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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노동당대회가 폐막했다. 당 대회가 열리기 전 우리 언론은 5차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쏟아냈지만 결국 북한은 5차 핵실험은 하지 않았다. 또한 숙청된 걸로 알려진 리영길 전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등장해 대북 정보 확보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번 노동당대회의 핵심은 북한의 '핵 보유국' 선언이었다. 그러면서도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발언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핵 관련 발언과 함께 노동당대회의 의미를 짚어보았다. 다음은 지난 17일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체제 위기는 벗어났다... '선군'이 아닌 '선당'으로"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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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까지 북한에서 36년 만에 7차 노동당대회가 열렸는데 가장 의미 있는 대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형식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정상화예요. 북한은 노동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인데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라면 당 대회가 계속 열려야 해요. 근데 당 대회가 계속 안 열렸잖아요. 이번에 36년 만에 당 대회가 열리면서 김정은 제1비서는 아버지 김정일 시대와 달리 조선 민주주의 공화국이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라는 걸 드러낸 거죠. 즉, 비정상적인 시대에서 정상 시대로 전환되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의미가 제일 커요. 36년 동안 안 열린 가장 큰 이유는 '위기 상황'이었거든요. 그땐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냉전이 사라지고 고난의 행군도 하는 등 스스로도 위기였잖아요.

하지만 당 대회가 열린 건 위기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한 '선군'이 아니라 이제는 '선당'으로 애초의 사회주의 원칙에 맞게 당이 전 사회를 영도하는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간다는 거예요. 물론 그전에도 김정은이 제1비서 취임할 때인 2012년에도 당 대표자회를 했잖아요. 그러나 대표자회라는 건 임시적인 것이었고, 이번에는 제대로 당 대회를 연 것이죠."

- 그럼 왜 지금 열었을까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김정일 위원장이 통치했는데 식량 문제부터 시작해서 외교적인 고립, 남북관계 등으로 계속 위기였어요. 김정은 시대엔 핵무기도 만들었고 미사일도 빵빵해 남북관계에서 남쪽에 손 벌릴 일도 없고 중국도 자기들을 무시 못하죠.

가장 중요한 건 북한 경제가 살아난 거예요. 김정일 시대 때보다 훨씬 나아요. 이번 당 대회를 다녀온 외신 기자가 '평양+맨해튼'을 줄여서 '평해튼'이라고 쓰잖아요. 물론 일부겠지만,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윤택한 삶을 사는 거예요. 그래서 이젠 망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는다는 거죠. "

- 남한에서는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맞지 않네요?
"그건 김정은 체제에 리더십도 불안정하고 경제가 어려워서 얼마 가겠느냐고 하는데, 똑같은 북한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거예요. 물론 길게 보면 지금 체제가 끝까지 잘될 것이란 보장은 없지만 일단 김정일 시대에 겪은 여러 위기는 일단 모면한 거예요. 우리가 밖에서 볼 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할지언정 자기들은 일단 이겼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 대회를 연 거죠."

- 그럼 그들 주장대로 안 망하나요?
"당분간은 망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보기에도 김정일 시대의 체제위기는 벗어난 것으로 봅니다. 일단 권력이 안정적이에요. 즉, 권력 엘리트를 김정은 제1비서가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저항하거나 대들 만한 세력이 없어요. 제일 중요한 부분은 경제 상황이 호전되어서, 최근 제재 국면이라지만 아직은 제재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거예요."

- 언론에서는 이번 당 대회에서 5차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없었어요.
"김정은 제1비서가 여러 가지 다양한 미사일을 이용해서 핵실험을 하라고 지시를 내렸어요. 그런데 이미 SLBM, KN-08, 무수단 미사일 실험도 하는 등 다양하게 조금씩 자기기술을 보여주며 실험을 했기 때문에, 굳이 당 대회 앞두고 5차 핵실험을 할 이유가 없죠. 우리 국방부에서 지나치게 호들갑을 떤 거라고 봐야죠."

- 이번 당 대회의 중점은 김정은 제1비서가 어떤 직함을 맡을지였는데, '당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 중앙위원장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이냐는 논란이 있는데 제 판단으로는 당 중앙위원장과 다른 직제로 봐야 해요. 왜냐하면 북한이라는 데는 세습 국가고 선대수령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김정일도 아버지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헌법에 '영원한 주석'으로 적었어요. 그래서 주석은 또 할 수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주석이라는 직함을 버리고 '국방위원장'이라는 타이틀로 통치했어요, 그리고 '총비서' 역시 일반 중국 공산당이 한 것처럼 '중앙위 총서기'가 아니라 '조선 노동당 총비서'예요. 달라요.

