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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끝난 가운데 가장 돋보인 정당은 국민의당이었다. 창당 두 달 만에 38석을 얻어 국회교섭단체를 구성해서 제3당의 위치를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에 제3당이었던 정의당은 예상보다 적은 6석의 의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애초 정의당은 두 자릿수 지지율을 바탕으로 두 자릿수 의석을 기대했지만 정당 득표율은 7.2%를 얻어 비례대표 4석을 차지했고 지역구는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당선돼 두 석만 얻었다. 외부에서는 정의당이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많다. 내부에서는 현 정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해서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을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정의당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한 뼘 더 자라"... 통합진보당 때와 비교할 수 없어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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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끝났어요. 여소야대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번 총선은 두 가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하나는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대한 평가인데, 과반을 주지 않은 것은 냉철하게 평가하신 것이죠. 지금까지 정국 운영에서 부족한 게 많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야 구도였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야당이 과반을 점하게 된 것은 '새로운 야당'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신 것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야당'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국민의당이 선전한 것은 기존의 더불어민주당으로 대표되던 제1야당만으로는 정치가 더 많은 목소리를 대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미를 국민이 담아주신 게 아닌가 합니다."

- 국민의당은 더민주에서 나온 당인데 새로운 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국민의당의 정책이나 노선이 더 민주당보다 오른쪽에 서 있어서 새로운 야당이라고 하기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기존 야당에 대한 대안 부족을 국민들이 느꼈고, 국민의당에 그만큼 기대를 투영했다고 보아야겠지요. 국민의당이 새로운 야당으로 설 수 있는가는 앞으로의 과제라고 봅니다."

- 정의당은 6석을 얻었잖아요. 정의당 홈페이지에 '국민들의 지지로 또 한 뼘 자랐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저는 동의가 안 됐어요. 왜냐면 2012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얻었어요. 그리고 정의당을 창당할 때 의석은 6석이었어요. 그런데 이걸 자라났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한 뼘 자랐다는 평가에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통합진보당은 당시 여러 정당이 합쳐서 13석을 얻었던 것이고 정의당은 그 사이 한 번의 분열을 겪고 말 그대로 새롭게 시작해서 얻은 7%와 6석이기 때문에 이것은 통합진보당 때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요. 그때와는 다른 새로운 진보정당 실험을 해서 얻은 결과기 때문에 한 뼘 자랐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부족한 게 많았던 선거라고 평가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이 첫발을 뗐다고 봅니다."

-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실험해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자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국민이 통합진보당과의 차이를 알고 표를 줬을까요? 제가 보기엔 그 '차이'보다는 진보정당이기 때문에 표를 준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보정당이기 때문에 찍는 게 아니라 정의당의 정체성과 정책을 명확히 보고 선택했다고 봐요. 과거에는 온갖 세력들이 뭉쳐서 2012년에 10.3% 얻은 건데 이번엔 7.2%였고, 표수는 180만 표 이상이라서 크게 차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이건 정의당이 독자적인 힘으로 이룬 성과입니다."

- 진보정당이 13석에서 6석으로 줄은 건 맞지 않나요?
"그건 그렇죠. 그러나 그때는 1:1구도였고 지금은 다야 구도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출발선이라고 보는 거죠."

- 조 소장은 야권연대에 너무 매달린 것을 원인으로 꼽으셨던데.
"그게 아니라 지금 정의당이 얻은 7%는 정의당의 실력 그 자체로 얻은 표죠, 다만, 선거는 거기서 플러스알파로 더 얻을 수 있는 것인데, 정의당은 먼저 어떤 정당이냐를 명확히 보여준 뒤에 야권 연대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어떤 정당인지를 명확히 하기보다는 야권연대라는 전술에만 너무 집중하면서 정의당에 대한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 "어떤 정당인지를 명확히 하기보다는 야권연대라는 전술에만 너무 집중하면서 정의당에 대한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있지 않았나요? 그 시간 동안 보여주지 못하고 선거기간에 차별성을 못 드러냈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 않아요.
"하지만 정당 만들기는 원래 3년 가지고 안 되거든요. 10, 20년이 걸리는 작업이에요. 그런데 그걸 3년 만에 완료할 수 있다는 그런 인식이 오히려 한국의 정당들을 안 좋게 만드는 거라고 봐요.

정당은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만들어지고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3년이란 시간으로 정의당을 완전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그런 쪽(차별화 작업)에 저희가 좀 더 고민을 집중 해야 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듭니다."

