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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6월 16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휴업했다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초등학교를 방문, 손씻기 실습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6월 16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휴업했다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초등학교를 방문, 손씻기 실습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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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무려 10여 년간 저지된 '의료법인 인수합병허용(아래 인수합병법)'이 여야합의로 보건복지상임위를 통과했다. 대부분 법안이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하면 본회의는 그냥 통과하는 게 관례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이 의료민영화에 합의해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의료민영화를 지지한 정부와 새누리당, 병원협회가 쾌재를 부를 동안에도, 더민주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왜 이 법안을 합의했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의 뭇매가 무서워 그런 것이라면 기회주의적인 것이고, 몰라서 그랬다면 무능력의 소치이다. 어쨌든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지금이라도 공당의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때문에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지난 11일부터 더민주 당사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더민주는 병원인수합병법이 통과될 시 벌어질 재앙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 이 법안의 목표는 합병 옹호 세력들이 말하는 것처럼 '부실 중소병원 퇴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지난 2006년 첫 논의된 이후 이 법안의 핵심 목표는 언제나 '병원의 직접적인 매매를 통한 병원 산업화'였다. 당시 재경부의 도입 취지를 보면 "시장 메커니즘 강화를 통한 의료서비스 효율화·다양화"였고, 그 중 하나로 병원 구조조정을 위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특히 재경부는 '인수합병 전 병원경영지주회사(MSO) 도입'을 허용해 '의료기관 네트워크화'를 촉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언급된 MSO가 2014년 전 국민의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의 핵심이던 '영리자회사'의 다른 버전이다. 그런데 이미 박근혜 정부 하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재정으로 영리자회사가 허용돼 버렸다. 따라서 현재의 인수합병은 사뭇 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다. 또 우리는 2006년보다 수많은 네트워크 병원이 있는, 더욱 영리화된 의료현실에 노출되어 있다.

네트워크 병의원의 습격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수술 전문병원으로 시작된 '네트워크 병원'은 2012년까지 쾌속 질주했다.

이 와중에 불법 네트워크 치과 의원들은 한 명의 치과의사가 무려 130개의 의원 체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불법 네트워크는 멀쩡한 치아를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과잉진료해 공중파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경영하는 치기공업체를 통해 임플란트를 공급받아 엄청난 치료대수익도 챙겼다.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헌법소원, '어버이연합' 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동원 등으로 대응했다.

