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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공계 출신에게 부여해오던 병역특례제도를 2023년까지 전면 폐지하고자 한다는 국방부의 입장이 발표됐다.

병역 특례제도는 전문연구 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을 말한다. 산업기능요원은 군복무 대신 산업체에서 2년10개월 혹은 2년2개월을 일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따로 학위가 자격조건이 되지 않는다.

전문연구요원은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는 인원이 군에서 21개월 복무하는 대신에 연구개발 분야에서 3년을 대체복무하는 것이다. 이 전문연구요원은 석사학위까지만 수료할 경우와 박사학위까지 수료할 경우의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먼저 박사학위를 수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 자체를 대체복무로 인정해주는데, 단 박사학위 입학 전에 전문연구요원 시험을 봐서 합격을 해야한다. 석사학위까지만 수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따로 시험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산업기능요원처럼 특정한 전문연구요원을 채용할 수 있는 업체에서만 근무해야지만 대체복무로 인정받게 된다.위에서 밝힌 바처럼 전문연구요원은 대체적으로 이공계 관련 분야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공계 병역특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국방부는 바로 이 이공계 병역특례인 전문연구요원의 수를 2018년 2500명, 2020년2000명, 2021년1500명, 2022년 500명으로 점차 줄여서 종래 2023년에는 전면 폐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병역 자원의 감소로 인해 불가피한 사항"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몇몇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번째, 병역자원의 감소로 병역특례를 없애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2012, 2013년 입영지원자는 징집인원의 수를 상회하고 있다. 이때 입영에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는 다음 년도에 지원하게 되고 입영지원자의 수는 점차 쌓이게 되어 갈수록 많아질 상황이다.

심지어 병무청 홈페이지에는 국민의 의무 때문에 억지로 가야 하는 군대에 입영지원을 하고도 입영통지서를 받지 못한 청년들로부터 "제발 군대 좀 붙여주세요"라고 말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역자원의 감소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두 번째, 과학기술의 발전을 포기한 것인가? 과거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고 주변 선진국의 압박 속에서도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토대는 이공계 분야였다. 이공계 병역특례가 폐지가 되면 과학기술의 발전에 제동이 걸리게 될 것은 자명하다.

2011년 서울대와 KAIST, 연세대 이공계 대학원생 150명을 대상으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폐지될 경우 서울대 43.3%, KAIST 41.4% 연세대 40.4%의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가겠다'고 응답했다. KAIST 강성모 총장은 "전문연구원제도의 폐지, 축소 논의는 안타까운 일이며 그간 이 제도를 통해 많은 학생이 연구의 방해 없이 공부를 해나가 국가 경쟁력의 향상을 일구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인 이공계를 죽이는 방침을 일절의 방안 없이 내세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출처:한국 무역협회
▲ 한국 기업의 반도체 수출 추이 출처:한국 무역협회
ⓒ 홍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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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처럼 우리나라의 반도체는 수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는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우수하고 우리나라 경쟁력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대만이 합심하여 경쟁에 뛰어들고 DRAM보다 더욱 빠르고 비휘발성, 저전력 메모리 소자인 FeDRAM 등 개발하고 있는 등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공계에 대한 압박은 옳지 않다.

세 번째, 정부와 국방부의 상반된 입장이다. 이공계 병역특례폐지는 국방부의 일방적 주장이다. 정부 역시 국방부의 이같은 입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교육부에서는 프라임 사업으로 국방부의 이공계 특혜 폐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이공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나의 몸에서 서로 상반된 길을 가려하다 보면 찢어지기 마련이다.

세계 유일의 휴전국가인 우리나라는 국방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어떠한 대응 방안 없이 국가경제 발전의 기초가 되는 과학기술을 죽이고 국방에 힘을 싣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자랑하는 세종대왕 역시 외래의 침략이 활발하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끈을 놓지 않았다. 과거 위인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인성만이 아닐 것이다.


태그:#이공계 병역특례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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