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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시의 대표적인 농민정책인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이 농촌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호평 받고 있다. 마을 공동급식을 위해 나주시는 식재료비와 농사일에 쫓기는 여성 농민을 대신해 새참이나 점심을 준비하는 급식 도우미(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나주시 남평읍 우산리 우진마을 주민들이 경로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나주시의 대표적인 농민정책인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이 농촌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호평 받고 있다. 마을 공동급식을 위해 나주시는 식재료비와 농사일에 쫓기는 여성 농민을 대신해 새참이나 점심을 준비하는 급식 도우미(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나주시 남평읍 우산리 우진마을 주민들이 경로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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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에는 봄·가을에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점심'이 있다. 나주시의 대표적인 농민정책인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이하 공동급식)이 그 것이다.

"끼니 챙기기도 바쁜 농사철에는 이만한 효자가 없지."

나주 남평읍 우산리 우진마을에 사는 양승남(67)씨가 '효자'라며 반긴 공동급식은 바쁜 농사철에 마을 주민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서 모여 함께 점심 식사를 하도록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바쁜 일손 덜어주는 '농번기 효자', 마을 공동급식

마을 공동급식을 위해 나주시는 식재료비와 농사일에 쫓기는 농민을 대신해 점심을 준비하는 급식 도우미(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 일부를 인건비로 쓸 수 있지만, 밥을 짓고 반찬 만드는 일은 음식 솜씨가 좋은 부녀회원들이 맡는 마을이 많다. 인건비를 아껴 먹거리 구입에 쓰기 위해서다. 마을 주민들은 직접 재배한 상추, 배추, 고추, 과일 등을 가져와 나눠 먹기도 한다.

"혼자든 둘이든, 바쁠 때는 끼니를 놓칠 때가 많지. 혼자 사는 분들은 입맛도 없으니까 안 먹기도 하고. 그런데 젊은 양반들이 그날그날 장 봐와서 맛난 반찬에 상을 차려주니 좋지. 시간도 아끼고, 마을 사람들이 모태서 먹으니까 집에서 먹는 것 보다 훨씬 맛나고. 여유도 좀 생기는 것 같다."

우진마을 송창교(79)씨는 "좋은 사업"이라며 "혼자 된 분들에게 제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진마을의 40여 가구 중 2인 이상 가구는 여덟 가구 정도이고, "마을에서 가장 젊다"는 60대는 다섯 명 뿐이다.  홀로 사는 70대 이상 주민이 많아 공동급식이 어르신들의 건강 챙기기에도 한몫하고 있다.

김화자(77)씨는 "밥심으로 (일)해야 하는데 혼자이다 보니 끼니를 거르게 된다"라며 "집에서는 반찬 이랄 것도 없는데 부녀회에서 맛난 반찬에 밥을 해주니 그나마 먹는다"고 만족했다. 홍점순(84)씨는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재미지"라며 "부녀회가 고생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나주시가 전국 최초로 공동급식을 도입·시범운영한 것은 2007년이다. 다음 해 1월 조례를 제정, 86개 마을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농촌 인구 감소로 부족한 일손을 보태고, 특히 농사는 물론 식사 등 집안일까지 돌봐야 하는 여성 농민의 가사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했다.

농민 고령화·여성화에 주목한 나주시... 전국 최초로 도입

마을 공동급식을 위해 나주시는 식재료비와 농사일에 쫓기는 여성 농민을 대신해 새참이나 점심을 준비하는 급식 도우미(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진마을처럼 부녀회원들이 직접 점심을 준비해 인건비를 아끼고 식재료비 지출을 늘리는 마을이 많다. 사진은 우진마을 부녀회장 김재임 씨가 점심을 준비하며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마을 공동급식을 위해 나주시는 식재료비와 농사일에 쫓기는 여성 농민을 대신해 새참이나 점심을 준비하는 급식 도우미(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진마을처럼 부녀회원들이 직접 점심을 준비해 인건비를 아끼고 식재료비 지출을 늘리는 마을이 많다. 사진은 우진마을 부녀회장 김재임 씨가 점심을 준비하며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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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는 공동급식 도입 당시부터 농촌·농민의 인구·농가 구조 변화 추이에 주목했다. 2014년 농림어업조사(표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농가 경영자의 연령별 분포는 70세 이상이 무려 39.7%, 60대 이상이 29.5%로 고령화가 뚜렷하다. 여기에 2014. 12. 현재 농가 112만여 가구 중 2인 가구 비중은 50.4%, 1인 가구도 16.6%를 차지했고, 전년에 비해 1인 가구는 2.5% 증가한 반면 2인∼5인 이상 가구는 모두 감소했다. 여성 농민 비율 역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추세는 과거에 비해 심화되고 있다.

