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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짱의 뜻이 온 누리에 퍼져야 하리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았다. 7년 전인 2009년 5월 23일 오전, 먹먹했던 가슴이 아직도 이어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많은 시인들이 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김유철 시인(한국작가회의, 삶예술연구소 소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우리는 지금도 그의 슬픔을 슬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제목의 추모시를 보내 와 싣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둘쨋날이던 2009년 5월 24일 오후,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폭우를 맞으며 조문하러 분향소로 들어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둘쨋날이던 2009년 5월 24일 오후,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폭우를 맞으며 조문하러 분향소로 들어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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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도 그의 슬픔을 슬퍼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시

김유철

그가 떠난 다음날
봉하에 내린 장대비를 기억하나요
그 비를 온 몸으로 맞던 사람들을 기억하나요
그 빗물보다 더 쏟아지던 뜨거운 눈물을 기억하나요
마지막 날 꽃차를 뒤덮은 노란 종이비행기를 기억하나요

처참히 깨지고도
농부는 땅을 탓하지 않는다고
부엉이 바위를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뿌려서
우리를 울린 바보 대통령

가까운 이익보다는
먼 손해를 선택하고
그 혼자 가슴에 멍이 들어서
우리를 울린 바보 대통령

평생 잊지 못할 사람
우리는 그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슬퍼하지 못했습니다
끝내 동이 트지 않았던 그 날도
우리는 밤이 이슥하도록 슬퍼하지 못했습니다
일곱 해가 지나 다시 그날이 왔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의 슬픔을 슬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특권 없는 세상
남과 북이 평화롭게 부둥켜안고
동과 서가 정답게 어깨 두드리며
우리네 손으로 통합을 이루자던 한사람
우리네 가슴으로 사람답게 살자던 한사람
노짱! 노짱! 노짱이 사라졌지만
우리는 지금도 그의 슬픔을 슬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봉화마을 게시판에 적어놓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가 살아생전 무어라 부를지 몰라 하던
수더분한 얼굴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
공장에서
부엌에서
들판에서
학교에서 일하던 거친 손들이
삐뚤삐뚤 가슴으로 적은 그 글들을 보셨나요

노짱님, 사랑합니다 보고싶습니다
완전형님, 저 왔습니다 잊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생신 추카드려요
노 대통령님, 지금도 미안합니다
충성! 제대 신고하러 들렸습니다
노짱님, 나 아이가 생겼어요

하늘이 압니다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강물이 압니다 그가 무엇을 바라봤는지
들판이 압니다 그가 무엇을 말했는지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생각과, 그의 희망과, 그가 품은 사랑을
우리는 다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죽음을 진정 슬퍼한다면
함께 가야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으로
특권 없는 세상으로
바보들의 세상으로

하여,
부엉이 바위에서
땅으로 내려 온 것이 아니라
하늘로 올라간 외로운 독수리
노짱의 뜻이 온 누리에 퍼져야 하리니

가자
가자
저 넓고 푸른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태그:#노무현, #봉하마을, #김유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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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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