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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5월의 폭염에 시달리던 24일, 일을 마치고 느즈막이 서울 남산에 갔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수목이 울창해 시원하고, 무엇보다 해가 저문 뒤에도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산 전체가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 등산화를 신고 산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산이라 많은 시민들,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요즘엔 남산 자락을 에둘러 한 바퀴 걸어볼 수 있는 둘레길도 생겨 더욱 좋다. 남산의 들머리로 삼은 국립중앙극장을 지나 남산 꼭대기에 있는 서울N타워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오후 7시가 훨씬 넘은 시각, 서서히 땅거미가 져가도 걱정 없이 청정한 산속을 거닐 수 있다니 남산이 참 고마웠다. 무상무념 속에 걷는 고즈넉한 산속 산책길,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남산 산책로 옆으로 쉴 새 없이 오가는 대형관광버스들.
 남산 산책로 옆으로 쉴 새 없이 오가는 대형관광버스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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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N타워를 가는 시내버스도 관광버스와 같은 길을 운행한다.
 서울N타워를 가는 시내버스도 관광버스와 같은 길을 운행한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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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N타워를 오가는 시내버스였다. 시민들이 산책하는 산 속을 오가는 게 미안했는지 버스 옆구리에 '천연가스'라고 크게 써놨다. 높지도 않은 공원 같은 산에 버스가 다닌다는 게 오래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지만, 공해를 덜 내뿜는 가스를 쓴다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뒤이어 큰 관광버스들이 산책로 옆을 스쳐 지나가 좀 놀랐다. 한두 대가 아니다. 서울N타워까지 가는 동안 수십 대의 관광버스와 작은 승합차들이 줄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차에서 내뿜는 기분 나쁜 소음과 매연. 더구나 오르막길이다 보니 저단 기어에서 더 많은 양의 오염물질이 뿜어져 나왔다. 숲 속 산책로라 그런지 더욱 심각하게 느껴졌다. 남산길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서 가방에 있는 황사 마스크를 꺼내 쓰고 말았다.

안 그래도 도심 속 미세먼지가 심해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난감한데, 산에 와서도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쓰게 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평일이었는데도 이렇게 많은 차량들이 오가는데 주말엔 얼마나 많은 차들이 올지…. 365일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버스의 공해와 소음으로 인한 남산의 동물들과 생태계도 심히 걱정됐다.

서울N타워 주차장이 모자라 산책로까지 점유한 승합차들.
 서울N타워 주차장이 모자라 산책로까지 점유한 승합차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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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이라 소음과 매연이 더 심하다.
 오르막길이라 소음과 매연이 더 심하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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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올라간 서울N타워 앞은 대형버스, 승합차들로 그야말로 점입가경. 버스정류장 주변 주차장 외에 진입로 밑 산책로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올라온 차량들이 점유하고 있었다. 이건 너무 심하다 싶어 주차를 관리하는 분에게 가봤다. 미처 말문을 다 열기도 전에 아저씨는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매우 심각합니다, 주변 동네 주민들은 물론 항의하는 시민들이 많아요. 서울시에 민원 좀 넣어주세요."

오히려 민원을 요청하는 주차 관리 아저씨도 얼굴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하루에 평균 500대의 버스들이 오간단다. 저녁 나절 잠시 산책하는 가운데도 이렇게 차량들이 많은 걸 보면 과장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시내버스를 제외한 차량들은 대부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와 승합차였다.

고즈넉한 산속 정취를 깨는 대형버스들.
 고즈넉한 산속 정취를 깨는 대형버스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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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관광객 유치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좋다고 하지만, 산속에까지 매연을 뿜으며 관광객을 나르는 건 좀 아니지 않는가. 남산은 높지 않은 데다 곳곳에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남산 케이블카도 있다.

주차장을 산 아래 가까이에 마련하고 내외국인 모두 걸어 오를 수 있는 방안을 서울시에 강력히 제안한다. 저녁 퇴근 후 남산 길을 걸어보시라. 소음과 매연을 뿜으며 산을 오가는 차량들로 신음하는 산과 시민들의 모습, 정말 심각하다.


태그:#남산, #남산 둘레길, #남산공해, #서울N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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