살렸다. 이러다보니 그 맛을 한번 경험한 이들은 참새방앗간 드나들듯 이곳 통닭 가게를 뻔질나게 드나들 수밖에.
통닭 마니아들이 늘 추구하는 1인 1닭도 이곳에선 부담 없다. 1만 원 짜리 지폐 한 장이면 치맥도 만사 오케이. 단돈 1만 원으로 통닭 한 마리를 샀는데 4000원의 거스름돈이 손에 쥐어졌다. 참 오지다. 그 거스름돈을 들고 골목길의 구멍가게를 찾았다. 그곳에서 맥주 한 캔을 샀다. 셈을 하고 잔돈이 조금 남았다. 행복한 순간이다. 오늘은 치맥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치맥의 짜릿함이란 이루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맛있는 옛날통닭을 뜯으며 시원한 맥주 한 캔 따서 들이키는 그 시원한 순간을 상상해 보라. 세상 이보다 더 기쁜 순간이 어디 있으랴. 이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니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새까맣게 타버리더군요, 30마리를 한꺼번에 다 태워먹었어요"
우리 동네 옛날통닭집이다. 주인장(41. 김명화)이 생닭을 손질하고 있다. 그는 이미 손질이 되어 있는 생닭을 본사에서 받지만 다시 한 번 손질해 고온에서 두 번 튀겨낸다고 했다. 손질된 닭고기에 칼집을 넣어 튀김옷을 입혀서 한번, 손님이 찾아와 주문과 동시에 다시 한 번 튀긴다.
"매일 싱싱한 생닭을 손질해 172도의 고온에서 두 번 튀겨냅니다."닭 한 마리의 무게는 700~800그램이다. 약용작물인 황금초 분말을 튀김옷에 사용해 닭 색깔이 유난히 노랗고 곱다. 튀김옷도 두껍지 않아 닭고기 특유의 식감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잡내 잡으려고 땅콩가루도 갈아 넣고 후추도 사용해봤어요. 한번은 매실액을 사용했는데 초벌 때는 괜찮았는데 두 번 튀길 때 새까맣게 타버리더군요. 30마리를 한꺼번에 다 태워먹었어요."안주인(이영미)의 말이다. 이름난 프랜차이즈 치킨집 틈바구니에서 동네 통닭집으로 살아남기 위해 이들 부부는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마늘 통닭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마늘을 찧어 사용도 해봤다. 이렇듯 통닭 맛을 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유는 이렇다. 가게를 인수한 지 채 한 달도 안 되었는데 길을 지나가던 어떤 여자 분이 "이 집 닭 맛없어 먹지 마"라는 말 때문이었다고.
"너무 맛있어서 다시 찾아 왔어요.""옛날보다 맛이 좋아졌어요."남다른 노력의 결실일까. 지금은 단골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너무 맛있어서 다시 찾아 왔어요", "옛날보다 맛이 좋아졌어요"라는 단골손님 때문에 부부는 이제 이 일이 보람되다고 했다. 손님들한테 이런 칭찬을 들을 때가 가장 좋다며 환하게 웃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