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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백제큰길에 고양이가 차에 치어 죽어 있다.
 충남 공주시 백제큰길에 고양이가 차에 치어 죽어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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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뛰어든 고라니를 보고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사고는 피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나가 보았더니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것을 보고서 무서움에 떨었다. 야간이나 새벽녘에 운전대를 잡으면 그 생각에 늘 가슴을 조아린다." 

'로드킬(Road Kill)' 사고 경험자의 말이다. 기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시기는 야생동물들의 번식기로 새끼들을 데리고 이동을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또 먹이를 구하려고 이동하던 야생동물들이 횡단하는 차량에 치여 죽는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을 연결하는 백제큰길은 2002년 개통되었다. 28km 정도 금강을 끼고 달리는 651번 지방도다. 2차선 도로로 민가가 적으며 인적이 드는 곳으로 드라이브 코스로도 주목받는 곳이다.  

산과 강이 맞닿아 자연 생태계가 단절되어 있지만, 생태이동통로가 전혀 없는 곳으로 늘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4대강 취재를 위해 이틀에 한 번 정도 지나는 이 길은 하루도 빼지 않고 죽은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25일에도 도로변에는 고라니, 개, 고양이, 뱀, 새 등이 죽어 있었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농민들이 농사를 짓던 강변 둔치가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이곳은 풀들이 사람 키 높이만큼 자라면서 관리가 안 되는 상태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야생동물의 서식처로 변하고 있다.

단독생활을 하며 물가를 좋아하고 잡풀이 무성한 수풀은 대형동물인 고라니가 서식하기 좋은 장소이다. 새벽과 해 질 녘에 활동하는 고라니는 도로를 이동하다 강렬한 차량의 라이트에 순간적으로 이동을 멈춘다. 때론 차량 불빛을 향해 달려들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차에 치어 죽은 고라니 사체가 많다. 오늘만 해도 다섯 마리 정도의 고라니가 사고로 죽어있었다. 깨끗한 상태로 죽어 고라니는 도로변 한쪽에 치웠다. 그러나 갈기갈기 찢긴 사체는 보기에도 끔찍했다. 결국 치우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도로의 차선 중간에 죽은 고라니를 피하려는 차량이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음을 내면서 갈지자를 그리며 달려간다. 40m 정도의 타이어 자국을 내고서 한쪽 도로변에 차량을 세운 운전자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야생동물 생태이동통로가 절실

충남 공주시 백제큰길에 고라니가 차에 치여 죽어 있다.
 충남 공주시 백제큰길에 고라니가 차에 치여 죽어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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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에 산다는 이 운전자는 "직장이 공주라서 매일같이 이 길로 다닌다. 예전에는 고라니가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2~3년 전부터 매일같이 도로를 뛰어다니는 고라니를 만난다. 최근에 잠시 한눈을 팔다가 죽은 고라니를 치고 넘어가면서 느꼈던 전율이 지금도 생생하다. 오늘은 다행히 반대편에서 차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담배를 피워 문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은 "사람들의 편의만을 고려해서 산허리를 잘라서 도로를 뚫어버린다. 그 길의 주인인 야생동물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고라니같이 큰 동물을 피하느라 교통사고로 다치고 죽기도 한다"며 "지금이라도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통로와 이동로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태그:#로드킬, #백제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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