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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여성살인사건 희생자 추모하는 정춘숙 당선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21일 오후 강남역 부근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 강남역여성살인사건 희생자 추모하는 정춘숙 당선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21일 오후 강남역 부근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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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강남역 10번 출구. '점심 뭐 먹을까', '여기 출구 앞이야' 등 사적 대화가 오갔던 이곳에서 '여자라서 죽었다', '여성혐오를 멈춰라' 등 여성 문제를 둘러싼 공적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비례대표)를 만난 것은 바로 이날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 침묵행진' 현장에서였다. 대부분 20, 30대 여성이 참가한 침묵 행진 대열 속에서 흰 우비를 입고 국화꽃을 든 정 당선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처음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가가 "어떻게 오시게 됐나"하고 물었다(관련기사 : "23살 여자인 나도 죽일건가요?"21일 오후 5시 강남역 10번 출구 주변은 뜨거웠다).       

"젊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전체의 문제니까요. 우리 어머니와 딸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왔어요."

인터넷에 정 당선자의 이름을 검색하니, 그가 강남역에 나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3번으로 갓 정치에 입문한 정 당선자는 '여성폭력 수사반장'으로 불린다. 한국여성의전화 상근 활동가 경력 24년 덕분에 붙은 별명이다. 숱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관련 범죄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가정폭력방지법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화에도 참여했다.

여성운동가 출신의 정치인이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수집한 목소리는 어떤 것이었을까. 논쟁의 도마에 오른 여성혐오를 그는 뭐라고 정의 할까. 국회 문턱을 넘었으니 앞으로 관련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직접 찾아가 묻고 싶었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 당선자를 다시 만났다. 그가 한 시간 여의 인터뷰 동안 말한 요지는 결국 하나였다. "여성혐오는 결국 남녀 모두, 인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강남역 사건, 여성 표적한 여성혐오 범죄가 맞다"

- 지난 22일, 경찰은 "편견이 공격으로 이어지는 혐오 범죄와 다르다"며 강남역 사건을 혐오범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선자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나.
"이번 사건은 여성을 표적으로 한 여성혐오 범죄가 맞다. 피의자가 말한 (살해) 동기도 '여성을 죽이려고 했다'였다. 이 여성을 죽이기 전, 남성 6명을 돌려 보냈다. 여성을 표적으로 한 것이다. 묻지마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여성을 특정했다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묻지마 범죄로 볼 수 없다. 치안강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이지만, 사실 그 말은 여성에겐 전혀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그런 (한국의)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그런 발표를 한 게 아닐까."

-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분위기는 어땠나.
"굉장히 화가 많이 났고, 또 슬펐다. 젊은 친구들이 그렇게나 많이 나왔지 않나. 젊은이들의 문제만도 아니다. 전날(24일) 뉴스에도 나왔는데, 어떤 남성이 여성 노인을 추행한 다음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슬프고 두려우면서도 나도 당사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복합적인 심정이었다."

- 당시 현장에 있던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이 "당신들이 말하는 여성혐오가 뭐냐"라고 묻기도 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인터뷰에 앞서 나도 한 번 (혐오란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찾아봤다. '혐오. 미워하고 싫어함'. 이렇게 써 있더라. 멸시, 차별, 폭력, 살해까지, 이런 게 여성혐오의 전체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한다. 여성혐오는 이번처럼 살인 사건만 말하는 게 아니라 여성을 멸시, 하대, 차별, 추행하고, 죽이는 모든 걸 여성혐오라고 한다."

- 이번 사건으로 여성혐오 문제가 촉발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폭발한 거다. 이 사건이 터지면서 대부분의 여성이 (지금까지의 억압에)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침묵행진을 했던) 그날, 저뿐 아니라 나이 든 여성들이 와서 그동안 겪은 여성폭력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젊은 여성들도 그 말에 크게 공감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24년 동안 일하며, 많은 여성 살인 사건을 봐왔다. 이런 사건들이 지금까지 계속돼 온 것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일간베스트와 메갈리안의 논쟁이 이어졌다. 그런 논쟁이 (이번 사건으로) 오프라인에서 터진 거다. 어느 날 갑자기 여성혐오가 생긴 게 아니다." 

