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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이 60cm쯤 되어 보이는 죽은 잉어를 들어 보인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이 60cm쯤 되어 보이는 죽은 잉어를 들어 보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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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탁하다. 죽은 물고기도 즐비하다. 바지 장화를 신고 두어 발짝 들어가 물속의 흙을 떠보았다. 시커먼 펄 흙 속에서 붉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환경부 수생태오염지표종 4급수 붉은 깔따구 유충이다.

24일 금강 모니터링을 위해 충남연구원과 금강유역환경회의 유진수 사무처장,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정책국장,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팀장과 세종보를 찾았다. 새벽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굵어진다.

최근 기온이 상승하면서 조류가 번성하고 있다. 오늘 방문은 세종시 마리너 선착장과 불티교, 공주시 고마나루터, 부여군 백제보와 규암나루터, 서천군 와초리 연꽃단지 등의 지점에서 강물을 떠서 수질분석을 의뢰하기 위함이다.

발길이 닿는 강변엔 죽은 물고기 득시글

세종보부터 서천군까지 가는 곳곳마다 죽은 물고기가 볼 수 있었다.
 세종보부터 서천군까지 가는 곳곳마다 죽은 물고기가 볼 수 있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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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찾아가는 세종보 상류 마리너 선착장 진입로는 달팽이들이 도로를 건너고 있다. 혹시나 밟을까 조심스럽게 들어간 선착장은 강물이 갈색빛이다. 바람에 파도치듯 강물이 출렁거리고 주변에서 밀려든 부유물로 쓰레기가 가득하다. 신발만 한 물고기가 죽어서 부유물 사이를 들락거린다.

"에~휴 좀 치우지, 이건 아니다."

명승 제21호인 고마나루 인근의 나루터 입구는 지난밤 행락객이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웠던 자리가 뚜렷하게 남아있다. 한마디씩 내던지며 물가로 다가가자 죽은 붕어가 강바람에 출렁인다. 정체 수역에서 살아가는 수생식물인 마름이 잔뜩 자라고 있다. 걸어서 공주보까지 가는 구간에도 간간이 죽은 물고기가 눈에 들어온다.

"와 저렇게 큰 잉어까지 죽어버렸네."

4대강 사업 당시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조성한 연꽃단지는 잡풀만 우거져 있었다.
 4대강 사업 당시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조성한 연꽃단지는 잡풀만 우거져 있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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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굿둑과 인접한 서천군 화양면 와초리 연꽃단지를 찾았다. 상류와 별반 다르지 않게 썩은 악취가 밀려온다. 붕어와 잉어가 죽어서 둥둥 떠다닌다. 강물엔 녹조 알갱이도 뒤섞여있다. 4대강 사업 당시 주민소득을 높이기 위해 조성한 연꽃단지는 제방이 침식으로 무너져 내린다. 연꽃이 있어야 할 자리엔 잡풀로 뒤덮었다.

서두른 탓에 일정보다 빨리 끝났다. 추가로 공주 쌍신 공원을 찾았다. 녹색연합 김성중 활동가가 바지 장화를 입고 강물로 들어갔다. 수변을 장악한 마름을 밀쳐내고 삽을 찔러 넣었다.

"으~악, 이게 뭐야?"

공주보 우안 상류 1km 지점에서 퍼 올린 흙 속에서 발견된 환경부 수생태오염지표종 붉은 깔따구.
 공주보 우안 상류 1km 지점에서 퍼 올린 흙 속에서 발견된 환경부 수생태오염지표종 붉은 깔따구.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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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에서 퍼 올린 시커먼 펄 속에서 붉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환경부 수생태오염지표종 4급수 붉은 깔따구다. 숨이 턱 막혔다. 정신을 차리고 흙을 제치자 20여 마리가 보인다.

▲ 붉은 깔따구 충남 공주시 공주보 우안 상류 1km 지점에서 퍼 올린 흙 속에서 발견된 환경부 수생태오염지표종 붉은 깔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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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cm 삽날의 한 삽에 깔따구 20마리, 300m 강폭을 계산해보니 머리가 아프다. 일행은 말문이 막혔다. 꿈틀거리던 붉은 깔따구 유충을 봤던 여성 연구원이 무섭다며 몸서리를 치면서 종종걸음을 친다.

"수질 개선에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라"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공주 쌍신공원 주변에는 죽은 물고기가 득시글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공주 쌍신공원 주변에는 죽은 물고기가 득시글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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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수 처장은 "비가 내리는 날에도 예년보다 물빛이 더 탁하고 흙빛에 가깝게 까맣다. 시궁창 냄새도 일상적으로 풍긴다. 수달이 잡아먹거나, 낚시꾼이 잡아서 버린 물고기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죽은 물고기 사체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수질상태가 저하되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강변 초지가 빠르게 자라고 있다.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박이나 단풍잎돼지풀이 늘었다. 정수성 식물인 '마름'과 '연'이 급격하게 확산하는 것을 보면 금강이 정체 수역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다. 보 운영과정에서 흐름을 지속해서 만들지 않는다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수질 개선에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라고 주문했다.    

김성중 팀장은 "강바닥이 진흙이 돼 장화가 푹푹 빠졌다. 진흙을 퍼 올리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흙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보고서 깔따구로 직감했다. 지난번에는 (한 삽에)5~6마리 정도로 확인되었는데 오늘은 20여 마리 정도로 많은 개체 수가 번식한 걸 알 수 있었다. 기온이 높아지면 개체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에 보가 막히고 물의 흐름이 사라지면서 오염지표종이 증가하고 있다. 죽어가는 강을 이대로 방치하면 결국은 사람까지 위험에 처할 수가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수문을 개방하고 강의 흐름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물은 썩어가고 죽은 물고기는 늘어난다. 시궁창 속에서나 보이던 붉은 깔따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한다. 4대강 준공 4년 만에 보고 듣지도 못한 오염 종들이 출현하고 있다. 정부는 4대강 물 활용론만 내놓을 뿐 수질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다. 실패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빠른 대책을 촉구한다.


태그:#4대강 사업, #죽은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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