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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금각사
 교토의 금각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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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외답사 주제를 '일본 고대문화 찾기'로 정하고 일본의 간사이(關西) 지방을 여행할 계획이었다. 나라와 교토의 문화유산을 찾아 일본문화를 알아보고, 한일간의 문화교류를 확인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원이 안 되어서 취소한 바 있다. 성원이 안 된 이유 중 하나가 한일간 외교 갈등이었다. 위안부에 대한 일본 측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와, 한일협정 체결로 모든 문제가 일단락되었다는 일본의 대립으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아지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중국으로 눈을 돌렸고, 주제를 '조선 사신의 연행기 따라가기'로 잡았다. 조선시대 연행기라면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열하일기>를 따라가는 여행 코스를 계획했다. 이 길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10일 정도 걸린다. 신의주 건너 단동(丹東)에서 출발 북경까지 간 다음, 열하를 따라 승덕(承德)까지 갔다 오는 긴 여정이기 때문이다.

심양 고궁의 봉황루
 심양 고궁의 봉황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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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열하일기> 따라잡기는, 연암 박지원이 지나가며 기록을 남긴 장소를 찾아가는 인문학여행이다. 기록 속의 현장을 찾아 당시를 상상해 보고, 현재와 어떻게 달라졌나를 비교하는 시공여행이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것은 이처럼 과거를 찾아가는 역사여행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현재를 이해하는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더 나가 미래를 예측하는 상상여행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차원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회원을 모집했다.

그런데 방학이나 휴가 기간이 아닌 5월 달에 10일씩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일주일짜리 프로그램으로 축소해 만들어보았다. 출발을 단동이 아닌 심양(瀋陽)에서 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여행의 큰 축은 심양-북경-승덕이다. 심양에서 산해관(山海關)까지가 만리장성 밖의 요녕성(遼寧省) 지방이다. 심양은 누르하치(努爾哈赤)에 의해 1625년 후금(後金)의 수도가 되었고, 1644년 청(淸)나라가 명(明)나라를 물리치고 북경으로 수도를 옮긴 후에도 고도(古都)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청나라 황실의 상징 용
 청나라 황실의 상징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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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심양은 중국 동북지방의 중심지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심양에서 산해관까지 가는 데 3일을 잡았다. 그리고 북경에서 하루를 보낸다. 이때는 북경성을 중심으로 연행 자취를 찾아볼 예정이었다. 북경은 금(金)나라 때인 1153년 중도(中都)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수도가 된 이래 원(元), 명(明), 청(淸)까지 800년 이상 수도로서의 위상을 지켜오고 있다. 그러므로 볼거리가 너무 많다.

북경에서 승덕을 다녀오는 데는 이틀을 잡았다. 중간에 고북구(古北口)와 구도하(九渡河) 같은 역사적인 장소를 지나게 된다. 이곳에서 연암 일행은 시간에 쫓겨 많은 고생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승덕에서는 여름 황실인 피서산장(避暑山庄), 티베트 불교사원인 외팔묘(外八廟), 경추봉(磬錘峰)을 볼 예정이었다. 이들이 청나라 황실의 역사와 지리, 문화와 예술을 아는 데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날 북경에서 우리는 연암이 북경에서 열하를 오며가며 드나든 문인 덕승문(德勝門)과 동직문(東直門)을 찾아볼 것이다. 또 그가 북경에 머물며 방문한 장소를 찾아보려고 한다. 북경 최대의 티베트 불교사원 옹화궁(雍和宮), 교육기관인 국자감(國子監), 공자사당인 공묘(孔廟), 청나라 최대의 황실정원 원명원(圓明園), 가톨릭 교회인 천주당(天主堂)이 대표적이다. 

여행 일정 줄이고, 또 줄이고... 우여곡절 끝에 서안으로

진시황 병마용갱
 진시황 병마용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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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프로그램 역시 성원 미달로 더 이상 추진하질 못했다. 그래서 여행지를 중국 고대문화의 중심지 서안(西安)과 함양(咸陽)으로 바꾸고, 여행기간을 5일로 줄여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었다. 이것이 '중국의 고대문화 들여다보기'다. 이 프로그램은 진(秦), 한(漢), 당(唐)의 수도였던 서안과 함양의 문화유산을 찾아보는 것으로 짜여졌다. 그중 22곳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진시황릉이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황제의 능과 그것을 지키는 병마용갱(兵馬俑坑)이 1순위다. 두 번째가 이곳 장안(長安)에서 출발해 서역으로 이어진 실크로드(Silkroad) 문화유산이다. 실크로드는 이름처럼 비단이 오고 간 길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동서 문명교류를 가능케 한 소통로(Communication Road)였다. 그중에서도 불교의 유입은 정신사적 일대 사건이었다. 이번 기회에 서안에 남아 있는 불교의 흔적을 찾아보고 그 주역들을 만나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여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문호를 개방, 외부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원래는 우리 회원만으로 팀을 꾸려보려고 했지만 16명이 신청해 비회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비회원 8명을 받아들여 24명이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회원들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고 학술답사를 좋아한다. 비회원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역사기행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우리는 5월초 여행자들을 소집, 사전 설명회를 가졌다.

임동박물관의 사리함
 임동박물관의 사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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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답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박물관 방문이 많다는 점이다. 서안과 함양에 있는 역사박물관은 물론이고, 사원(寺院)의 발굴 유물을 전시한 법문사 박물관, 임동박물관을 찾을 것이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비림박물관과 진시황 병마용갱도 박물관이다. 그런데 서안의 섬서역사박물관 방문 일정이 둘째 날인 월요일(휴관)로 잡혀 있어 부득이 셋째 날로 연기해야 했다.

