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이렇게 기쁠 수가'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 대 우라와 레즈 경기.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연장 후반 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고요한을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 최용수 '이렇게 기쁠 수가'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 대 우라와 레즈 경기.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연장 후반 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고요한을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날카로운 눈매의 최용수 감독도 승부차기 앞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가 수요일 밤 상암벌 하늘을 수놓았다.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2007년 이 대회 챔피언 우라와 레즈가 끈질기게 따라붙은 것도 놀라웠지만, 연장전 추가 시간 극장골 그리고 승부차기 대역전 드라마까지 입을 다물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 서울(한국)이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맞대결에서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7-6으로 짜릿한 뒤집기 승리를 거두고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올랐다.

2-0이면 끝난 거 아냐? 아냐!

헤딩슛 날리는 아드리아노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 대 우라와 레즈 경기. FC서울 아드리아노가 헤딩슛을 날리고 있다.

▲ 헤딩슛 날리는 아드리아노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 대 우라와 레즈 경기. FC서울 아드리아노가 헤딩슛을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홈팀 FC 서울은 일주일 전에 사이타마에서 열린 1차전 원정 경기에서 토모야 우가진의 왼쪽 측면 크로스가 뜻하지 않게 골이 되어버린 일명 '크로슛' 한 방을 얻어맞고 고개를 숙였다. 지독한 골 결정력 부족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 열린 홈 경기에서 시원한 승리로 8강에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당연히 데얀 다미아노비치-아드리아노의 단짝 골잡이가 맨 앞에 섰다. 그리고 29분에 귀중한 선취골로 먼저 한숨을 돌렸다.

우라와 레즈 수비수 엔도의 패스를 FC 서울의 보물 골잡이 아드리아노가 기막히게 가로챘고 이를 곧바로 데얀 다미아노비치에게 밀어줘 가볍게 선취골을 완성했다. 약 6분 전에 아드리아노가 데얀에게 결정적인 선취골 기회를 만들어줬을 때 성공시키지 못한 미안함까지 담아서 데얀의 진심 어린 감사의 표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이 점수판은 그대로였다. 선취골 분위기 그대로 홈팀 FC 서울이 가볍게 8강행을 결정하는 흐름이 아니었다. 그만큼 우라와 레즈의 수비 조직력이 돋보였다. 그들이 현재 J1리그에서 11경기 6실점(리그 최소 실점 1위, 2위 가시마 앤틀러스 9실점)의 좋은 수비력으로 3위에 올라 있다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경기였다.

그렇게 연장전(1, 2차전 합산 점수 1-1)이 이어졌고 4분도 안 되어 홈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미드필더 주세종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후반전 교체 선수 박주영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며 골잡이 아드리아노를 빛냈다.

가뜩이나 지친 연장전에서 아드리아노의 이 추가 골은 8강행을 확정하는 결승 골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우라와 레즈 선수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명승부가 지금부터 본격화된 셈이었다.

'고요한', 연장전 극장골

극적인 골의 주인공 고요한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 대 우라와 레즈 경기. FC서울 고요한이 연장 후반 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극적인 골의 주인공 고요한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 대 우라와 레즈 경기. FC서울 고요한이 연장 후반 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라와 레즈는 일본 J리그 전통의 강호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렸다. 지친 선수들은 연장전에 추가 골까지 얻어맞고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 그들에게 '포기'라는 단어는 없었다.
연장전 전반전도 지나고 후반전에 극적인 반전 드리마가 만들어졌다. 연장전 22분 우라와 레즈의 만회 골이 터진 것이다. 침착하게 패스 줄기를 완성한 우라와 레즈의 교체 선수 고마이 요시아키가 결정적인 헤더 패스로 반대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 타다나리(이충성)를 빛냈다. 역습 패스 흐름을 반복해서 훈련한 효과가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자이니치로 널리 알려진 리 타다나리는 그로부터 3분 뒤에 더 놀라운 발리슛 동점 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단순한 동점 골이 아니었다. 1·2차전 합산 점수로 3-2가 되어 우라와 레즈가 8강에 올라간다는 뜻이었다.

