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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지난 17일 새벽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살인'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추모를 위해 강남역을 찾은 시민들은 추모의 글을 적은 메모지를 붙히거나 헌화를 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지난 17일 새벽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살인'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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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새벽, 서울 서초동 한 건물 화장실에서 일어난 20대 여성 살인 사건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긴급 체포된 피의자인 김아무개(34)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아는 사이가 아니다, 여성에게 그동안 무시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후 이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로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사건의 본질은 여성 혐오가 아니'라는 주장이 흘러나옵니다. 피의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부각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피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여성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범행 동기를 밝히는 것 자체가 이미 여성 혐오적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이슬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정신질환 여부를 떠나 피의자는 이미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오면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을 여성혐오와 무관하다고 보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경찰이나 언론이 피의자의) 정신 병력을 거론하는 것은 '술에 취해 성폭력을 했다'는 식으로 가해자에게 여지를 주는 것"이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맞는데 (여성 혐오라는 단어를 거부하는 건) 여성 혐오라는 말 자체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습니다.

혐오 표현과 혐오 범죄를 연구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여성 중 아무 사람'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은 이상,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보는 것에 무리가 없다"며 특정 집단 일반을 향한 범죄를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①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피의자가 아무렇지 않게 밝힌 범행 동기에
이미 여성 혐오적 시선이 반영되어 있어

"여성 혐오는 단순히 여성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 혐오는 성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 등을 말하는 개념이다. 피의자가 정신질환이 있든, 아니든 상관없다. 피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여성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범행 동기를 밝히는 것 자체가 이미 여성 혐오적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언론에서도 그런 말을 채택하던데, 그것은 그냥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여성 혐오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거다.

어찌 되었건 이 사건에서 가해자가 선택한 범행 대상이 여성이다. 피해자가 여성이다.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안 되는 배경이 무엇인가. 그건 이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라고 명명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거다. 물론 여성도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포함된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 이 사건은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이 맞다. 이 사건을 여성에 대한 사건이라고 명명하고 싶지 않아 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라고만 말하는 것은 굉장히 비겁한 거다. 이 사건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 대해 꼭 짚어야 한다."

 방이슬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범죄
살해당하지 않더라도 여성이 위험한 현실은 분명

"피의자의 정신병력이 범행의 본질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CCTV 장면 등을 살펴보면) 피의자는 질환이 있다 하더라도 범행 당시에 '기다리고 있다가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오면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여성을 죽이려 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묻지마 살인'과 같은 표현은 잘못됐다고 본다.

살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강력범죄 피해자가 여성이다. 이 사건 피해자도 그렇지만, 공공장소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이나 괴롭힘 등을 많이 당한다. 그런 현실 자체가 분명하다. 가해자의 신상이나 관련 정보를 통해 이 사건을 여성 혐오와 무관하다고 보는 것은 오히려 현실에 동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여성 혐오 자체가 논리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③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여성 혐오'라는 말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혐오'
이런 사건, 어제 오늘 일 아니다

"경찰이 가해자가 내뱉은 말을 검증 없이 알리고, 특히 정신 병력을 거론하는 것은 '술에 취해 성폭력을 했다'는 식으로 가해자에게 여지를 주는 것이다. 형량 감형을 위한 핑계를 주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걸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도 문제다.

피의자는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기다렸다. 만약 건장한 남자, 제압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지목해 범죄를 행한 것이다. 이게 어떻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닌가. 여성 혐오라는 말 자체에 대한 혐오가 있는 것 같다. 이것도 혐오다.

사실 이런 일은 늘상 있었다. 한동안 이슈였던 보복운전 같은 경우에도, 상대가 젊은 여성 운전자이니 따라간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보복운전을 한 것인데, (이런 것을 부정하는 일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이고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④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그냥 '아무 사람'이 아니라 '여성 중 아무 사람'
여성 혐오 사건으로 보기에 무리 없어, 심각하게 봐야

"범죄의 대상이 '아무 사람' 대 '여성 중 아무 사람'의 문제였던 이상,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보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 이런 범죄의 문제를 중하게 봐야 한다. 정당하지 않은 분노를 기반으로 해 범죄가 잔혹한 경우가 많다. 어떤 집단 모두를 대상으로 삼기에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이 공포에 시달린다.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폭력'이면 잠재적 피해자의 범위가 넓어져 '내 문제'로 여겨질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여성, 외국인, 성소수자 등과 같이 특정 집단을 향한 범죄가 빈발하면, 그 집단 구성원들에게 당장 '내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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