비회원 중 불교미술 전문가가 여행을 신청했다가, 다른 일정 때문에 동행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회원 중 왕릉전문가가 있어, 진·한·당시대 황제릉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필자도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양 문명교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역할 분담을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여행사에서 유능한 현지 가이드를 배정해주겠다고 했으니 믿어보는 수밖에.  

또 한 가지 호텔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 우리는 4일 밤을 한 호텔에서 자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그런데 회원 중 호텔을 바꿔보자는 제의가 있어, 원래 계획했던 호텔에서 이틀을 자고, 다른 호텔에서 나머지 이틀을 자기로 했다. 그 이유는 잠자리보다는 음식 때문인 것 같다. 음식이 안 맞는 경우, 4일 동안 아침이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짐을 두 번 싸야 하는 불편은 감수해야만 한다.

서안과 함양, 두 번째 여행

2002년 숭산 소림사를 방문했을 당시 회원들의 모습
 2002년 숭산 소림사를 방문했을 당시 회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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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패키지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여행한 때가 2002년이다. 그때 중국문화 답사라는 이름으로 서안과 함양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는 상해(上海)로부터 시작해서 개봉(開封)-정주(鄭州)-낙양(洛陽)을 거친 다음 서안-함양을 탐방하는 5박6일 일정이었다. 상해에서 개봉까지, 낙양에서 서안까지 두 번이나 야간열차를 타는 일정이지만, 그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그때도 26명의 회원이 여행에 참가했다.

개봉-정주-낙양은 황하(黃河)강 중류로 당나라 이후 송(宋)나라까지 역사의 중심에 섰던 도시다. 개봉에서는 송나라 황궁을 재현한 용정공원을 보고, 대표적인 절 상국사(相國寺), 판관 포청천의 사당인 포공사(包公祠)를 찾았다. 정주에서는 하남성박물관을 관람하고 황하를 찾았다. 또 숭산(嵩山) 소림사(少林寺)를 방문, 달마대사의 흔적을 찾아보고 무술공연도 관람했다.

낙양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용문석굴(龍門石窟)을 찾았다. 용문석굴은 돈황의 막고굴(莫高窟), 대동의 운강석굴(雲岡石窟)과 함께 중국의 3대 석굴로 유명하다. 낙양 인근에 있는 백마사(白馬寺)는 후한(後漢) 명제(明帝: 57-75) 때 세워진 중국 최초의 절이다. 마지막으로 낙양박물관에서 당삼채(唐三彩)를 실컷 보았다. 그때만 해도 우리를 위해 박물관 폐관시간을 연장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2002년 방문한 낙양박물관의 당삼채
 2002년 방문한 낙양박물관의 당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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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릉 가는 길
 건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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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에서는 진시황릉, 병마용갱, 화청지를 보았다. 그리고 대안탑, 비림박물관, 성곽 등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섬서역사박물관을 관람했다. 여기서는 관련 책자를 몇 권 사기도 했다. 당시에 이미 <진시황제 지하대군단. 세계의 제8기적>이라는 우리말 책이 팔리고 있었다. 번역의 정확도도 굉장히 높아 정말 좋은 책이었다. 일본어와 영어로 설명한 <섬서역사박물관> 도록도 아주 유익한 책이다. 이번 답사에서 다시 활용할 예정이다.

함양에서 본 것은 당 고종(高宗)과 측천무후(則天武后)의 무덤인 건릉(乾陵)이었다. 진시황릉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규모뿐 아니라 주변의 석물과 비석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난다. 건릉 주위에는 자식과 첩 그리고 신하의 무덤인 배장묘(陪葬墓)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덕태자묘(懿德太子墓), 영태공주묘(永泰公主墓), 장회태자묘(章懷太子墓)다. 그중 우리는 뒤의 두 기 무덤을 보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2002년에 보지 못한 서안과 함양의 문화유산을 여럿 더 볼 예정이다. 서안에서는 성벽에 올라 성벽돌기를 할 것이다. 이슬람사원인 청진대사(淸眞大寺)를 보고, 밀교사원인 흥선사(興善寺)도 볼 것이다. 2002년에는 대안탑(大雁塔)만 보았는데, 이번에는 소안탑(小雁塔)도 보려고 한다. 그리고 실크로드 출발지를 찾아 낙타조형물도 볼 예정이다. 그 외 임동(臨潼)박물관도 찾을 것이다.

함양에서는 함양박물관을 보고, 법문사(法門寺)를 찾아갈 것이다. 법문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안치된 곳으로 유명하다. 사리가 현재 박물관에 안치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박물관도 찾을 예정이다. 그리고 법문사 경내에 있는 진신보탑(眞身寶塔)도 13층으로 대단히 높다. 1988년 재건되어 문화재적 가치는 덜하지만, 현재 법문사의 상징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무릉(茂陵)과 곽거병묘(霍去病墓)도 이번에 처음 찾는 중요 유적이다. 무릉은 한무제의 능이고, 표기장군(驃騎將軍)으로 알려진 곽거병은 흉노를 물리친 장군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여행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법문사
 법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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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중국의 고대문화를 들여다보기 위해 서안과 함양을 다녀왔다. 중국의 고대란 춘추전국시대부터 진한을 거쳐 수당까지를 말한다. 그중 우리는 진한당의 수도였던 함양과 서안의 문화유산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그 내용을 20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그중 첫 번째 기사로 준비과정과 프로그램 개관이다.



태그:#서안 , #함양, #진, 한, 당, #<열하일기>, #문명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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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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