이에 1만4173명의 홈팬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연장전이었지만 2-0의 점수판이면 쉽게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우라와 레즈 선수들의 열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지쳤다고 해서 여기서 주저앉기에는 너무 억울한 FC 서울이었다. 연장전도 추가 시간 3분이 표시되고 그로부터 1분이 거의 다 흘러갈 시간에 이른바 '극장 골'이 터졌다. 오스마르의 패스를 받은 고요한이 오른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공을 몰고 오다가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렸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날카롭게 휘어 날아가 우라와 레즈 골키퍼 니시카와 슈사쿠 손을 스치며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전 극장 골도 심장이 멎을 듯한 것인데 연장전 추가 시간 극장 골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먼저 2골을 넣은 FC 서울이 8강행을 확정 지을 것 같았던 흐름은 우라와 레즈 쪽으로 넘어갔고, 다시 그 흐름이 바뀐 지 약 7분 만에 또 하나의 반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이렇게 두 경기 합산 점수 3-3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승부차기가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연장전까지의 점수판은 FC 서울의 3-2 승리로 끝났지만, 홈&어웨이 합산 점수로 진정한 승리 팀을 가려야 했다. 선수들은 피 말리는 11m 앞에 섰다.

승부차기도 대역전 드라마

유상훈 '우리가 이긴다!'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 대 우라와 레즈 경기. FC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승부차기 때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우라와 골키퍼 니시카와 슈사쿠.

▲ 유상훈 '우리가 이긴다!'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 대 우라와 레즈 경기. FC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승부차기 때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우라와 골키퍼 니시카와 슈사쿠. ⓒ 연합뉴스


심리적으로 유리하다고 하는 승부차기 선축 기회는 원정팀 우라와 레즈의 몫이었고 주장 완장을 찬 미드필더 아베 유키가 첫 번째 키커로 나왔다. 이를 상대하는 FC 서울의 골키퍼는 페널티킥 반응 속도가 남다른 것으로 이름을 날린 유상훈이었다.

아베 유키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유상훈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내는 듯 보였지만 아쉽게도 그의 손끝에 맞고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베 유키의 미소는 안도의 한숨으로 보였다. FC 서울의 첫 번째 키커 아드리아노도 오른발 킥 실력을 맘껏 자랑하며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승부차기 첫 번째 고비는 FC 서울의 세 번째 순서에서 만들어졌다. 믿었던 주장 오스마르의 왼발 인사이드 킥은 너무 힘이 들어가서 크로스바를 넘겼다. 골문 뒤 우라와 레즈의 원정 응원단은 재역전 승리의 기회를 잡았다며 환호했다.

FC 서울로서는 이제 골키퍼 유상훈만 믿어야 했다. 그런데 우라와 레즈의 다섯 번째 키커가 의외의 인물이었다. 이례적으로 골키퍼 니시카와 슈사쿠가 가장 떨리는 자리에 선 것이다. 그의 왼발 인사이드 킥을 유상훈이 침착하게 막아냈다. 미리 한쪽을 선택하여 몸을 날리지 않고 발동작을 끝까지 주시했던 것이 반전 포인트였다.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고요한까지 성공시켜 4-4의 점수판이 만들어졌으니 그때부터는 정말로 살얼음판 끝장 대결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여덟 번째 키커에서 마지막 드라마가 완성되었다.

우라와 레즈의 후반전 교체 선수 고마이 요시아키가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천천히 몸동작을 쓸 때 유상훈은 끌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유상훈이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그 공을 쳐 냈다. 고요한의 연장전 극장 골에 이어, 유상훈이 이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FC 서울의 마지막 기회는 수비수 김동우가 오른발로 시원하게 차 넣었다. 1만4173명 FC 서울 홈팬들은 밤 10시 반이 다 되어서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축구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1-0' → 연장전 '2-0' → 연장전 '2-2' → 연장전 '3-2' 극장 골 → 1, 2차전 합산 점수 '3-3' → 승부차기 '7-6' 8강 진출 시나리오는 이 명승부를 직접 지켜본 사람만이 그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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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결과(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 FC 서울 3-2 우라와 레즈 [득점 : 데얀 다미아노비치(29분,도움-아드리아노), 아드리아노(연장 4분,도움-박주영), 고요한(연장 30+2분,도움-오스마르) / 리 타다나리(연장 22분), 리 타다나리(연장 25분)]
- 1, 2차전 합산 점수 3-3 무승부(연장전의 경우 어웨이 골 우대 규정 적용 안 함)
- 승부차기 7-6으로 FC 서울 8강 진출!
축구 FC 서울 챔피언스리그 유상훈 고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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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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