농촌 인구 감소·농민의 고령화와 여성화·1인 가구 비율 증가 등은 노동력 부족 등을 초래했다. 자연스레 여성 농민의 노동 부담은 커졌고, 이는 여성 농민들의 해결 과제 중 하나였다.

지난 201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3000 농가를 대상으로 벌인 <여성 농업인 실태조사> 결과, '여성 농업인의 시급한 해결 과제'로 ▲여성 농업인의 가중한 노동 부담 경감(응답자 31.3%) ▲여성 농업인을 위한 복지시설 확충 및 복지제도 확대(28.7%)를 꼽았다.

올해 공동급식 도입 10년째인 나주시는 "농업 인구 구조 변화 등에 적절하게 대응한 맞춤형 복지정책 모델"이라는 평가와 농민의 호응에 지원 대상·기간·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도입 초기부터 2010년까지는 급식 도우미 인건비만 지원했다. 마을 자체적으로 균형잡힌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데 한계가 있어 2011년 이후부터 식재료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사업 대상은 2010년 60개, 2011년 175개, 214년 288개, 2016년 326개 마을로 꾸준히 증가했다.

나주시가 지원하는 공동급식 기간은 상반기(4∼6월) 20일, 하반기(9∼11월) 20일이다. 주민 수가 열다섯 명 이상인 마을이 사업을 신청할 수 있고, 분기별로 한 마을에 160만 원(인건비 한도 : 60만 원)까지 지원된다. 1개 마을을 기준으로 하면, 1년에 최대 320만 원까지 예산을 지원 받아 40일 동안 공동급식을 할 수 있다. 올해 나주시는 예산 5억여(도비 4680만) 원을 확보해 상반기 171개, 하반기 155개 마을에서 운영한다.

나주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전남도 등 공동급식을 도입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전남도는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했다. 나주시의 경우, 올해 사업 대상 326개 마을 중 98개 마을이 전남도 지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농민 만족도 높아 전국으로 확대...일부 마을, 자체 기금으로 추진

 농촌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사업은 나주시가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 시행했다. 공동급식이 성과를 내면서 지역 사회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 농협중앙회 나주시지부는 나주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비 4700만 원을 지원했다. 사진은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다.
 농촌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사업은 나주시가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 시행했다. 공동급식이 성과를 내면서 지역 사회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 농협중앙회 나주시지부는 나주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비 4700만 원을 지원했다. 사진은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다.
ⓒ 나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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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급식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전남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확인 할 수 있다. 17개 시·군의 506개 마을 대표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5%가 "만족한다"(매우 만족 44%·만족41%)고 답했다.

공동급식의 효과로 '주민 유대 강화와 취사 부담 경감'(77%), '농업 생산성 향상'(17%)을 꼽았다. 2014년 조사 때는 '주민과 유대 강화'(43%), '취사 부담 경감'(30%), '농업 생산성 강화'(26%) 순이었다.

공동급식은 마을공동체 활성화, 농촌 노인 복지 측면에서도 평가받고 있다. 김재임(67) 우진마을 부녀회장은 "우리 마을은 홀로 사시는 70, 80대 어르신이 많으신데 공동급식하면서 안부도 묻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라며 "그냥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어르신들 건강도 챙겨드리고 주민 화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지만 시의 정책이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산포면 하지리 경우 시 지원금에 마을 기금을 보태, 공동급식 기간이 크게 늘었다. 농협중앙회 나주시지부가 지난해 업무협약을 통해 47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지역 사회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나섰다.

강원철(60) 하지리 이장은 "지원금으로 일주일에 (공동급식을)2∼3회 정도하는데 우리 마을은 거의 날마다 하고 있다"라며 "7∼8년 식구처럼 공동급식을 하니 주민들이 좋아하고, '부녀회 기금을 보태서 자체적으로 더 하자'는 의견이 있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

그는 "모든 마을에 똑같은 예산을 지원하다 보니 주민이 많은 우리 마을의 경우 지원금이 좀 아쉽다"라며 "가구 수, 주민 수를 감안해서 차등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나주시 농업정책과 한 관계자는 "마을 리더와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 협력 등을 통해 공동급식이 마을공동체 활성화뿐 아니라 마을복지 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라며 "(주민의) 과다한 의존성를 경계하면서 개선 방안도 꾸준히 마련해 가겠다"고 밝혔다.


태그:#나주시 농민정책,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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