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또 오해영>으로 로코퀸의 자리에 우뚝 선 서현진.

tvN <또 오해영>으로 로코퀸의 자리에 우뚝 선 서현진. ⓒ tvN


또 로맨틱 코미디다. 그러나 또 보게 된다. tvN <또 오해영>은 시청률 6%대를 넘기며 대박의 기운을 내뿜고 있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다. 이대로라면 10%대의 시청률도 바라볼 수 있다. 평일 11시에 시작하는 케이블 드라마로서 이 정도 성과를 낸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다.

공감 가는 스토리에 인기 요인이 있다. <또 오해영>은 초대박을 쳤던 <내 이름은 김삼순>(2005)과 닮아있다. 삼순이가 그랬듯, <또 오해영> 속 해영은 너무나 평범하고 보잘것없다.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은 결혼 하루 전에 오해영을 차버리고, 이름이 똑같아 학창시절 내내 비교당했던 '예쁜 오해영'이 나타난 이후 삶은 더 비참해지기만 한다.

물론 오해영을 연기하는 서현진은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예쁜 얼굴에 속하지만, 연기력으로 미모를 극복해낸다. 박도경(에릭 분)과 부딪혀 쌍코피가 터지거나 만취해 술주정을 하고, 생리 현상도 서슴지 않고 표현한다. 이 와중에 공감 가는 대사들의 향연은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예쁜 오해영과 비교를 당했던, 상처받았던 과거를 회상하며 "난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잘되길 바랐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어요.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기를 바라요"라고 읊조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함께 울렸다. 평범해서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자신만큼은 자신을 간절히 좋아하고 싶은 마음을 대변해줬기 때문이다. 이어진 박도경의 "한 대 맞고 쓰러진 거야, 좀 쉬었다가 일어나면 돼"라는 대사는 오해영이 왜 박도경을 좋아하게 되는가를 설명해 줄 만큼 멋지게 가슴을 파고든다.

이 밖에도 "발로 차일 때까지 사랑하자"고 다짐하는 해영의 대사나, 어딘가 나와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이 있단 것에 위로를 받는다는 고백, 자신을 3급수, 박도경을 1급수에 사는 물고기로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는 대사, "나는 쪽팔리지 않다, 더 사랑하는 건 쪽팔린 게 아니라 자랑스러운 거다"라고 자신을 위로하면서도 화가 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해영의 모습 등은 사랑을 해 본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공감 가는 대본, 서현진의 활약

<내 이름은 김삼순> 후, 이 정도로 확실하게 공감대를 형성한 여주인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본은 이 드라마의 강력한 힘이다.

한편, 드라마 구성도 탄탄하지만 이 드라마의 성공은 오해영 역할을 맡은 서현진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서현진은 '더 이상은 없을' 연기를 선보인다.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고, 예쁜 오해영을 향한 열등감을 숨기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내보이고야 마는 특별할 것 없는 주변에 있을 만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서현진은 옆집 남자를 좋아하게 되며 설레고 들뜬 여자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해낸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어 하지만 삐져나오는 감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진지하거나 코믹한 대사의 진폭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남자 주인공 박도경 역할을 맡은 에릭 역시 드라마에서 호연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 박도경 역할을 맡은 에릭 역시 드라마에서 호연을 보여준다. ⓒ tvN


상대역인 에릭 역시 연기력으로 조롱받은 과거가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할 만큼 호연을 보여준다. 사랑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았지만 어쩔 수 없이 오해영(서현진)에게 끌리는 감정을 보여주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가끔씩 심한 말로 오해영을 상처 입히지만, 곧바로 후회하는 표정을 지으며 에릭만의 색깔로 박도경을 그려낸다. 발성이나 감정 표현에서 에릭은 배우 색을 확실하게 입었다.

전혜빈도 박도경의 전 여자친구 오해영 역을 맡아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낸다. 확실히 미움받을만한 역할이지만, 사연 있는 전 여자 친구의 역할에 전혀 무리가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인물 간의 갈등을 만들어 내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어필을 하는 중이다.

이 세 명의 캐릭터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들의 연기력만큼은 호연이 돋보이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들은 모두 아이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신화의 에릭을 제외하고는 서현진이 속해있던 밀크나 전혜빈이 속해있던 러브 등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전력이 있다. 오히려 그들은 연기자로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아이돌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더는 배우로서 한계를 규정짓지 않는다. 최근에는 현역 아이돌도 브라운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돌 출신으로 주요 배역이 채워진 드라마에서 이들의 과거 아이돌 이력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금 눈앞에서 연기하는 배우 서현진, 배우 에릭 등의 향기가 날 뿐이다. 배우로서 시청자들을 공감하게 한 이들의 행보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을지 <또 오해영>의 다음 회가 기다려진다.

 <또 오해영>은 다음 화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또 오해영>은 다음 화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 tvN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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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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