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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우영 팔순 출판기념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 등과 인사하는 모습.
 2008년 1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우영 팔순 출판기념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 등과 인사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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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나는 원래 정치인이 아니고 군인"이라며 "그때 나라가 어렵고, 내가 대통령이 안 될 수가 없어서 한 건데, 내가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17일 발행된 <신동아> 6월호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 하고 싶으면 뭐하러 군대 들어갔겠어요, 그래서 약속한 대로 딱 한 번 하고 나왔잖아"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또 10.26사태 이후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며 벌어졌던 12.12 군사쿠데타와 관련해 "젊은 장군들이 볼 때 (정승화가) 김재규를 앞세워 정권을 잡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은 "12.12가 뭐더라?"라고 되물으며 당시 사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말미에도 기자들을 향해 "어떻게 됐든 간에 옛날 얘기인데. 나는 옛날 얘기이지만 하나도 기억이 안 나. 나이도 많고"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정호용 전 의원,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보안사 출신 김충립 목사 등이 배석한 가운데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진행됐다. 전 전 대통령이 5.18 당시 시민들을 향한 계엄군의 발포 명령 책임을 부인했다는 해당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전 전 대통령 측은 "동의하지 않은 인터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신동아> 인터뷰 전문을 확인 한 결과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는 언론 인터뷰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한 모습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해 "자네들도 언론인이니까, 앞으로 국민들에게 교훈적인 의미에서 (기사를) 남기는 게 좋을 거야"라며 "어느 나라든지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에 대해서는 국민적 예우가 있어야 돼. 조금 잘못이 있더라도 죽일 정도가 아니면 좋은 교훈 정도만 남기되, 자꾸 물어 뜯는 게 아냐"라고 말했다.

또 배석한 고명승 전 사령관은 "각하께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진짜 수십 년 만이지요"라며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인 것을 확인했다. 부인 이씨도 인터뷰에 앞서 사진기자에게 "좋은 사진 골라 내실 거죠?"라고 묻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는 앞서 공개된 5.18 관련 부분 외에도 전 전대통령의 재산환수 문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로 부인 이씨가 자신의 회고록에 담길 내용으로 진술했다. 이씨는 "추징금에 대해서는 저희가 국민들께 떳떳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억울한 건 이루 말할 수 없어요"라며, '전 재산 29만원' 논란에 "1997년 추징금 선고하면서 금융자산이 전부 압류됐는데, (압류통장 중) 휴면계좌에서 이자가 29만 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론에 공개된 인터뷰 주요 내용에서 전 전 대통령은 5.18당시 발포 명령과 관련해 "그 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라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어떤 대통령이 되려다 안 된 사람이 그런 모략을 주동한 걸로 나쁜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신동아>에 실린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대통령 되려는 계획, 전혀 요만큼도 없었다"

전두환 : "나는 원래 정치인이 아니고 군인이란 말이야. 군인으로서 그때 나라가 어렵고, 내가 대통령이 안 될 수가 없어서 한 건데, 내가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오. 내가 대통령이 하고 싶으면 뭐하러 군대 들어갔겠어요. (대통령 되려는) 계획이 전혀 요만큼도 없었어. 그렇기 때문에 약속한 대로 딱 한 번(대통령 단임) 하고 나왔잖아. 사람들은 내가 계획을 다 세워서 한 줄 아는데, 내가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이었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나오지도 않았겠지."

이순자 : "저도 그래요. 1980년 1월 15일에 한국외국어대 영어학과 편입시험을 치렀어요. 학교에 한번 알아보세요. 이 양반이 대통령 하려 했다면 제가 왜 편입시험 치르려고 시험장에 앉아 있겠습니까. 그때 이 양반은 그런 생각이 없었거든요."

기자 : "12.12때는 집권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겁니까?"

전두환 : "12.12가 뭐더라?"
이순자 : "10.26사건 나고 정승화(육군참모) 총장 새로 수사한 거요."

전두환 : "아 그거. 정승화는 왜 잡아 놨느냐. 우리가 볼 때, 젊은 장군들이 볼 때 (정승화가) 김재규를 앞세워 정권을 잡으려 했으니까. 김재규 머리로는 안돼. 큰일 나. 그래서 잡아 넣었어."

