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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9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 이행으로 울산국립대 설립이 확정되자 울산시청 정문에 환영 설치문이 달렸다
 2005년 9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 이행으로 울산국립대 설립이 확정되자 울산시청 정문에 환영 설치문이 달렸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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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울산에서도 지난 22일 200여 명의 시민들이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과 사저를 관람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노 전 대통령은 울산과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지난 1980년대의 노동자대투쟁 때 골리앗 투쟁을 하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했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악조건 속에서도 울산의 공약을 이행했다.

노동자대투쟁 때의 일을 두고 노 전 대통령이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일부 노동계 간부는 "당시 노무현의 역할이 미흡했다"고 비하하는 입장을 보이곤 했다. 또한 일부 보수층은 '묻지마 노무현 비토'에 편승해 노 전 대통령을 매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 7주년을 맞은 현재, 노 전 대통령을 비토하던 그들은 어떤 입장일까?

반대 무릅쓰고 울산시민에 혜택 준 노무현 전 대통령, 재평가 분위기

노무현 후보는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울산지역 공약을 내놨다. 대통령에 댕선된 후 그는 약속했던 큼직한 공약을 모두 이행했다.

대통령이 된 그가 울산지역 공약을 이행하려 하자 당시 중앙정부 관료들의 반대가 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반대에도 공약을 관철시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국립대 설립(현재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승격)과 KTX 울산역 설치다.

울산국립대 설립의 경우, 당시 전국에 넘쳐나는 대학의 구조조정 때문에 교육부 관료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를 관철시켰다. 그는 그 타당성으로 "농촌이 폐교한다고 도시에 학교를 새로 안 지을 수 있나"고 했다. 인구 120여 만명의 대도시에 4년제 대학이 1곳 밖에 없어 학부모들이 겪는 고충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었다.

또한 KTX 울산역 설치의 경우도, 경부선을 비켜나는 노선에 대한 반대여론이 있었지만 '산업수도 울산의 효율성'을 들어 관철시켰다. 이 같은 공약 이행은 타 지역에서 볼 때는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울산시민으로서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울산 시민은 그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다.

특히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울산공약인 산재모병원·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이 예비타당성 조사용역도 통과하지 못해 지역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점에 비추면 대비되는 점이 있다. 산재사고가 빈발한 울산에 꼭 필요한 공약이지만 그 성사가 여전히 불투명 하기 때문.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기여에도 상당수 울산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잘못되는 모든 것을 '노무현 탓'으로 돌리던 분위기가 조성되던 지난 2007년부터 울산의 보수성향 지도층을 중심으로 노무현을 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

2007년 현대차노조의 정치파업에 맞서 보수성향의 지역 140개 시민사회경제단체가 만든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에서 겪었던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이들은 그해 7월 울산시청에서 '파업으로 지역 경제가 파산난다'는 기자회견을 연 후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기자는 이구동성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그들의 발언들을 들어야 했다.

그후 2년 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부 보수층의 노무현 매도는 지속됐다. 기자는 2013년 울산 공약을 지켜 준 노 전 대통령을 오히려 매도하는 지역분위기를 알리고 지역 보수층의 자성을 촉구하는 연재기사를 쓰기도 했다(관련기사 : 울산서 칭송 받던 노무현, 왜 따돌림 당했나).

연재기사를 쓴 이유 중 하나는, 울산에서 국립대 유치 활동이 활발할 당시 '울산국립대 설립 범시민추진단'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을 시청 담당 공무원과 함께 목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울산에서는 매년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토를 쏟아내는 일부 계층의 분위기도 목격되곤 한다.

기자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일부 보수층의 비토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편승하는 지역 풍토 때문이라는 분석을 유추해냈다. 하지만 그런 풍토도 올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심판을 받으면서 상당히 변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보수층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지방분권 노력과 이에 따라 울산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많은 비난 속에서도 울산시민의 혜택을 위해 노력했던 노 전 대통령. 그의 울산에 대한 공로가 지역에서 재평가 되는 분위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국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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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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