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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강남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현장에 시민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역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강남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현장에 시민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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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은 여성혐오와 남성혐오 간의 논란으로 매우 뜨겁다. 한쪽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은 '묻지마 살인'이 아니며 여성을 목표로 노린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한다. 다른 쪽은 '강남역 살인사건'은 정신병자가 한 사람을 살해한 사건일 뿐이니 남성을 범죄자로 일반화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 17일 강남의 한 노래방 인근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일을 말한다. 가해자는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라며 범행 동기를 밝혔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추모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인 이유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은 가해자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다. 그의 범행동기는 '여성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과연,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했다는 그가 단지 '여성'에게만 무시를 당한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그가 여성에게 분노한 이유가 '자신보다 약자라고 판단한 여성이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사준 옷도 입지 않는다"고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그 이유 역시 단지 "여자라는" 이유였다. 그의 정신상태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발언을 보면 그의 범행은 분명 여성혐오에서 유발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그는 강남역 근처의 공용화장실에서 1시간 이상 범행을 위해 기다렸다. 중간에 몇 명의 남자가 화장실을 다녀갔지만 그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여성인 피해자가 등장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범행은 단순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여성을 노린 범죄'라고 볼 수 있다. 범행동기 역시 여성들이 자신들을 무시했다는 생각. 즉, 여성혐오였다.

또한, 2차적으로 여성혐오 문제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온라인에는 여성혐오성 발언들이 많이 올라왔다.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에서는 강남역 근처를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였으며, 1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기도 하였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화환을 강남역에 보내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일베뿐만이 아니었다.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은 "몸을 함부로 굴렸네", "새벽까지 다니니 그렇다" 등의 비하성 댓글들이 달렸다. 많은 댓글이 조심하지 않은 여성에게 잘못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결코 조심하지 않아서 생긴 사건이 아니었다. 평범한 노래방, 평범한 화장실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어떤 여성도 당할 수 있었던 무서운 사건이었다.

강남역 10번 출구의 추모가 '남혐'이 아닌 이유

일부 남성은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오히려 남혐을 조장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어떤 여성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해야한다. 여성들에게는 타인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강남 살인사건은 강남의 한복판,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장소에서 발생했다. 살해당한 이유도 단지 여성이라는 것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당연히 이 사건을 자신이 겪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하는 것이 남성혐오를 조장하고 남녀간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터무니 없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번 사건은 정신병의 유무를 떠나서 여성혐오로 인해 생겨난 사건이다. 또한, 남성혐오라는 단어의 성립자체도 의문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지나친 남성과 여성의 비대칭 관계를 지나왔다. 가부장제의 사회에서 여성은 학교를 다니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제대로 허용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여성의 경우에도 학교를 다닐수 있으며 일을 하는 것도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과 남성의 임금비율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며 많은 범죄로부터 여성은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즉, 사회구조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남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몇몇의 남성들은 '여성 상위시대'니, '역차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지금은 상황이 반전됐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주로 연인관계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서 적은 금액을 투자하며 우위를 점한다고 말한다. 또한,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더욱 높지 않느냐라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여성 상위시대'니 '역차별'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예시는 모두 개인적인 관계에서의 불평등을 말한다. 개인간에는 어디서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친구사이에서도 부모와 자식간에도 개인적인 불평등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우리는 '친구 상위시대', '자식 상위시대' 등의 이름을 붙이며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키지 않는다.

즉,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남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남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는 지배하려는 욕구와 저항만이 존재한다. 여성들의 행동은 남성을 혐오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지배하려는 욕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저항이다. 흑인의 저항운동을 '백인혐오'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여성들의 저항운동 역시 '남성혐오'가 될 수 없다.

갈등을 주저하지 말고 공론화 하자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이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이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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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상황이 물론 많은 남성에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갈등은 '필요한 갈등'이다. 여성혐오 문제를 무관심하게 바라보고 직시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사건이 지금의 '강남역 살인사건'이다.

더는 여성혐오 문제를 우리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에 또 억울한 목숨이 떠나지 않도록 우리는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감정의 교차가 일어날 수 있다. 한 쪽은 여성혐오를 직접 느끼지 못했을 사람들이고, 다른 한 쪽은 여성혐오 문제를 긴 세월동안 느끼며 살아왔을 사람들이다. 두 부류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렇기에 논의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를 덮어두고 염증이 생기도록 두는 것보다는 다소 아프더라도 약을 바르고 치료하는 것이 낫다.

더는 '남성과 여성의 갈등을 부추기지 말라'고 소리치지 말자. 조금의 갈등이 생기더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 그렇게 여성혐오 문제를 바로잡고 다시는 이런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그것이 우리가 '강남역 살인사건'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이 될 것이다.


태그:#강남역 살인사건, #강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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