이번에도 김정일이 죽은 다음에 김정은 제1비서는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호칭을 정했어요. 그래서 총비서를 할 수 없어서 지난 2012년 권력 승계할 때는 과도기적으로 제1비서를 받은 건데 그것도 애매하니 전혀 다른 걸 만들었죠. 그럼 당 중앙위원장(김일성)과 총비서(김정일)가 아니면 뭘 할 것이냐 생각하다 보니 당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만든 거죠.

이것은 중앙위원장보다 훨씬 높은 거예요. 당 중앙위원장은 당의 중앙위원회 회의를 주재하지만 당 위원장은 당 전체 포괄적인 위원장이기 때문에 당 최고수위 직책이 맡는 거죠. 그래서 할아버지가 했던 당 중앙위원장과 똑같다는 분석은 틀렸고 선대가 했던 것을 피해 가면서 조선 노동당의 최고 영도자로서의 지위를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아요.

이 다음 주목해야 할 게 최고인민회의를 열어서 국가기관 선거를 해야 해요. 지금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도 없앨 가능성이 커요. 왜냐하면 아버지를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모셨기 때문에 제1위원장이란 애매한 타이틀을 단 거잖아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위원회를 만들어서 위원장 직함으로 국가를 통치할 거예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제7차 대회 사흘째인 지난 8일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결론을 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제7차 대회 사흘째인 지난 8일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결론을 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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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프로세서와 평화협정 프로세서가 같이 가야"

- 핵 관련 발언이 있었어요. 북한은 자신들을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하고 또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 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했는데 핵보유국과 비핵화는 상극이잖아요. 어떻게 해석해야 하죠?
"이게 가장 중요해요. 이제 북한의 조선 노동당이 핵 보유를 공식화시킨 거예요, 이미 이것도 2013년 병진 노선을 채택한 게 있지만, 그것과 당 대회에서 결정쇠에 박은 건 다른 거예요. 즉, 핵 보유를 공식화했다는 건 핵보유국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기존의 조선과 다른 조선이 된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협상, 남북관계, 또는 북·중 관계에서도 당당하게 핵보유국이고 이걸 전제로 협상하겠다는 거죠. 누가 그러던데 예전에 북한이 핵 가지고 협박을 하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젠 그런 게 아니잖아요. 실제로 핵이 있고 SLBM을 쏘아 올리고 다양한 중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리잖아요. 상황이 달라진 거죠."

- '세계의 비핵화는 뭔가요?
"이건 2006년 1차 핵실험 헸을 때부터 나온 이야기예요. 핵실험을 하면서 북한은 예고했잖아요. 핵실험은 철저히 미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위적 차원에서 한다고 했어요. 책임 있는 핵보유국 국가로 그들이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고 NPT를 지키고 세계 비핵화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던 이야기예요.

그것은 핵무기를 가지는 건 확실하지만, 이걸 철저히 미국 때문에 생긴 자위적 차원의 핵이지 누굴 공격하려는 게 아니고 핵 없는 사회가 되면 포기하겠단 거죠. 그래서 2012년 헌법에 핵 보유를 넣고 그것을 기정사실화한 법률을 만들었는데 그 법률에도 이런 얘기가 들어가 있어요."

- 그럼에도 다른 나라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잖아요.
"인정할 수가 없는 게 NPT라는 레짐(Regime)이 이미 있기 때문에 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 이외엔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가질 수가 없어요. 공식적인 핵보유국 인정은 불가능하지만,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리스트에 올라가는 거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3월 9일 보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인민군 대장인 김락겸 전략군사령관과 홍영칠ㆍ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3월 9일 보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인민군 대장인 김락겸 전략군사령관과 홍영칠ㆍ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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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싶어 하잖아요.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면 평화협정은 물 건너가나요?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만약 핵을 포기하는 거로 가려면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프로세스가 같이 가야 한다는 거예요. 이건 거슬러 올라가면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있었는데 이미 비핵화를 합의한 것에 더해 남·북·미·중이 한반도 평화 포럼을 열어서 거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하게 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이게 이후 평화체제 논의는 하나도 없었고 비핵화 논의만 하다 중단된 거예요. 그래서 2010년 1월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보면 "지금까지 미국과의 핵 협상이 파탄된 걸 보니 이유는 우리가 비핵화만 가지고 협상해서 그렇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같이 했어야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둘을 같이 한다"는 것이라고 못을 박아요.

