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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효성ITX의 자진공시. 기업은행과 약 9억 원의 고객센터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007년 효성ITX의 자진공시. 기업은행과 약 9억 원의 고객센터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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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지난 2007년 권선주(60) 현 은행장의 남편이 대표로 근무하던 기업과 약 9억 원의 용역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ITX의 '자진공시' 자료(2007년 12월 24일)를 확인한 결과, IBK기업은행은 지난 2007년 12월 효성ITX와 8억8796만여 원의 고객센터 업무위탁 계약을 맺었다. 당시 효성ITX의 대표는 권선주 행장의 남편인 이화택(63) 현 윌앤비전 대표였다.

지난 2006년 12월 첫 고객센터 업무위탁 계약금액인 3억9000만 원까지 합치면 IBK기업은행에서 효성ITX로 건너간 자금은 확인된 것만 10억 원이 넘는다. 첫 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권 행장은 IBK기업은행 CS(고객서비스)센터장이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IBK기업은행이 지난 2013년 BC카드를 거쳐 권 행장의 남편이 직접 운영하는 아웃소싱(위탁) 전문기업('윌앤비전')에 2억 원의 TM(텔레마케팅)센터 운영비를 지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대통령이 칭찬한 기업은행장 그의 남편 기업에 들어간 2억 원).  

효성ITX 상장 직후 9억 원 고객센터 업무위탁 계약 체결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의 남편인 이화택 윌앤비전 대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의 남편인 이화택 윌앤비전 대표.
ⓒ 윌앤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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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ITX는 지난 2007년 12월 24일 '단일 판매·공급계약 체결'을 자진 공시했다. 자진 공시는 기업이 투자자의 요청이 없어도 스스로 판단해 기업정보를 공개하는 공시의 한 방식이다. 효성 ITX가 이날 자진 공시한 '단일 판매·공급계약'은 IBK기업은행과 맺은 고객센터 업무위탁 계약이었다.

효성ITX가 이날 자진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효성ITX가 기업은행과 고객센터 업무위탁 계약을 맺은 시기는 지난 2007년 12월 21일. 계약 기간은 2007년 12월 26일부터 2008년 12월 25일까지 1년간이다. 계약금액은 8억8796만4000원으로 9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문제는 당시 효성ITX의 대표가 권 행장의 남편인 이화택 윌앤비전 대표라는 점이다. 권 행장은 당시 IBK기업은행 CS센터장을 거쳐 PB사업단 부단장을 맡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계약이 이루어진 시기는 효성ITX가 주식을 상장한 직후였다(2007년 10월).

권 행장의 남편인 이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효성물산에 입사해 효성그룹 계열사 대표까지 지낸 '효성맨'이다. 그는 효성그룹 계열사인 텔레서비스와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거쳐 지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효성ITX 대표를 지냈다.

효성ITX는 효성그룹 3세 경영인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콜센터 등 CRM(고객관계관리) 시장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세운 기업이다. 지난 2001년 3월 텔레서비스를 인수한 뒤 회사 이름을 효성ITX로 바꾸고 그룹 계열사에 편입했다. 조현준 사장은 이 대표에게 콜센터 사업을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ITX가 지난 2007년 주식을 상장했을 당시 조 사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500억여 원(434만여 주)으로 크게 오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9년 5월 효성ITX 대표에서 물러난 뒤 콜센터 위탁운영, 인재파견, 시설관리 등 아웃소싱(위탁) 전문기업인 윌앤비전 대표를 맡아왔다. 윌앤비전은 효성ITX 인재솔루션본부가 분사(법인분리)해 설립한 아웃소싱(위탁) 전문기업이다.

윌앤비전의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던 이 대표는 권 행장이 기업은행장에 취임한 직후인 지난 2014년 5월께 주식 전량을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해 '주식 외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매각한 주식은 민유태 전 전주지검장(20%)과 박종규 전 IBK기업은행 부행장(12%) 등 그의 연세대 동문이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관련 기사 : 기업은행장 남편이 판 주식, 누가 샀나 봤더니).

기업은행 쪽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정당하게 업체 선정"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 IBK기업은행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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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근무하는 국책은행과 남편이 대표로 근무했거나('효성ITX') 운영하는('윌앤비전') 개입기업 사이에 약 11억 원의 자금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IBK기업은행노조의 한 간부는 "당시 권 행장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임원이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래다"라며 "권 행장이 정확하게 해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IBK기업은행과 권 행장 남편 기업 사이에서 오간 금액이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효성ITX는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IBK기업은행의 콜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해오고 있고, 이화택 대표가 지난 2009년 5월까지 효성ITX 대표를 맡았기 때문이다.

특히 권선주 행장은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각종 언론에 보도가 됐지만, 최종적으로 비례대표를 신청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거래 사실이 부담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 쪽은 "권 행장은 원래부터 정치권 진출에 뜻이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IBK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객센터 업무위탁 업체 선정은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정당하게 이루어졌다"라며 "게다가 권 행장은 당시 부장급으로 업체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효성ITX는 콜센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었다"라며 "업체 선정에 권 행장과 효성ITX 대표의 관계(부부)가 작용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권선주, #이화택, #IBK기업은행, #효성ITX, #윌앤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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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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