"5.18 진압, 최규화 대통령이 직접 지휘"

기자 : "5.18 당시 앞서 두 차례 진압은 차치하고 전남도청과 YMCA 건물 장악을 위한 광주 재진입작전을 할 때는 '사람을 살해해도 좋다는 발포명령이 들어 있다'고 재판부가 판결했습니다."

전두환 :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라고 그래. 그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광주사태 때 내가 보안사령관이었을걸? 보안사령관은 정보 수사 책임자요. 어떤 정치인, 어떤 대통령이 되려다 못 된 사람이 그런 모략을 그쪽으로 풀었는지 몰라도, 내가 광주사태를 일으킨 걸로, 주동한 걸로 나쁜 소리를 하는데 내가 이후 대통령이 됐으니 그러는 거지."

이순자 : "당시 최고책임자는 최규하 대통령이고, 1980년 8월 16일 광주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셨잖아요."

김충립 목사 : "물론 최 대통령이 사회혼란을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실력자로서 '파워'가 셌으니까 그렇게 보는 거죠."

이순자 : "최 대통령이 대통령 되려다가 국내가 너무 시끄러우니까 이 양반한테 자리를 내주고 갔는지도 모르죠. 그건 스토리가 좀 맞겠지만, 자꾸 '실력자'라는 건 좀 그렇습니다. 사형선고 받고 교도소에서 20년 살다가도 진범이 나타나 무죄로 나오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 사람은 교도소에서도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해요. 우리도 우리가 아는 진실이 아니니까 아니라고 하는 거고요. 진실이 영원히 안 풀린다 해도... 우리가 정치적 사면이 급하다고 해서 거짓말한다면 그건 역사 앞에 죄를 또 짓는 거예요."

전두환 : "다 지나간 얘기인데, 너무 무식해서 그런 거예요. 군대는 아무리 천하에 없는 놈이라 해도 사단장이 군단장을 능가해서 절대 못해요. 어느 나라든 보안사령관이라는 권한과 임무가 있는데,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 꺾고, 청와대를 꺾고, 이렇게는 절대 못합니다."

고명승 : "제가 정리의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전두환 : "어, 그래요."

고명승 : "각하께서 윤허해주셨기에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그동안 5.18사건과 관련해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한 번도 응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기자분들과 스님을 모신 자리에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중략) 5.18때 최규하 대통령이 육군참모총장과 관계 장관들을 대동하고 헬기를 타고 광주에 내려가서 직접 작전회의를 하고 지휘를 했습니다."

이순자 : "그래도 아직 5.18단체들이 오해를 하니까요. 각하께서 광주에 가서 돌을 맞아서 모든 게, 5.18가족들과 오해가 말끔히 풀리고 정말 분이 다 풀린다면 뭘 못하겠어요. 지금까지도 이렇게 우리가 고생을 했는데, 이걸 '오케이'하는 건 별개 문제인 거 같아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건데."

전두환 : "아니야. 목에 칼이 들어오고 그런 거 없어. 군대에서는 법이 딱 있으니까."

기자 : "비록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해도. 1970년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역사적 책임감으로 폴란드 유대인 위령탑에 헌화하고 무릎 꿇은 것처럼 사과할 의향은 없습니까."

전두환 : "광주에 가서 내가 뭘하라고요?"

기자 : "빌리 브란트 총리도 자신이 하지 않았지만 나치의 잘못을 대신 사죄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심으 보여준 그의 사죄는 독일 통일과 유럽 평화를 향한 동방정책의 상징적 출발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순자 : "2차대전 당시 독일은 구라파 사람들에게 너무 잘못했고, 그래서 독일말만 해도 구라파 사람들이 돌아설 정도로 감정이 아주 나빴어요. 그분이 독일인의 후예로서 그렇게 한 건 참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광주사태는 양비론이 있다고 봐요. 민주화든 세계 평화를 위해서든 폭력사태로 번졌을 때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진압을 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각하는 계엄군의 행동 자체에 대한 상징성이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는 있어요. 물론 각하가 망월동 묘지에 참배를 못할 이유는 없지만요."