그 뒤로 2013년에 핵실험 후 한반도에 난리가 났고, 전쟁 위기가 마무리될 즈음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했어요. 2014년에는 남측에 공화국 중대성명으로 평화체제를 논의하자고 했고요. 지금 북한 입장은 핵을 그대로 가지고 가되, 핵을 포기하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하려면 평화체제 협정을 가져오란 거예요.

이제 문제는 미국이죠. 미국이 "비핵화 안 하면 평화협정 안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 평화협정 논의는 어려워지지만, 북한 입장을 수용하면 달라지죠. 중국은 중간에서 "좋다. 그러니까 비핵화와 평화협상을 병행하자"는 입장이에요. 국내에서도 진보적인 진영에서는 비핵화를 위해서라도 평화협정을 하자고 주장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꿈쩍도 안 하죠."

대북정책, '비핵화' 전면에 내세우면 곤란해

-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인 것 같던데요?
"이것은 정치적 수사로 봐야 합니다. 주한미국 철수는 북한의 오래된 군사전략과 통일 전략 중 하나예요. 이건 신년사에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어요. 장기적으로 한반도가 자주적인 통일을 하려면 주한미군이 나가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거죠.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 교과서에도 나와 있을 정도로 일관되게 해온 이야기예요. 이걸 이번 당 대회서 주장했다고 특별한 의미를 두고 볼 필요는 없다고 봐요.

또 하나는 주한미군 철수를 북이 공식적으로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는 심리가 강해요. 김대중 대통령 이후부터 북한 지도부는 말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주한미군이 있는 게 남쪽의 군사주의자들이 부당하게 북으로 올라가는 걸 막을 수도 있고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어요. 그래서 냉전이 끝난 1992년에 워싱턴에서 캔터 국무차관이 김용순 비서를 만닜을 때 주한 미군 있어도 된다는 등 여러 차례 비공식적인 속내를 교환했어요. 물론 자기들과 전쟁을 벌였던 UN사의 일원으로 주한미군이 있으면 안 된다는 전제를 달아, 평화유지군으로 바꿔 있으라는 거죠."

- 우리는 대북정책을 어떻게 해야죠?
"북핵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는 해야 한다고 봐요. 왜냐하면 북한은 핵 포기를 안 하는 걸 공식 선언했고 이미 핵을 가진 상황에서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워서 대북정책을 해버리면 남북관계가 한 발짝도 갈 수 없죠. 그래서 이제 우리 대북 정책은 '비핵화'를 최종적인 목표로 하되, 한쪽에서는 여러 가지 제재와 압박을 하면서 한쪽에서는 비핵화와 상관 없이 대화를 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비핵화와 별도로 인도적 지원을 하고, 남북이 서로 경제적으로 '윈윈'해야 해요. 개성공단 같은 건 우리 기업이 돈을 더 버는 것이라 (공단을) 돌렸어야죠. 그러면서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관계 프로세스가 병행해서 가도록 해야 돼요. 남북관계를 비핵화와 연동시켜 버리면 북한은 핵실험을 계속하고, 핵을 포기 안 할 것이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꼼짝도 못해요.

그러면 대북정책은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정책밖에 안 됩니다. 우리는 제재 효과를 믿고 제재를 해보자는 건데 북한은 평생 제재를 받고 산 나라고 제재 과정에서도 북·중 관계라는 게 있기 때문에 완벽한 제재는 있을 수 없어요.

제재 일변도로 핵을 못 막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운 대북정책은 남북관계 만남의 지렛대만 잃게 되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남북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를 병행해야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거예요. 남북관계에서 북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관계를 맺어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설득할 수 있는 힘과 수단이 생기는 거죠."

- 하지만 현 정부 하에서는 불가능하지 않나요?
"그래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제재 일변도로 갈 거예요.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화의 대 자도 꺼낼 분위기가 아닙니다. 박 대통령에겐 김정은도 유승민 의원처럼 배신의 정치로 찍힌 거예요."


태그:#김근식, #노동당대회,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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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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