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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아수라백작같은 이부타마호 하얀색과 검은색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이부타마호 ⓒ 서규호
지난주에 이어 남규슈의 또 다른 관광열차인 가고시마현의 이부스키노타마데바코호를 소개합니다. 관광열차의 천국 일본에서 이 열차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남규슈 전설 중 하나인 우라시마타로우(浦島太郎)의 용궁전설을 모티브로 제작된 열차입니다.

가고시마추오역(鹿児島中央駅)에서 출발해 이부스키(指宿駅)역까지 이어지는 48.9Km의 환상적인 해안 관광열차입니다. 보통 줄여서 '이부타마'라고 불리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마데바코는 타마(玉:보물)와 하코(箱:상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전설의 보물상자의 전설을 간직한 관광열차입니다.

열차는 가고시마추오역에 도착하면 만날 수 있습니다. 매일 운행하는 관광열차라 역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합니다. 보통의 관광열차는 주말에만 운행하지만 이 열차는 매일 3왕복으로 가고시마추오역과 이부스키역을 왕복합니다.

외관은 그야말로 색다른 모습입니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반반씩 도색된 차량은 마치 예전 만화영화 '마징가Z'의 아수라 백작 캐릭터를 보는 듯합니다. 외관에 검은색 상자가 그려져 있어서 "아! 저것이 그 보물상자구나!"라고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보면 규슈의 관광열차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2호 차에는 남규슈산 특제 삼나무원목으로 만든 회전 의자석이 있어 긴코완(錦江湾)과 사쿠라지마(櫻島) 조망이 가능합니다. 또한 2호 차에는 안락하고 편안한 소파와 책장 등이 구비되어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합니다. 은은한 조명까지 더하니 금상첨화의 열차 여행이 됩니다.
이부타마호 차내 장식이 아름다운 이부타마호의 차내 ⓒ 서규호
이부타마호의 차내모습 바다가 보이는 진행방향 왼쪽의 전망석 ⓒ 서규호
열차는 천천히 남동쪽으로 출발합니다. 시내를 지나더니 파란색의 긴코만이 보이며 가고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지마가 열차 진행 왼쪽방향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도 많이 아시는 사쿠라지마는 항상 분화하는 활화산으로 유명하죠. 여러분도 기차를 타고 가시다 보면 분화의 모습을 볼 기회가 있습니다.

이부타마는 워낙 인기가 많은 열차라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평일에도 좌석을 구하기 힘듭니다. 그 정도로 규슈신칸센(九州新幹線) 개통 이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겠죠.

차내를 다니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키즈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도 색칠공부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이까지 배려한 관광열차이죠.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부스키를 가기 위해 이 열차를 이용하나 봅니다.
사쿠라지마 이부스키타마데바코호에서 바라본 사쿠라지마 ⓒ 서규호
바다가보이는 전망석 바다가 보이는 최고의 명당자리 ⓒ 서규호
저도 힘들게 구한 티켓으로 이부스키를 향해 달려 갑니다. 왼쪽으로는 계속 긴코완의 푸른 바다가 보이면 잠시 배가 출출해집니다. 무언가 먹어볼까 하는 차에 차내에서 유명한 이부타마푸딩(いぶたまプリン)을 만납니다. 푸딩은 열차 안에서만 드셔 볼 수 있는데 신선한 달걀과 우유로 만들었고 검은깨 향이 인상적입니다. 같이 드셔 볼만한 이부스키온천사이다는 열차 안에서의 특별한 음료입니다.

사이다를 보니 우리나라의 삶은 계란이 생각나네요. 어렸을 적 삶은 계란, 사이다와 함께 한 열차여행은 최고 중에 최고였죠. 기념사진을 찍고 기념 스탬프로 받은 승차 기념증의 잉크가 마를 쯤에 열차는 50분의 열차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천천히 종착역인 이브스키역에 도착하면 이브스키 주민들이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관광객들을 맞이합니다. 시골의 마을 주민들이 열렬히 환영해 주니 너무나 감동입니다.
이부스키역의 마을주민들 작은 시골마을역에 환영하는 지역 주민들 ⓒ 서규호
어린아이도 즐겁게 환영을 합니다. 이부스키역의 마을 주민과 아이들도 즐겁게 환영합니다. ⓒ 서규호
운이 좋으면 이부스키 캐릭터인 타마란3형제(たまらん3兄弟)도 만나게 됩니다. 차에서 하차할 쯤 전설에 나오는 연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안개가 차량 위에서 수증기로 분출됩니다. 전설 하나하나 세심하게 배려를 해서 구성된 열차입니다.

종착역 이부스키에는 유명한 온천 관광지가 있습니다. 열차 여행의 피로를 날려버릴 모래찜질이 있습니다. 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모래찜질은 스나무시(砂むし)라고 불리며 바닷가에 유카타를 입고 누워 있으면 모래를 덮어 줍니다. 이 모래는 이미 지하의 열기로 인해 데워진 것이라 거의 사우나 수준의 모래 온천욕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여행 한번 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그렇다면 열차여행도 하고 모래찜질도 하는 가고시마의 이부스키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부스키 모래찜질 여행의 피로를 날려버리는 이부스키 모래찜질. ⓒ 서규호
기차 운행 정보
매일(1일 3회) 운행

이부스키타마데바코 1호   가고시마추오역 09:58 →10:49 이부스키역
이부스키타마데바코 3호   가고시마추오역 11:57 →12:47 이부스키역
이부스키타마데바코 5호   가고시마추오역 14:02 →14:58 이부스키역

이부스키타마테바코 2호  이부스키역 10:57 →11:48 가고시마추오역 
이부스키타마데바코 4호  이부스키역 12:56 →13:49 가고시마추오역
이부스키타마데바코 6호  이부스키역 15:07 →16:00 가고시마추오역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부스키타마데바코호, #이부스키관광열차, #이부타마, #서규호, #일본여행전문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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