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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갑주를 입은 코스프레를 한 시민이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 '갑주' 코스프레 어때요? 두꺼운 갑주를 입은 코스프레를 한 시민이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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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일본 문화로만 알려졌던 '코스프레' 문화를 즐기는 사람은 국내에도 상당히 많다. 일례로 한국의 '스파이럴 캣츠'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스프레 팀이고, 국내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코스프레 카페인 '코사모'는 회원 수가 12만명에 육박할 정도.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덕후들의 하위문화'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코스프레의 현 주소이다.

하지만 한일간 교류가 굉장히 활발한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코스프레이다. 일본의 코스플레이어들이 한국, 특히 부산의 '코믹월드'로 오는 경우도 잦고, 한국의 코스플레이어가 일본의 '코믹 마켓'으로 가는 경우도 잦다.

트위터를 위시한 SNS에서는 한국인 코스플레이어와 일본인 코스플레이어 간 교류가 자주 이루어지고 있고, 공동촬영이나 상호교류가 개인 간에서 자주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신촌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코스프레 행사가 열렸다.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과 서대문구가 후원하고, 일본의 Negibose KONDO 사가 주최한 '코스프레 컬렉션 in 서울 010'이 서울 연세로에서 21일 열렸다.

일본 각 지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대만 등 해외 여러 곳에서 열린 코스프레 컬렉션 행사였다. 이번에 열린 코스프레 컬렉션 행사장의 모습을 담고, 행사의 의의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찰해보았다.

21일 신촌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코스프레 컬렉션이 열렸다.
▲ 코스프레 컬렉션의 모습 21일 신촌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코스프레 컬렉션이 열렸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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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가득 메운 코스프레에 '깜짝', 홍보 위해 인형탈 쓴 알바생도 '동참'

11시부터 코스프레 등록을 마친 사람들이 코스프레 의상으로 갈아입은 후 연세로 가운데의 스타광장으로 몰려들었다. 때아닌 주말의 코스프레 행렬을 보고 가장 놀랐던 것은 단연 시민들. 신촌 연세로에 여러 행사가 열렸지만, 코스프레를 소재로 하여 시민들이 참여한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사회자로 참가했던 도쿄 게임쇼 2015의 한국대표 'UE'씨의 간단한 소개가 있은 후, 인디밴드 단편선과 선원들의 '연인'을 리믹스하는 등 활동을 보였던 일본인 DJ Taka sushi가 DJ쇼를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팬들이 행사 주최 요청에 따라 응원봉을 들고 무대 앞에 서 있었는데, 여러 곡의 리믹스에 맞춰 맞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하나의 볼거리였다.

축사를 하고 있는 사토 마사루 공보문화원장.
 축사를 하고 있는 사토 마사루 공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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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토 마사루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인사가 있은 후, 일본에서 온 세 명의 프로 코스플레이어인 쿠로네코씨, 레이카씨, 이츠키 아키라씨가 무대 위에 올라 인사를 하고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이 중 쿠로네코씨와 이츠키 아키라씨는 실제로 가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 뭇 가수 못지 않은 좋은 라이브 실력을 선보였다.

시민들이 코스플레이어와 같이 사진도 찍고, 프로 코스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사진이 든 사진집을 판매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동안 도쿄 게임쇼에 나갈 사람들을 뽑는 시간을 가졌다.

심사위원은 행사업체인 곤도 사 대표 곤도 키데카츠씨와 공보문화원 직원, 그리고 공보문화원장이었다. 원피스나 러브라이브 등,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코스프레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 코스프레가 꽤 눈에 띄었다.

신촌의 '마스코트'도 행사에 얼떨결(?)에 참가했다.
 신촌의 '마스코트'도 행사에 얼떨결(?)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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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주변 카페나 휴대폰 매장 홍보를 위해 나선 '인형탈 직원'들. '카카오 이모티콘' 옷을 입거나, 고양이 탈을 입은 직원들이 코스플레이어들 사이에 '잠입'해서 같이 그림도 그리는 등, 자연스럽게 상인과도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쿄 게임쇼에 한국대표로 출전하게 되는 '언더테일'의 코스플레이어
 도쿄 게임쇼에 한국대표로 출전하게 되는 '언더테일'의 코스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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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인 코스프레 컨테스트의 1등은 인디게임 '언더테일'의 등장 캐릭터 '메타톤' 코스프레를 한 코스플레이어이었다. 이 시민에게는 2016 도쿄 게임쇼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곤도 키데카츠씨는 '독창성이 있고, 재미있는 코스프레라 수상하게 되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음지의 문화'라는 오해로 이상한 눈초리에 시달린 코스프레, 당당한 취미 될까

심사에 참가한 사람들. 맨 왼쪽이 콘도 키데카츠 대표, 오른쪽의 사람은 사토 마사루 공보문화원장이다.
 심사에 참가한 사람들. 맨 왼쪽이 콘도 키데카츠 대표, 오른쪽의 사람은 사토 마사루 공보문화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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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열렸던 코스프레 관련 행사는 인적이 크게 많지 않은 시민공원이나 컨벤션 홀에서 자주 열렸다. 코스프레를 접할 수 있는 곳도 서브컬처에 익숙한 이들이 모이는 만화 관련 행사장, 지스타 등의 게임 행사장 등. 그러니까 일반 시민들이 접하기가 어려운 곳이라는 이야기이다.

