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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36주년을 기념해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진실_ 비틀이 보기 아시아 민주 인권 평화전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을 기념해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진실_ 비틀이 보기 아시아 민주 인권 평화전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
ⓒ 광주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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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운동 36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회에서 '광주 정신'에 위배되는 태국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논란이다.

지난 10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2016 아시아 민주, 인권, 평화미술전- 진실 비틀어 보기'는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작가들과 함께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 식민 지배 등 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아픔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하지만 초청 작가 중 태국 작가인 수티 쿠나위차야논씨(아래 수티)의 이력을 두고 자격 논란이 제기됐다.

태국의 극우 성향 작가 작품 전시 논란

2013년 11월 '실빠꼰 대학'(Silpakorn University)에서 '민주기념탑'으로 행진하는 길에서 태국작가 수티 쿠나위차야논이 자신이 디자인한 포스터를 들고 서 있는 모습. 수티 쿠나위차야논 홈페이지 사진 발췌
 2013년 11월 '실빠꼰 대학'(Silpakorn University)에서 '민주기념탑'으로 행진하는 길에서 태국작가 수티 쿠나위차야논이 자신이 디자인한 포스터를 들고 서 있는 모습. 수티 쿠나위차야논 홈페이지 사진 발췌
ⓒ Sutee Kunavichyan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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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수티 작가가 초청된 사실을 알게 된 '태국 민주 문화운동가'(CAD) 단체소속 문화예술인 118명은 공동명의로 주최 측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진실 비틀어 보기' 전에 반민주적 관점을 견지하고 예술적 실천을 해왔던 태국 작가 수티 쿠나위차야논이 참가한 일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수티 작가는 국내에서는 낯선 인물이다. 하지만 CAD 소속 작가들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태국 군사정권과 그들이 일으킨 2014년 5월 쿠데타를 지지한 극우 성향의 인물로 통한다. 뿐만 아니라, 태국 민주주의의 정신에 위배되는 작품을 제작했으며, 수익금으로 민주 정권을 무너뜨리고 군부 쿠데타를 촉발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지난 2013년 11월~2014년 5월 사이 벌어졌던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 '방콕 셧다운'(Bangkok Shutdown) 당시 디자인 티셔츠 판매행사를 통해 태국 보수단체를 후원하는 자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이 공개서한에서 CAD는 "수티가 지지하는 국민민주개혁위원회(PDRC)의 현 지도자 '수텝 트억수반'은 과거 아피싯 정권의 부총리를 지낸 인물로 지난 2010년 4월 10일~5월 9일까지 방콕 심장에서 발생한 레드셔츠 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를 배치했던 자이며, 이 일로 당시 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2000여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이 사태를 전두환 정권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에 비견하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수티의 작품을 전시하는 건 태국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뿐만 아니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마저 모독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태국 보수세력 지원 모금 운동을 위해 티셔츠와 포스터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태국작가 수티 쿠나위차야논씨의 모습. 수티 큐나위차야논씨  홈페이지 사진 발췌
 태국 보수세력 지원 모금 운동을 위해 티셔츠와 포스터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태국작가 수티 쿠나위차야논씨의 모습. 수티 큐나위차야논씨 홈페이지 사진 발췌
ⓒ Sutee Kunavichyano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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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미술사학자 타나위 촛프라딧씨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시립미술관 '아시아 민주인권평화미술전' 담당 큐레이터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올렸다. 국제분쟁 전문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약 중인 이유경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번역해 올린 내용에 따르면, 공개서한에는 다음과 같은 항의성 글이 들어있다. 

"어느 아티스트라도 정치적 편향을 지닐 수 있고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는 건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 권한도 존중한다. 그러나 '2016 아시안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내건 전시의 큐레이터인 당신은 왜 군사정권을 지지하는 예술가를 전시회에 초대하였는가? 태국의 예술, 예술가들, 그리고 지금의 태국 정치 분쟁에 대해 연구조사를 제대로 했는가?" 

또한 타나위 촛프라딧씨는 공개서한을 올린 후 이 문제로 태국 페이스북이 들끓었다고 전했다. 

태국 정세에 밝은 국내 누리꾼들 역시 수티 작가의 초청 소식을 접하고 발끈한 상태다. 광주민주화 정신에 위배되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동남아 문제를 연구하는 웹사이트 학술모임인 <크메르의 세계> 운영자 '울트라 노마드' 는 "수티의 작품은 반드시 철거되어야 한다"며 주최 측을 비판했다. 같은 커뮤니티 회원 '희망터글지기' 역시도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태국 일베 작가 수티의 작품을 철회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만약 정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항의차원으로 1인시위라도 벌이겠다고 남겼다.

주최 측 "작품 철거 고려 중"

이후 태국주재 국제분쟁전문가로 활약해온 이유경 기자가 최근 논란이 된 전시기획전 담당 큐레이터 임종영씨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이 기자는 그와 가진 통화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와 뉴스 블로그(Another word is possible)에 정리해 올렸다.

이 기자는 큐레이터 임씨가 수티의 현장 예술이 한국의 80년대 민중예술과의 유사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으며,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또한 2015년 작가초청작업 당시 임씨가 기획팀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혔다.

또한 이러한 항의 내용은 5.18재단을 통해서 전달받았으며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나아가 수티 작가의 작품 4개 중 PDRC 시위와 관련 있는 작품 한 개를 철거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며, 그러나 작가의 동의가 우선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광주민주화재단이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지난 5월 10일부터 8월 15일까지 3개월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 동남아 문제를 연구하는 학술모임 웹사이트 〈크메르의 세계〉 운영자 울트라-노마드님의 번역글과 태국주재 국제분쟁관련 전문가로 활약중인 이유경 기자님이 올린 기사(홈페이지 : penseur21.com참조)중 일부 내용을 사전 허락하에 상당부분 인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면 위 주소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태그:#태국항쟁, #SUTEE KUNAVICHYANONT , #5.18 광주항쟁, #크메르의 세계,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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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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