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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오가면 월곡리 예산운전면허시험장 입구 사거리로 예산국토관리사업소가 가드레일(빨간 선)을 설치하겠다고 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충남 예산군 오가면 월곡리 예산운전면허시험장 입구 사거리로 예산국토관리사업소가 가드레일(빨간 선)을 설치하겠다고 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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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은 사과로 유명하다. 지난해 사과 값이 폭락하면서 농민들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예산군 오가면 월곡리 주민들은 마을에서 키운 사과와 배, 콩, 배추, 고추 등 농작물을 팔기 위해 사과판매점(예산군 특산품 판매점 39호점)에 로컬푸드 장터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주민들이 선택한 장소는 예산운전면허시험장 입구 사거리 부근(월곡리 95-1). 수덕사 IC와 300m 정도로 가깝지만 덕분에 차량이 많은 게 장점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예산국토관리사업소가 사거리 안전 문제로 판매점 입구에 가드레일을 설치한다는 계획이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주민과 오감면 이장단협의회는 주민동의를 받아 '운전면허시험장과 예산 수덕산 IC를 개설하면서 발생할 교통량 증가 및 사고 발생 위험을 미리 방지하지 않았고, 가드레일 설치로 사과판매점이 폐업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이 꿈꿨던 직거래 장터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예산국토관리소(아래 국토부) 소장 앞으로 제기했다.

'사거리 안전 문제'로 가드레일... 로컬푸드 장터 운영 '난항'

충남 예산군 오가면 월곡리 예산운전면허시험장 입구 사거리 도로변 과일가게 뒤쪽 건물이 들어서면서 민원이 제기된 상태다.
 충남 예산군 오가면 월곡리 예산운전면허시험장 입구 사거리 도로변 과일가게 뒤쪽 건물이 들어서면서 민원이 제기된 상태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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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제보를 받고 지난 23일 찾아갔다. 월곡리 마을은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서 5m 정도를 가다가 다시 좌회전해야 했다. 그러나 건너편 차선에도 차량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진해서 적당한 장소에서 유턴해서 돌아와야 할 정도로 복잡했다. 대부분 차량은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받아 사과판매점을 통해 뒷길로 이동하고 있었다.

기자가 왔다는 소식을 접한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굽은 허리에 투박한 손등, 까만 얼굴의 어르신들은 기자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 놓았다.

"배추 한 포기에 2백~3백 원에 팔기도 한다. 그나마 가격이 내려가면 그냥 갈아 엎어 버린다. 지난해 사과 값이 폭락하여 인건비는 고사하고 손해 보고 팔았다. 거름 치고 농약값, 품삯,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다 늙어서 큰돈을 벌려는 욕심도 없다. 하지만 손자들 용돈은 챙겨주고 싶다.

젊은 이장이 마을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가게에서 직접 팔면 가격도 좀 더 받는다고 해서 우리가 직판장을 만들려고 준비했다. 다행히 옆에 상가도 생기고 사람들도 많이 와서 좋다고 생각했더니 (국토부) 저기에서 입구를 막는다고 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주민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23년 전부터 해당 점포에서 사과를 팔았다. 이후에 21호선 국도가 만들어지고 고속도로까지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로가 만들어지고부터는 국토부가 사과판매점 주차장까지 포장해 주었다. 

문제의 발단은 과일가게 옆에 상가건물이 도로변 뒷길을 이용한다는 약속을 하고 건물 준공을 받으면서부터다. 그런데 건물주와 건설업자가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건물 입구를 막아 달라는 민원을 국토부에 넣었다. 결국 상가 앞에는 국토부가 8m 가드레일을 설치했고 추가 설치 계획도 잡혀 있다.

결국 건물주와 과일 판매점, 마을주민이 모여 협의했다. 건물주가 자비를 들여 도로에서 상가로 차량이 바로 들어가지 않고 돌아가도록 입구에 차단봉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 또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민 불편은 알지만,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

예산군 월곡리 지역주민과 오감면 이장단협의회가 지난해 12월 예산국토관리사무소 소장에게 보낸 탄원서.
 예산군 월곡리 지역주민과 오감면 이장단협의회가 지난해 12월 예산국토관리사무소 소장에게 보낸 탄원서.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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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국토관리사업소 담당자는 "지난 4월에 44m 정도의 가드레일 설치를 하려다가 상가와 사과판매점에서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서 6월 말에 설치하기로 답변을 받아 놓은 상태이다. 이 건으로 인해서 다른 곳에서 민원도 들어오고 언론 기사화도 있다. 교통사고가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주민 불편은 당연히 알고 있는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집행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차가 역주행한다는 민원도 있다. 가드레일 문제가 갑자기 공론화가 된 게 아니고, 2013년 9월부터 도로시설물 설치를 통보했다. '위험한데 왜 내버려 두느냐'는 민원이 제기된 상태다. 주민불편은 알겠는데 우리 측에서도 난처한 상황이다. 과일 가게도 차량이 진입해서는 안 되는 곳인데 지금까지 사용해 온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이강원 월곡리 이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건너편 IC 근처 마을의 진입로는 80m 정도로 가깝다. 마을 진입로가 없었는데 주민들이 데모를 하고 민원을 제기하면서 가드레일도 설치하지 않고 오히려 도로까지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40여 곳이 넘는 도로변 사과판매점 중 대형 판매점은 점용 허가를 받았다. 우리처럼 작은 규모의 영세한 부지를 사용하는 곳은 허가를 받고 싶어도 부지가 작아서 허가가 안 난다. 국토부는 여기뿐만 아니라 차후에 허가를 받지 않는 도로변 판매점에 다 가드레일을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가난한 농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국가에서 국비를 지원하는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소득사업으로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직영 판매소와 무인 판매소를 추진 중이다. 그런데 한 순간에 다 날아가게 생겼다. 국토부의 주장대로 (가드레일을) 막는다면 이전에 막았어야 한다."

주민들 주장대로라면 향후 20여 곳의 판매점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주민들은 예산군이 직접 나서서 국토부와 주민 간 중재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예산국토관리사업소는 지역민이 보낸 탄원에 '가드레일 건은 지역관계자와 기존 상가 주민들로부터 수차례 민원이 제기되어 관련 규정인 '도로와 다른 도로 등과의 연결에 관한 규칙' 제6조(연결허가 금지구간)에 따라 교차로 구간으로서 진·출입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다수의 민원이 제기되어 반드시 설치가 필요한 구간이다'는 답변을 보내온 상태다.

기자가 찾아간 월곡리는 가난한 마을로 보였다. 수확한 농산물을 헐값에 도매상에 넘기기보다는 직거래를 통해 소득을 높이려는 주민들의 강한 의지도 보았다. 국토부가 가드레일을 설치한다면 주민들은 몸으로 막겠다는 입장이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태그:#예산국토관리소, #가드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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