또한 최근 간호사, 제복 등의 코스프레를 이용한 퇴폐업소가 생겨나고 성인용품점 등에서 코스프레 의상을 판매하기도 하면서 '성인들의 이상한 문화'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스타나 롤드컵 등의 게임행사에 코스프레를 한 시민들이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코스프레 문화가 정착되고, 특히 여러 전문 코스프레팀이 게임 코스프레를 각종 포털사이트에 잇달아 선보임으로써 이런 문화가 많이 희석되었다.

번화가에서 공식적으로 코스프레를 선보인 첫 번째 자리가 이번 행사였기도 했는데, 이는 곧 코스프레라는 문화가 양지로 오를 수 있는 하나의 교두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행사에 참관한 일본인들도 하나같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KONDO 사의 대표 콘도 키데카츠씨는 "이번 야외행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코스프레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코멘트를 하였다.

행사를 위해서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프로 코스플레이어 쿠로네코씨는 "한국에서 이렇게 시민들과 만나는 코스프레 행사가 자주 열리게 되고, 시민들이 코스프레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자기도 한번 입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런 행사에 사람이 많이 오고, 따라서 이런 문화에 익숙해지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코스프레 문화가 한국 내에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불편한 시민들의 눈초리, 미숙한 행사진행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쿠로네코 씨가 사진집을 들고 포즈를 잡고 있다.
 쿠로네코 씨가 사진집을 들고 포즈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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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로 인해 가장 즐거웠던 사람들이 시민이었다면 가장 불편했던 사람들 역시 시민이었다. 팬 위주 만화 캐릭터인 '육가네 육쌍둥이', 'Fate 시리즈' 등 코스프레에 대해서는 익숙치 않은 눈길을 보냈다.

널리 알려진 원피스, 리그 오브 레전드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에는 그나마 익숙한 눈길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시민, 그 중에서도 특히 장년층은 그야말로 '뜨악' 하는 반응을 보였다.

코스프레라는 단어가 TV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쓰일 정도로 일상화되었지만, 코스프레 그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눈빛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1대 100' 등 참여자 코스프레가 속속 선보이는 등 코스프레의 미디어 노출이 잦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미숙한 행사진행 역시 단점으로 꼽힌다. 초청받은 코스플레이어들이 자원봉사자 한 명씩 안내만을 받고 무대에 서 물건을 판매하였는데. 한 시민이 이들 앞에서 돌발행동을 하려다 제지당하는 일도 있었다.

또, 행사가 한창 진행되는 중에 한 시민이 올라와 '신문고성 발언'을 하다가 제지당하여 내려오는 등 행사 진행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단순한 행사를 넘어 한일문화교류의 교두보로

DJ Taka Sushi의 DJ 파티에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이 호응하고 있다.
 DJ Taka Sushi의 DJ 파티에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이 호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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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이전의 일본 문화는 '딱지본', 그리고 '해적판', '세운상가'로 대표되는 이미지가 주였다. 한국과 일본 간의 문화에 공통점이 많았음에도 통상적인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본문화 자체가 음지에 빠져드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일본문화의 개방 이후에는 꽤 변하여, 한국 측 '겨울연가'와 '한류 컨텐츠'가 일본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고, 반대로 '원피스'나 '이누아샤', '크레용 신짱' 등 애니메이션, '철도원' 등의 영화가 국내에 수입되어 반대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다만 '팬 문화'는 현재까지 공유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코믹 마켓이나 국제철도모형전 등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팬 행사에 한국 팀이 참여한 적이 적을 뿐더러, 반대로 한국의 아이돌 팬덤과 일본의 한국 아이돌 팬덤이 서로간 교류가 적어 오해를 빚는 경우도 잦았다.

대만의 동인행사인 '팬시 프론티어'와 '코믹 마켓'이 많은 교류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으나, 이번 행사를 통해 '코스프레'와 '동인지'로 대표되는 동인 문화, 나아가 팬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교두보가 세워졌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일등서기관인 미키 키미요씨는 "한국과 일본의 더 나은 문화교류를 위해 열리는 행사가 많다"며, "다음 달 중으로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스피치 대회가 개최됨은 물론, 매년 개최되는 한일축제한마당 등도 10월 중 개최할 예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일본인 쿠로네코 씨가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일본인 쿠로네코 씨가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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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스프레, #지역축제, #시민참여, #일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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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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