수술 전문병원들도 지분투자와 명의대여 등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몇몇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의 과징금 처분으로 부도 처리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시내버스를 수놓던 수많은 의료광고의 병원 이름이 지분정리와 함께 한 글자가 지워지거나 추가된 형태의 병원으로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전국 웬만한 대도시에서 네트워크 병원을 만나기는 너무나 쉽다. 네트워크병원의 인지도와 광고 용이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들병원은 대전우리들병원과의 로열티 분쟁 당시, '우리들병원' 상표권에 무려 매출의 5%를 부과하려 했다는 사실도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네트워크 병의원은 지난 십여 년간 확장해 왔고, 지금도 확장 추세다. 문제는 이러한 네트워크화가 혹자가 말하듯 양질의 의료 제공, 저렴한 의료 제공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불법과 편법뿐만 아니라 과잉진료를 많이 한다. 또 의료사고 비중도 높았으며, 비보험 시술을 통해 돈벌이에만 앞장섰다. 높은 광고비와 상표권 비용을 환자 주머니에서 채워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거기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들이 의료인 명의를 대여해 '사무장 병원'까지 내고 경쟁에 합류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일시적으로 큰 돈을 벌기 위해 병원을 매매해 수익만 남기려는 의료기관들도 늘어났다. 때문에 병의원의 부도율은 올라가지만, 병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빠른 병원 매매를 위해서 대부분 영리적 의료기관은 '개인병의원'을 선호한다. 이는 법인 형태로 바꿀 경우 매매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광분한 자들이 의료로 몰려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원들이 지난 2015년 6월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진과 병원노동자 안전 보장' '병원인력 확중, 비정규직 정규직화' '병원을 돈벌이 경쟁으로 내모는 의료민영화·영리화정책 및 무분별한 규제완화정책 폐기' 등을 요구했다.
▲ '의료민영화 바이러스' 감염된 정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원들이 지난 2015년 6월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진과 병원노동자 안전 보장' '병원인력 확중, 비정규직 정규직화' '병원을 돈벌이 경쟁으로 내모는 의료민영화·영리화정책 및 무분별한 규제완화정책 폐기' 등을 요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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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상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자산이 사회에 기부채납된 형태다. 이는 공공사업을 하기 위해 사회에 기부되어 있는 형태로, 공익고유사업(의업)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본은 개인이 유용하기 못하게 해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대부분의 세금을 면제하며, 대출을 받을 때도 저리융자 등을 해주었다. 한편 의료법인은 꼭 의료인이 아니어도 가능하도록 문호가 열려 있다. 때문에 의료법인 이사장의 절반 정도는 의료인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이 의료법인이 서로 사고 팔면서, 정부가 말하는 대로 네트워크화를 하면 어떻게 될까? 첫째로 돈을 벌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이 의료업에 진출하게 된다. 정부 스스로 색출하러 다니는 '사무장병원'은 아마도 모조리 의료법인으로 전환할 것이다. 이들이 그간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해 불법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이유는 자산정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수합병이 허용된다면 이들은 병원을 시장 가격에 내다 팔 수 있다. 불법인 명의대여를 할 이유가 없다. 돈을 버는 것이 주목적인 자들이 의료업에 대거 진출했을 때의 부작용은 어떠할까? 지금보다 한층 더 영리화되고 돈벌이에 최적화된 의료현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양심적인 의료인들은 이런 풍토에서 더욱 소외 당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적으로 의료업이 완전히 영리화되는 것이고, '의료민영화'와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두번째는 재벌의 네트워크 병의원 진출이다. 지금 혹자는 의료법인만이 인수합병 허용되므로 재벌의 네트워크 병의원 진출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지금 제과업계 및 요식업계는 과연 처음부터 재벌들이 진출했는가? 재벌이 진출하는 시기는 요식업의 수익성이 보장되고, 독과점법이 붕괴했을 때였다. 인수합병이 허용되면, 의료법인의 크기는 무한확장도 가능하다. 재벌병원을 통하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에서 허용한 영리자회사 및 부대사업체 등을 통해 병원을 지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에는 자회사에 투자자로 참여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직접 별도의 의료법인을 만들거나 기존 병원을 전환하고, 다른 네트워크 병원과 합병할 수도 있다.

향후 인수합병으로 네트워크형 병원의 규모가 커지면 이를 재벌이 직접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병원인수합병으로 동네마다 들어설 재벌 병의원, 이것이 과연 기우일까? 20여 년 전엔 그 누가 전국을 재벌마트와 재벌제과점, 재벌요식업체가 뒤엎으리라고 생각했나? 여기에 원격의료, 민영 건강관리서비스, 약품 택배거래 등등 거대자본의 네트워크화를 위한법안들을 박근혜 정부가 줄줄이 추진하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따라서 병원 인수합병이 가져올 충격은 진정 '의료영리화 쓰나미'라고 불릴 만한 것들이다. 때문에, 향후 의료영리화 쓰나미를 용인한 역사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더민주는 의료민영화를 반대한다는 자신의 당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법안을 법사위에서 꼭 저지해야 할 것이다. 총선 공약집에 잉크가 마른 지 한 달도 안 돼서 병원협회와 재벌 로비에 야당이 넘어가는 것을 국민들은 좌시하지않을 것이다. 병원인수합병 법안은 기필코 저지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정형준님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입니다.



태그:#의료민영화, #인수합병, #네트워크 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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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집행위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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