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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서울 하늘 미세먼지가 의심되는 하늘입니다 ⓒ 이희동
예전 같지 않은 봄날입니다. 전날 비가 와도 뿌연 하늘.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의 공기 질이 180개국 중 173번째로 안 좋다는군요.

도대체 정부는 그동안 녹색성장을 부르짖으며 무슨 환경정책을 폈는지. 미세먼지 해결방안에 들어가야 할 돈을 전부 4대강 강바닥에 처박은 건 아닌지 한숨부터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정부만을 탓하려니 뒤통수가 조금 따갑습니다. 어쨌든 저 역시 현재 경유차를 몰고 있는 환경오염의 공범이기 때문입니다. 

나들이를 하더라도 미세먼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요즘. 그렇다고 새벽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겨우내 추위를 핑계로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웠던 탓에 뽈록 튀어나온 똥배를 그냥 놔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16년 봄날의 남산 유독 뿌연 매연띠는 과연 기분 탓일까요? ⓒ 이희동
2015년의 남산 청명한 날 용마산에서 바라본 남산 ⓒ 이희동
아직 해가 채 뜨지 않은 새벽, 혈압을 낮추고, 살을 빼기 위해서라도 졸린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섭니다. 현관문 닫는 소리에 옆집 번개와 까망이가 달려와 담 너머 꼬리를 흔듭니다.

제가 향한 곳은 집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 바보온달의 전설이 서려있는 아차산성과 고구려의 보루들로 유명한 바로 그 아차산입니다. 비록 지난해 이맘때 늘 향하던 하남 검단산만큼은 높지 않지만 그 옆에 자리한 용마산까지 같이 걷다보면 새벽 2시간 운동으로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옆집 귀염둥이들 번개와 까망이 ⓒ 이희동
아차산의 새벽 아직까지도 어두운 아차산의 새벽 ⓒ 이희동
아차산의 여명 가끔 마주치는 기적입니다 ⓒ 이희동
아차산을 오르려다 보니 입구의 약수터에서 벌써부터 물을 뜨고 계신 어르신들을 만납니다. 간혹 산에서 내려오시는 분들도 보입니다. 무척이나 부지런한 사람들. 우리 사회가 이나마 버티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입구에서부터 고구려정까지 펼쳐진 암릉지대는 아차산을 가는 묘미입니다. 바위를 타는 것도 재미있지만 조금만 올라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서울시내 풍경이 꽤 볼 만하기 때문입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수많은 집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4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았던 내겐 익숙한만큼 정겨운 풍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고구려정에서 내려다보는 서울풍경. 올 봄에 느끼는 건 유독 시야가 나쁘다는 것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황사 때문이려니 했겠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이 미세먼지 때문은 아닌지 크게 숨 쉬는 것조차 불안합니다. 언제까지 이 불안함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원.
아차산에서 내려다 본 한강 안개인지 매연띠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 이희동
다시 능선을 따라 아차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양옆으로 펼쳐진 한강과 서울시내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립니다. 과거 고구려군은 이 능선을 따라 절박한 마음으로 보루를 제작했겠지만, 그 뒤 선인들은 이곳을 걸으며 아마도 호연지기를 느꼈을 것입니다. 홍진에서의 치열한 삶에 대해 허무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군요.

드디어 도착한 평평한 모양의 아차산 정상. 곳곳에 재현해 놓은 성벽들은 이곳이 동시에 고구려4보루임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역사를 잘 모르는 못난 후세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채 다시 서둘러 걷기 시작합니다. 저기 보이는 용마산 정상까지 찍고 집에 가려면 아직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차산 정상 아차산 고구려4보루라고도 읽는다 ⓒ 이희동
정상에서 내려와 긴고랑계곡의 시작점을 지나 다시 용마산으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순탄했던 아차산과 비교하면 꽤 가파른 길이지만 지난해에 자주 오르내렸던 검단산과 비교하면 밋밋한 편입니다. 덕분에 운동이 덜 되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되지만, 결국 운동량은 얼마나 꾸준하게 하느냐에 달려있기에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용마산 능선에 도착하니 용마산 정상과 망우산 정상으로 길이 나뉩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망우산으로의 길이 계속 눈에 밟히지만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출근도 출근이지만 어서 집에 돌아가 아내와 함께 아이들의 등교 등을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가볼 생각입니다.
용마산 정상에서 뿌연 2015년 봄날 ⓒ 이희동
이윽고 도착한 용마산. 비록 384m 밖에 되지 않지만 그 풍경만은 여느 산에 뒤지지 않습니다. 저 멀리 관악산과 남산,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이고 바로 밑에 흐르는 중랑천은 곧이어 한강으로 흘러듭니다.

그 풍경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회색 빌딩숲이 없었던 예전에는 과연 어떤 풍경이 펼쳐졌을까요? 마냥 수려했을까요? 아니면 나무가 땔감이 되던 시대였으니 오히려 벌거벗은 산들이 흉하게 보였을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기록의 중요성입니다. 지금 내가 찍는 사진이 언젠가는 중요하게 쓰일 날도 있겠지요.
청명한 하늘 이런 하늘이 그립습니다 ⓒ 이희동
정상에서 내려와 긴고랑공원을 거쳐 아차산생태공원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등산로이니만큼 호젓하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오늘을 어떻게 보람있게 보낼지 스스로에게 하루를 묻기에는 안성맞춤의 공간입니다. 간혹 마주치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왠지 경건한 표정들입니다.

출발 2시간 후, 다시 도착한 아차산 입구는 새벽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산책로 주변 테니스 코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운동을 하고 있었고, 간이매장은 어느새 문을 열어 달콤한 오뎅 국물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으며, 그 앞 테이블에는 몇 분의 어르신들이 벌써부터 둘러앉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계셨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아침의 시작이겠지요.
아차산 숲길 호젓한 마지막 코스 ⓒ 이희동
천호대교를 건너 집에 도착하니 다행히 아직 아내가 일어나기 전입니다. 얼른 씻은 뒤 아이들을 깨우고 우리들의 아침을 시작합니다. 최근에 제가 막 그리기 시작한 이상적인 아침의 모습입니다. 다만 함정은 그 전날 밤 최소 10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것 정도.   

여러분들도 집 가까이 있는 산에 오르는 것이 어떨까요?
태그:#아차산, #용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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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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