"북한군 600명? 난 오늘 처음 듣는다"

기자 : "5.18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침투와 관련된 정보보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전두환 : "전혀."

이순자 : "지금 그 말을 하는 사람은 각하가 아니고 지만원이란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우리하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독불장군이라 우리가 통제하기도 불가능해요. 그걸 우리와 연결시키면 안 돼요."

고명승 : "북한 특수군 600명 얘기는 우리 연희동에서 코멘트한 일이 없습니다."

전두환 : "뭐라고? 600명이 뭔데?"

정호용 : "이북에서 600명이 왔다는 거요. 지만원 씨가 주장해요."

전두환 : "어디로 왔는데?"

정호용 : "5.18 때 광주로. 그래서 그 북한군들하고 광주 사람들하고 같이 봉기해서 잡았다는 거지."

전두환  "오... 그래? 난 오늘 처음 듣는데"

*<신동아>는 "전 전 대통령은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라고 전했다.

"옛날 얘기, 하나도 기억 안 나"

이순자 : "추징금에 대해서는 저희가 국민들께 떳떳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억울한 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노태우 전 대통령 회고록을 보면 김영삼 후보 선거자금으로 3000억 원을 지원했다고 해요. 박계동 의원이 계좌번호 대면서 폭로하니까 가지고 있던 2600억 원을 선고한 거예요. 그러니 완납할 수 있죠."

그런데 우리는 노 대통령 액수에 '발란스'를 맞추라고 '위'에서 지시가 와 기업들 불러 (전 전 대통령에게)에게 얼마씩 냈다 하라고 했데요. 우리 계좌번호도 없습니다. 우리는 선고할 당시에 300몇 억밖에 없었는데, 추징금 완납 못 했다고 전임 대통령 예우 못 한다고 하는건..."

전두환 : "왜 쓸 데 없는 소리를 해. 가만 있어봐. 회고록이고 뭐고 간에. 그만해. (중략) 근데 자네들도 언론인이니까, 앞으로 국민들에게 교훈적인 의미에서 (기사를) 남기는 게 좋을 거야. 어느 나라든지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에 대해서는 국민적 예우가 있어야 돼. 집안은 아버지 어머니 잘 모시고, 나라는 대통령 지낸 사람이면 조금 잘못이 있더라도 죽일 정도가 아니면 좋은 교훈 정도만 남기되, 자꾸 물어 뜯는 게 아냐."

기자 : "하지만 언론엔 언론의 역할이 있습니다. 남은 재산이 29만 1000원이라는데..."

이순자 : "그 얘기하면 속이 터집니다. 1997년 추징금 선고하면서 금융자산이 전부 압류됐는데, 백담사 갈 때 일부 현금은 있었어요. (압류통장 중) 휴면계좌에서 이자가 29만 원이 된 거예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고액 체납자는 재판정에 나가서 '나는 이것밖에 없다'며 선서하게 만들었어요. 당시 각하는 집도 있었고, 진돗개, 피아노, 응접세트 등 재산을 다 적었어요. 그때 우리 변호사가 잘못한 게 500만 원 미만은 신고를 안 해도 되는데, 그새 이자 29만 원을 적은 거죠. 우리는 선서만 하는 요식행위라고 해서 무방비로 나갔는데, 판사가 각하한테 ' 29만 원밖에 없는 사람이 골프를 어떻게 치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각하가 당황했죠. 언론에도 보도됐고. 우리가 조롱거리가 돼버렸어요."

전두환 : "아주 나쁜 놈들이야."

전두환 : "(전략)오늘 이상하게 얘기하다 보니 우리 집에 '조사 오는 사람들'처럼 됐는데, 어떻게 됐든 간에 옛날 얘기인데. 나는 옛날 얘기이지만 하나도 기억이 안 나. 나이도 많고."

김충립 : "그럼 지금까지 대화를 종합해보면, 5.18 당시 중요직에 있었고 그 직후 대통령의 한 사람으로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가족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총체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유감 표명이네요."

전두환 : "네. 좋네, 좋아"


태그:#전두환, #이순자, #5.18민주화운동, #광주,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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