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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청주시가 1억8000여만원에 구입한 그랜드피아노. 국민권익위는 특정회사의 제품을 명시한채 진행한 청주시의 입찰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 2014년 청주시가 1억8000여만원에 구입한 그랜드피아노. 국민권익위는 특정회사의 제품을 명시한채 진행한 청주시의 입찰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 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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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가 고가의 그랜드피아노를 구입할 때 특정제품을 명시한 채로 입찰에 부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는 "그랜드피아노를 구입한 전국지자체 중 계약방법을 위반한 자치단체의 사후조치를 확인한 결과 위반 공무원들이 징계조치를 받은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의 시정 조치에 따라 앞으로 공공기관이 그랜드피아노 등 악기를 구입할 때 입찰 시방서나 제품규격서에 특정회사 제품을 명시 할 수 없게 된다.

지난 해 7월 본보는 "청주시가 구입한 고가의 그랜드피아노 구입과정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본보는 청주시가 1억8000여만원의 그랜드피아노를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구매했지만 사전에 특정 제품을 내정해 특정업체만이 입찰에 참여하도록 제한했다고 보도했다. 또 청주시가 구매한 피아노가 그해 생산된 제품이 아니라 2~3년 전에 생산된 중고품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당시 청주시 문화예술체육회관은 2014년 3월과 5월에 걸쳐 8000여만원 상당 팀파니와 1억8000여만원 상당의 그랜드피아노를 입찰을 통해 구입했다. 입찰은 조달청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진행했다.

청주시는 입찰을 진행하면서 시방서와 규격서에 제조회사와 특정모델을 명시했다. 시는 그랜드피아노 제작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피아노제작회사인 'STEINWAY&SONS'(이하 스타인웨이)로, 제품명은 'D-274'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청주시의 이러한 행위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위반이었다. 지방계약법에는 "입찰공고에 특정제품과 특정회사를 명시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당시 청주시는 지방계약법 위반 논란에 대해 "내부 회의 및  시장 결재를 거쳐 스타인웨이사 제품을 선정한 것이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본보는 지방계약법 위반 의혹 뿐만이 아니라 시가 구입한 그랜드피아노가 중고피아노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본보의 의혹 제기에 청주시 관계자는 "생산년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른다. 만약 중고피아노라고 한다면 업체가 우릴 속인 것이다"고 말했다.

그랜드 피아노는 1대에 1000여 만원에서 2억5000여 만원까지 거래된다. 국내산 제품은 보통 1000만에서 수천만원대에 판매되지만 스타인웨이사나 다른 일본계 회사 제품은 최고 2억5000여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에 판매된다.

청주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가격이 저렴한 국내산 대신 2억원이 넘는 스타인웨이사 제품을 구매했다. 인천광역시나 부산시 같은 광역자치단체부터 강원도 인제군 같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 단체까지 수십곳 자치단체가 고가의 외국산 그랜드피아노를 구입했다.

당시 본보가 확인한 결과 이러한 지자체 대부분이 청주시 처럼 규격서나 시방서를 통해 특정 회사 제품을 명시했다.

'혈세 낭비' 제동

지자체가 그랜드피아노 등 악기를 구매하면서 특정회사의 제품을 명시하는 것이 지방계약법 위반이라는 본보의 보도 이후 국민권익위는 전국의 지자체를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입찰 서류에 특정회사의 제품을 명시한 것은 지방계약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담당 공무원은 계약관련 업무에 대해 절차와 방법을 숙지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에 위반여부를 조사해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달까지 전국 지자체가 조사한 결과를 취합했다"며 "문제가 발견된 청주시와 강원도 인제군, 전북 군산시, 인천 광역시등이 담당 공무원을 징계하거나 시정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지방계약법을 위반한 청주시 공무원 2명에게는 주의와 훈계조치가 내려졌다.

국민권익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랜드피아노등 악기를 구입할 때 지방계약법에 따를 것과 피아노 생산년도 등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고 물건을 인도받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동안 각 지자체는 교향악단이나 예술단을 운영하면서 연주자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제품을 명시해 구매해 왔다.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 의혹 등 잡음이 일고 혈세 낭비 지적도 받았다.

국민권익위의 이번 조치로 각종 비리의혹을 야기했던 특정 제품을 명시하는 지자체의 불공정 입찰 관행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그랜드피아노 입찰은 '요식행위', C사가 국내 납품 독점…형식은 경쟁입찰

스타인웨이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용 그랜드피아노를 제조하는 회사다. 야마하나 가와이 등 유수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을 제치고 유명 연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독일과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개의 독점 수입판매회사가 존재하는데 스타인웨이 독일산 제품은 C사가, 미국산 제품은 S사가 독점해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따라서 전국 지자체가 스타인웨이사의 제품을 규격서에 명시하는 순간 납품업체는 사실상 결정된다. 하지만 2개 이상 업체가 경쟁에 참여해야 입찰이 성립된다. 당연히 C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를 설 수밖에 없다. 이를 반증하듯 독일산 스타인웨이사 제품을 명시한 10여개의 입찰 모두 C사가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

예가를 결정하는 방식도 문제다. 정부 조달 입찰 과정은 정해진 예정가격을 초과하면 자동 탈락되고 일정 비율보다 낮아도 탈락한다. 보통 예정가격을 산출할 때 관련 업계의 가격을 복수로 수집해 산출한다.

하지만 독점으로 판매되는 스타인웨이사의 그랜드피아노 특성상 복수의 업체로부터 예정가격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입찰에 참여할 특정업체의 가격만 받아 예가가 정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다.

이에 따라 동일한 제품의 가격도 들쭉 날쭉했다. C사는 독일산 'D-274' 제품을 제주도 2억4398만원에, 구리시에는 2억1400만원에 납품했다. 두 지자체에서만 가격차이가 3000만원이나 발생했다.

입찰 기초가격을 산정하는 지자체도 들쭉날쭉 기준이 없었다. 제주도는 1대당 2억5960만원을 수원시 수원문화재단은 2억2000만원으로 정했다. 산정된 기초가격에 따라 납품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이로 인해 제주도 같은 경우 3000여만원 정도 비싸게 구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청주시, #입찰, #위법, #피아노, #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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