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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인권지킴이단 워크샵에서 아산지킴이단이 '유성기업노동자에게 따듯한 밥한끼를' 모금하고 있다.
▲ 모금하는 아산지킴이단 도민인권지킴이단 워크샵에서 아산지킴이단이 '유성기업노동자에게 따듯한 밥한끼를' 모금하고 있다.
ⓒ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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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에 충남도 산하 충남도민인권지킴이단으로 위촉된 지킴이단 아산모임(이하 아산지킴이단) 대표입니다. 얼마 전인 11일 도민인권지킴이단 워크숍에서, 도지사와의 인권토크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산지킴이단에서는 지난 3일부터 '유성기업 노동자에게 따듯한 한끼를!' 모금을 진행하던 중이라 워크숍 행사장에서도 모금을 진행했습니다.

인권토크에서 저는 무려 5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유성자본의 노동탄압에 대해 도지사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드렸습니다. 그러나 안희정지사의 답변은 상당부분 사실관계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 도정의 우선 가치로 '인권'을 제시하고 있는 충남도지사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안 지사님의 답변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저를 비롯 지킴이단의 귀에 걸리는 대목은 "불쌍하다고 해서 도와 주면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자립할 수 없다"고 한 대목입니다. 제가 다시 '불쌍해서가 아니라 정당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재질의했습니다.

안 지사님은 "왜 본사 노조에서 직접 싸우지 않고 하업업체 노동자들이 싸우게 하느냐...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잠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인데 노조가 자꾸 자기 주장만 하면 곤란하다"고 재답변했습니다. 유성 기업 노동자들의 고통에 어떻게 해 보겠다는 방안 제시도 없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녹음이나 촬영한 자료를 찾아 확인해야겠지만, 저는 권력과 자본의 폭력으로 무력화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 현실에 대해 안 도지사께서 아픔과 공감, 연대 보다는 노동자들의 지나친 투쟁이나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잘못인 것처럼 바라보는 인식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답답하고 슬펐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 5년 간 투쟁 간략 설명
- 자동차 피스톤링을 생산, 충남 아산(본사)- 충북 영동 소재
- 2011년 노사합의했던 철야근무 폐지를 (창조컨설팅 개입하여) 사측이 백지화함.
- 합법적인 파업에 공권력 동원, 직장폐쇄, 용역깡패의 폭력, 27명 해고, 71명 정직 등 징계
-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로 복직조치 했으나 다시 추가해고와 징계, 사측 주도의 노조 설립, 지급판결이 난 체불임금 32억 원 지급 안하고 있음.  작업장 사방에 CCTV와 몰카,설치, 43%의 노동자들이 우울증 고위험군 진단(2015년 11월 충남노동인권센터 발표). 쌓인 고소 고발이 1080여건. 사측 고소는 바로 벌금 처리, 노조원 고소는 조사도 안하거나 증거불충분 무혐의처분... 노조에 제기한 손배소가  10억(대법원 계류중).
-2011년 손해를 입었다던 회사의 영업실적이 89%증가(부품단가를 현대자동차에서 유성기업에만 26% 인상해줌)
-2016년 1월 은수미(민주당)국회의원이 창조컨설팅이 청와대, 국정원, 노동부와 접촉한 자료 공개
-2016년 3월 17일, 노동자 한광호(43세) 자살/1995년 입사, 2012년부터 13년까지 노조지도부 활동, 구사대의 폭행, 어용노조와의 충돌, 사측으로부터 11차례 고소고발, 경찰조사만 8차례, 자결하기 일주일 전 사측의 징계위 개최 출석 문자를 받고 회사를 나가 연락이 두절됨. 끝내 '미안하다. 사랑한다' 문자를 끝으로 고인의 아버지 묘소 부근에서 시신 발견...
- 현재, 서울시청 광장에 시민분향소 설치,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기도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등 공동 기도회,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본사앞 항의 집회 중 18일 27명 연행돼 조사받는 중

그동안 제가 지켜본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단 한번도 자신들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해결해 달라고 기대지 않았고, 무리한 주장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인권'은 박제화된 고준담론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들이 존엄함을 보장받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란 점을 지사께서 모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째서 도지사의 인권 관심에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투쟁은 빠져있는 것인가요?

그러고 보니 도 인권위원회에 노동자, 농민, 빈민을 대표하는 위원들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노동자들도 충남도민이고, 충남도민인권선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제11조 노동에 관한 권리
① 충남도민은 차별 없이 공정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노동할 권리와 실업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② 충청남도는 도민의 고용안정과 적정한 임금 보장, 노동조건 개선의 책임을 진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여성 및 이주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청소년 노동자, 고령 노동자 등 노동 약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 할 책무가 있다.

노동법을 수없이 위반하고, 정당한 노동쟁의를 공권력을 동원하여 파괴하고, 사측이 주도하여 어용 복수노조를 설립하며, 손해배상청구 등 막대한 돈의 힘으로 노동자를 억누르는 기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과 함께 어깨 거는 모습이 인권 도지사의 모습이 아닐까요?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너무도 노동자에게 불리하여 헌법적 권리인 노동3권조차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당장은 어렵지만 계속해서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겠노라, 유성의 노동자들에게 따듯하게 위로와 연대를 보내는 큰 정치인을 기대했던 것은, 저의 착각이었던 걸까요?

도지사께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충남도민인권선언의 내용과 책무를 지켜주십시오.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초대한 인권토크를 기대합니다. 오늘 아산지킴이단은 그동안 모은 성금을 서울시청앞 시민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노동자께 전달해드렸습니다. '인권 지킴이단 이시라구요......' 반갑고 고마워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그 분 앞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권을 보장받고자 분투하는 충남의 노동자 앞에 충남도민인권선언과 지사님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아산지킴이단이 모은 성금을 분향소를 찾아 전달하고 있다.
▲ (고) 한광호 노동자 시민분향소 방문 아산지킴이단이 모은 성금을 분향소를 찾아 전달하고 있다.
ⓒ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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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충남도민인권지킴이단, #유성기업, #한광호,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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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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