- 일부에선, '강간을 제외한 살인 등은 통계적으로 남녀 큰 차이가 없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 살인이기 때문에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보통 살인 사건은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여성들은 남편이나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여자가 남자보다 많이 죽네, 적게 죽네를 평가할 게 아니다. 전체 강력 사건에서 여성이 피해를 많이 입는 것이 사실이고 여성은 그 사실에 큰 공포감을 느낀다. 여성이 남성을 해하는 것과, 남성이 여성을 해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공포의 유무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여성들이 굉장히 공포를 느끼고 있잖나. 나도 사건 이후 '공중화장실을 가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24년 동안 여성단체에서 일한 사람도 이런다. 누가 어떻게 공포를 느끼고, 일상 생활을 제한 당하는가를 먼저 봐야 하는 거다."

- 통계의 함정이라는 것인가.
"데이트·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선 남녀 가해자를 구분할 때 누가 먼저 시작했고, 누가 더 피해를 받고, 누가 더 삶에 영향을 받는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걸 고려하지 않는다. 쌍방을 고소해 똑같이 조사하고 똑같은 가해자가 된다. 상담을 해보면, 가해자인 여성은 대부분 피해자인 경우가 많았다. 폭력에 대한 대항 폭력이었던 거다. '통계가 몇 퍼센트 나왔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은 요소를 따져봐야한다는 거다. 통계에서 남성, 여성 가해자 수치가 같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건 본질을 왜곡하는 거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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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털릴까 무서워서 마스크 쓰며 추모, 이 현장 자체가 한국 여성의 현실"

- 일부에선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고 있다거나, 성 대결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학교 체벌 금지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모든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않는다. 모든 교사가 가해자는 아니지만, 어떤 아이들도 피해자가 되어선 안 되기 때문에 그것을 법률적으로 제한한다는 취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남성들이 잠재적 가해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일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 이 사건을 여성혐오로 보고, 관련 규정을 마련하자는 거다."

- 억압이나 공포를 겪는 이들에게 이성을 요구하는 게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공감을 해야하는 거다. 침묵행진 현장에서도 보지 않았나. '너네 추모하러 왔는데 신상 털릴까봐 공포 느끼면서 추모한 적 있어?'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그 동안 많은 추모현장에 가봤지만, 신상 털릴까봐 걱정하면서 추모하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마스크를 그런 이유로 썼다는 게 정말 안타까웠다. 이미 그 장소에도 여성혐오가 있는 거다. 그런 장면이 이미 한국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일부 남성들은 혐오라는 단어를 쓰는 게 여성들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 이롭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혐오라는 말을 써야하는 사람이 있다면 써야 한다고 본다. 또 저처럼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 표적살해라고 써도 된다. 그것 때문에 내부에서 지지고 볶고 싸울 필요는 없다. 저보고 너무 느슨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동안 내 경험에 비춰 보면 용어에만 목숨 걸 일은 아닌 거 같다. 물론 혐오라고 명명하며 강하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어쨌든 서로 이게 맞다, 틀리다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어떻게 해석하고 관계 맺고 연대하느냐가 중요하다. 이것도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느슨한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 혐오는 인종, 민족, 종교 등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현상인데, 유독 여성혐오만 그 사용에 대한 반발이 크다.
"여성이 제일 만만해서 그런 거 아닌가. 또 하나는 인정하기 싫어서 아닌가. 예를 들어 미국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발언을 대놓고 할 수 있나? 못한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박살나기 때문이다. 종교는 말할 것도 없다. 전쟁까지 부를 수 있는 사안이다. 민족 문제도 마찬가지고. 혐오라는 이름이 붙은 집단을 보면, 여성과 동성애자 등 대개 약한 집단이다. 그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싫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다."

- 피해자 중심의 추모·성찰보다, '여혐-남혐 논쟁'이 벌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논쟁이 발생한 것은) 이해한다. 일베가 쓴 글을 보면서 나도 확 화가 밀려오고 그랬다. 하지만 활동가로 살면서 일반적인 여성보다 강한 여성 의식을 갖고 있는 남성도 많이 만났다. 나는 그 사람들을 동지라고 생각한다. 여성혐오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결과적으로 인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상적 사고 방식을 가진 여성과 남성이라면 이 문제에 공감할 것이다. 여성들이 일시적으로 비난을 가할 수는 있다. 지금까지 당한 게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계속 그런 방식을 가져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 일시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흑인 여성운동가 벨 훅스는 여성주의를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계급주의, 이성애주의를 포함한 모든 차별과 억압을 제거하려는 헌신이다'라고 정의내렸다. 그런 여성주의적 가치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가치와 같다고 본다. 더 많은 사람과 연대하는 게 더 중요하다. 화가 나서 욕을 하는 것은 잠깐이다. 싸우려면 힘이 필요하다. 분노를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인터뷰 (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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