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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의 시굴다 지역에서 운좋게 한국인 언니를 만났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동행했다.
 라트비아의 시굴다 지역에서 운좋게 한국인 언니를 만났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동행했다.
ⓒ 이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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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조금 특별한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들이 흔히 가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한번 다녀오고 싶었거든요. 그때, 문득 '대륙과 대륙 끝을 육로로 다니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스물두 살 대학생 이유경은 2015년 6월 22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발트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폴란드·독일·네덜란드로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었다. 만류했던 부모님도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은 그의 여정을 응원하기로 했다.

여행을 다녀온 그녀가 지금은 더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 여행길에서 만난 인연이 준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어린이들에게 되돌려주고자 한 것이다. 2016년 크리스마스 날, 여행산문집 출간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어린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

일명 산타클로스 프로젝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지난 4월 6일부터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목표액 250만원을 채웠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서 어학연수 중인 그녀와 지난 4월 29일 이메일로 산타클로스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여행에 대한 두려움과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가짐이었나요?
"일단 부모님께는 먼저 말씀을 드리지 않고, 제가 스스로 모아온 돈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러시아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어요. 그 후, 부모님께 '육로를 통해서 유럽에 들어가고 싶다. 러시아와 발트3국이 너무 궁금하다'라며 통보식으로 전했어요.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반대하시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행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왜 러시아에 가느냐? 그런 고생하는 여행을 왜 하느냐?'며 제게 계속해서 물으셨어요. 그래서 저 자신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것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 '주위 사람들에게 괜한 걱정을 주는 것은 아닐까?' 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어요. 떠나는 날까지 망설여졌지만, 한편으로는 예약해 놓았던 것을 취소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저는 '이왕 떠나는 것 진짜 멋진 여행을 하고 오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을 들려주겠어요?
"수많은 인연을 만났지만 러시아에서 만난 인연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 있어요. 특히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만났던 인연이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러시아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어요.

인종차별이 심하다, 차갑다, 무섭다 등 러시아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미지에 대해서 따뜻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직접 이들과 함께 가까이서 지내보니, 너무나 따뜻함을 느꼈어요. 제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고 여행 중인 저를 부러워했어요.

한국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자기 몸 만한 배낭을 메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탄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고 그랬어요. 제 여행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며 서로 엽서도 교환하고 행복한 열차 생활을 보냈어요."

처음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탈 때, 내 앞에 앉았던 아주머니.
아주머니의 친절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처음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탈 때, 내 앞에 앉았던 아주머니. 아주머니의 친절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 이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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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들었어요.
"이르쿠츠크에서 중앙버스터미널을 찾아갈 때였어요. 호스텔에서 가져온 지도를 들고 길을 물으며 찾아갔어요.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지 못했기에 알아듣기 힘들었죠.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까.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중앙버스터미널 위치를 물어보았어요. 그 학생과 같이 있던 친구가 짧은 영어로 따라오라고 했어요.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 친구들을 믿고 저는 따라갔고, 덕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어요."

- 텀블벅에서 여행산문집 출간과 기부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산타클로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책 출간을 위해 쓰인 비용 외 수익을 아동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했죠?
"책을 쓰는 이유는 제가 어렵게 용기 내서 도전한 여행을 기록해두고 싶어서죠. 글 재주도 없고, 대단한 여행을 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했지만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계셨기에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는 것에도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어요. 그런데 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나를 위해 쓰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한참을 고민하던 중, '책을 팔아 그 수익으로 기부를 하자'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었어요.

조금 더 특별하게 사람들이 동참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기부하면 모두가 산타가 될 수 있는 멋진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산타클로스 프로젝트죠."

이르쿠츠크에서 중앙버스터미널을 알려준 러시아 친구들. 덕분에 너무나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스바시바!(감사합니다)
 이르쿠츠크에서 중앙버스터미널을 알려준 러시아 친구들. 덕분에 너무나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스바시바!(감사합니다)
ⓒ 이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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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시간 내에 목표액 250만원을 달성했어요.
"보람과 함께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한 달도 안 돼 금액이 모였으니까요. 생각보다 제 프로젝트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 몰랐어요. 감사하며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 기부 진행은 어떻게 되나요?
"귀국일은 8월 23일이에요. 9월 말 안으로 출판사를 알아보는 것이 목표죠. 그리고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후원금과 추가적인 수익금을 아동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작은 변화가 일어나길 희망하나요?
"제 여행 이야기를 읽고 많은 분들이 여행하는 데 있어 조금은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여행이든 좋으니까요. 그럼 분명히 어떤 도움이든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 크기가 설령 작더라도 어쨌든 도움을 받은 것이니까요. 그 받은 도움이 다른 사람에게도 점점 퍼져나갔으면 좋겠어요."

- 아직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게 6월 7일까지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제가 다녀온 여행을 솔직하고 소박하게 기록했습니다. 특별한 테마가 있는 대단한 여행을 한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응원해주고 있어요. 저는 이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참여하셔서 제 책을 읽어보시면 여행하는 것에 있어 두려움을 깰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 앞으로 또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가요?
"이번 프로젝트가 끝난 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여행을 하려고 해요. 그래서 요즘은 세상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화려함 속에 숨겨져 있는 어둠이라든가, 관광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유심하게 본다든가, 빈부격차 등 그런 것을 찾아서 유심히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조금 더 주의 깊고 세심하게 바라보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많은 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 젊은 친구들이 산타클로스 프로젝트처럼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면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저도 다른 여행자들을 통해서 영감을 많이 받고 여행을 시작했고, 이 프로젝트 또한 많은 사람들의 프로젝트가 바탕이 되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저도 누군가를 통해서 시작했듯이 여러분들도 그렇게 시작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산타클로스 프로젝트(tumblbug.com/wk50128)는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에서 진행 중입니다.



태그:#산타클로스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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