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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사죄하라. 미국은 한국인 피폭자의 공식 인정, 진상조사와 배상에 나서라."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직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투하로 피해를 입은 한국인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원폭 피해자들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을 비롯한 10명으로 방문단을 구성해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히로시마를 찾는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서울, 대구, 합천, 경남, 부산지부에서 각 1명 이상씩 참여해 히로시마 방문단을 구성했다. 방문단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미국과 일본의 사과․보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인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70% 가량이 합천 출신으로,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고, 국내 원폭피해 생존자(2494명) 가운데 620명이 합천에서 살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
ⓒ 부산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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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도 원폭 피해자들과 함께 한다. 25일 부산평통사는 "한국 원폭 피해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만나러 히로시마로 가는데, 평통사 회원들도 함께 한다"고 밝혔다.

부산평통사는 "오바마 대통령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뜻이 없다고 한다"며 "히로시마 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면담조차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지난 12일 오바마 대통령한테 보낸 서한문을 통해 "귀하가 히로시마를 방문하면 먼저 아무런 죄도 없이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한 강제 징용과 피폭이라는 이중, 3중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를 찾아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원폭피해자들은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피폭을 당한 원폭 피해국"이라며 "한국인 피폭자는 그 수가 무려 7만~10만 명으로 일본인 피폭자의 1/10이 넘으며, 사망자는 약 5만여 명으로 일본인 사망자의 1/6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살아남은 한국인 피폭자 5만여 명 중 4만 3000명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이들과 그 후손들은 가난과 냉대, 국제·국가적 무관심 속에서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하나, 둘 죽어갔다"며 "더욱 쓰라린 것은 우리 후세들이 원폭피해의 유전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지금도 무서운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라 덧붙였다.

원폭 피해자들은 "히로시마 방문이 피해자로서의 일본을 부각시키고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아베 정권의 의도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히로시마 방문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피폭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로 이어져 반인륜적인 핵폭탄 투하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미국민과 인류에게 경종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히로시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태그:#히로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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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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