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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 생방송에서 옥바라지골목 공사 중단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 생방송에서 옥바라지골목 공사 중단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박원순페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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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내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 서울시에서 무참한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은 19일 밤 9시 10분부터 페이스북에서 생중계 된 '원순씨의 X파일' 방송에서 옥바라지골목 철거과정에서 드러난 재개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용산참사 때 진상규명, 서울시와의 중재, 희생자 기리는 문제 등에 관여한 적이 있다"며 "시장이 되어서는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런 대규모 재개발은 안된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그런데 취임하고 보니 이미 서울시 전역 1000개가 넘는 곳에서 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더라"며 "갈등조정팀을 파견하는 등 서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해서 상당부분은 해제됐지만 아직도 200여곳 이상이 오도가도 못하고 남아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이어 옥바라지골목이 포함된 무악2구역에 대해, "이미 공사가 진전이 많이 돼서 (철거를) 막기가 사실 어렵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 위해 반대주민들과 뵙기로 했는데 행사 다녀오는 길에 SNS를 보니 새벽부터 철거되고 있다더라"며 "절차, 원칙, 상식, 정의, 예의 등 어떻게 보더라도 이게 말이 되나. 그래서 화가 정말 많이 나 현장에 나갔고 중단지시를 했다"고 당시 깜짝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시장은 "그곳에 사람이 있었잖나. 사람마저 철거의 대상일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은 일방적 밀어붙이기 보다는 끈덕지게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일방적이라고 비난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아까 말한 그런 철학과 원칙 하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기 권리조차 얘기하기 힘든 사람들, 힘에 짓눌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시장이 되겠다는 취임할 때 생각은 지금도 변한 게 없다"며 "앞으로 내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 서울시에서 무참한 강제철거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남역 피살 여대생 추모현장 잘 보존하겠다"

한편 이날 생방송은 강남역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처참히 살해당한 23세 여대생을 추모하기 위해 23초간 묵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직접 강남역에 가서 조용히 꽃 한송이를 놓고왔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그간 여성안전을 위해 나름 세심하게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일이 생겨) 너무 마음이 무겁고 참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시가 현장을 잘 보존해 시민들의 보행이 좀 불편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현장에 기념물을 만들어 세우고, 붙여진 포스트잇들은 전부 수거해서 서울시 산하인 여성재단 건물 한편에 붙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이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것을 지적하고 남녀화장실을 완전히 분리시킬 것과 여성혐오 사이트들을 단호하게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옥바라지골목 공사 중단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설명
제게는 큰 빚이 있다. 용산참사 때 저도 진상규명, 서울시와의 중재, 사후 희생자들을 기리는 문제 등 여러 문제에 관여한 적 있다. 시장이 되어서는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런 대규모 재개발은 안된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이미 서울시 전역에 1000개가 넘는 곳에서 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더라. 어딜 가나 재개발을 추진하는 쪽과 해제해달라는 쪽의 싸움이 처절할 정도였다.

그동안 갈등조정팀도 파견하고 서로 의견이 합의를 이룰 수 있게 노력을 해서 상당부분은 해제했지만 아직도 200여군데 이상이 오도가도 못하고 남아있다.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할머니들이 나와서 제 앞에서 길가에 쓰러지면서 해제해야 한다고, 철거는 안된다고 했고, 나도 함께 가슴으로 울었다. 제가 보니까 사실 참 어려운 문제더라. 재개발이란게 건물주의 동의만 따지지, 여기 들어와 있는 임차인들, 월세, 전세 사는 사람들의 의견은 반영이 안되더라. 근데 내가 취임해서 줄곧 주창하고 있는 사람 중심의 도시에는 당연히 임대 사는, 월세 사는 분들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하잖나. 뿐만 아니라 제가 취임했을 땐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전이 되어 더 이상 손을 쓰기 힘들 정도의 경우가 많았던 듯하다.

이번 문제가 된 무악2구역도 지난한 과정 거쳐서 오늘까지 왔다. 그동안 서울시는 충분한 협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철거유예 요청공문을 종로구나 시행사인 롯데건설에 몇 차례 보냈고 관련자와 면담도 계속 진행했다. 그런데 상황이 진전되지 않아 주민과 제가 만나기로 했다. 주민들이 요청을 해왔다. 이미 진전이 많이 돼서 막기가 사실 어렵다. 이곳이 옥바라지골목이라는 것도 한참 진행된 뒤에 전문가들이 주장하기 시작했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에 17일 오후에 뵙기로 약속했는데, 행사를 갔다 오는 길에 우연히 SNS를 봤더니 새벽부터 철거되고 있다고 하더라. 절차, 원칙, 상식, 정의, 예의 등 어떤 것으로 보더라도 시장이 당사자들 만나기로 돼 있는데 아침부터 철거를 시작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래서 화가 정말 많이 났고 현장에 나갔고 중단지시를 했다.

어찌 됐든 간에 기습적인 강제철거는 안된다고 본다. 왜냐면 그곳에 사람이 있었잖나. 사람마저 철거의 대상일 순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람을 철거할 수 있나. 특히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은 일방적 밀어붙이기 보다는 끈덕지게 대화해야 한다. 물론 지금 관리처분을 나와 있고 법원의 판결도 받아놓은 상태에서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제가 반드시 무조건 옳다고 주장할 순 없다. 너무 일방적이라고 비난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아까 말한 그런 철학과 원칙 하에서 추진해야 한다,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고 반대가 있더라도 그런 비난 기꺼이 감수하겠다.

취임하면서 다짐한 말이 있다. 자기 권리조차 얘기하기 힘든 사람들, 힘에 짓눌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시장이 되겠다는 생각 지금도 변한 게 없다. 시민을 향해서 큰소리 치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큰소리 치겠다는 결심 늘 다짐하고 있고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으로 있는 동안 서울시에서 무참한 처참한 강제철거가 있어선 안된다. 집은 누구에게나 생명이다, 그런 생각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가겠다. 사회적 약자가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고 조합, 시행사, 철거민과 함께 합일점을 찾을 수 있도록 더 소통하겠다. 소통해야 아프지 않다.



태그:#박원순, #옥바라지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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