"정의당, 위기 아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날인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사무실에서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출구조사발표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날인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사무실에서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출구조사발표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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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지역구에서 노회찬, 심상정 후보만 당선되었잖아요. 이 부분이 정의당의 한계를 드러난 게 아닌가 생각되는데.
"맞아요. 나머지 지역 후보들이 굉장히 선전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두 분만 당선됐다는 것은 정의당이 그만큼 지역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그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많이 당차원에서 만들어 내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정의당이 빨리 개선하고 시급하게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지역위원회를 강화해야죠. 창당한 지 3년인데 아직 지역위원회가 활발하게 지역에서 움직일 만큼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지역위원회를 더 강화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외부에서는 현재를 정의당의 위기라고 진단하는데.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보다는 당원이 세 배 가까이 늘었고 그 사이 조직도 그 당시에 비하면 많아졌어요, 단순히 국회의원 수가 늘지 않았다고 해서 위기라고 볼 수는 없죠.

저는 조직 자체는 오히려 훨씬 성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의당이 제3당 위치를 차지하면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다야 구도에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빛날 수 있는 지점도 있다고 봐요. 정치 환경이 변화했다고 그게 정의당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보진 않아요."

- 다야 구도에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더 빛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방법이 무엇일까요?
"원래 작은 당이 빛나는 건 다야 구조예요. 13대 국회가 대표적인 예죠. 다야 구도라는 건 야당 각자가 연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거고, 야당 각자가 주장하는 어떤 이슈나 의제들 역시 다양한데 그것을 어떻게 결합할 것이냐는 점에서 야당의 연대연합이 중요해지죠. 정의당도 색깔을 드러내면서 야당들의 차별성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낼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국회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해도 더 민주당에 국민의당을 합치면 과반을 넘지만 더 민주당과 정의당으로는 과반이 못 돼요. 선진화법으로 180석이 법안 단독 처리 기준이라면 정의당까지 합쳐도 167석밖에 안 되는데 두각을 드러낼 기회가 올까요?
"중요한 의제가 등장할 때 두각을 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구조조정 이슈나 앞으로 노동권과 관련해서 점점 국민들의 요구가 강해지는데 이럴 때 정의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의당은 지난해 10월 진보세력의 1차 통합 당시 20대 총선 후 6개월 이내에 당명을 개정하기로 합의했어요. 하지만 당명 개정이 바람직할까 의문인데.
"이것은 당시 정치적 합의를 했기 때문에 진행을 해야 하는 일입니다. 다만, '정의당'이란 이름이 국민에게 많이 인지되었고 브랜드 가치가 생겼는데 그걸 바꾸는 게 맞냐는 우려도 있으시죠. 그러면 이름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고... 여러 의견이 있어요. 기존의 브랜드 가치를 없애지 않으면서 정치적 합의를 담아내는 당명개정 작업은 충분히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외된 목소리 정치화하는 것, 계속하겠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날인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사무실에서 조성주 비례대표 후보가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날인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사무실에서 조성주 비례대표 후보가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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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국회의 과제는 무엇으로 보세요?
"저는 20대 국회라고 해서 다른 과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당마다 주장하는 게 다르지만 제가 볼 때 한국 국회의 1대 과제는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죠.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한국사회에서는 항상 중요한 과제예요.

그리고 지금 현실적으로 닥치는 여러 가지 현안들이 있겠죠.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라든지 가습기, 세월호 문제 등 현안들이 있을 텐데 그것은 그것대로 다루는 것일 테죠. 20대 국회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 노동 시장에서 비롯되는 불평등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 총선 끝나면 의례적으로 각 당이 현충원을 참배합니다. 그러나 이것에 대한 비판이 있어요. 현충원보다 세월호 유가족이나 '위안부' 할머님 등 사회적 약자층에 먼저 가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요, 정당들이 의례적으로 현충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가는 것이 첫 번째 행보여야 제일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한국은 분단과 전쟁을 겪은 나라기 때문에 현충원 참배가 당연시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선거 끝나고 첫 번째 행보로 현충원 참배가 적당한지 고민할 필요는 있죠."

-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을 치르셨는데 느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많죠. 일단, 정의당의 좋은 지역 후보가 많은데 아직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어떻게 하면 당이 이 분들을 주목받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또 비례대표 후보로 TV토론에 나가면서, 정의당이 조금 더 시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저희가 더 혁신할 게 많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오히려 비례대표 후보로 뛰면서 정의당이라는 정당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첫 시작이고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정당이라 잠재력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선거였던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특별한 변화는 없고 제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것을 그대로 진행하는 게 제 계획입니다. 미래정치센터에서 좋은 자원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정치화해서 내는 것 등... 제가 그동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던 것을 똑같이 해나가는 거죠."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선거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선거라는 것이 아무래도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상대를 비난하기도 하고, 상대에 대한 미움도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선거는 끝났고 지금은 서로에 대한 미움이나 아쉬움보다는 어떻게 발전적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감정을 삭이고 발전적 미래를 같이 고민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정의당을 향한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태그:#조성주,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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