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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만 코레일 신임사장은 지난 10일 첫 공식업무를 '사고현장 방문'으로 시작했다. 취임 전날에 발생한 노량진역 탈선사고 현장을 취임 당일 새벽 1시에 방문한 것이다. 역시 12일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도 잇다른 항공 사고위협과 결국 사망자를 낸 철도사고로 거의 모든 회의 내용을 채웠을 정도였다. 이처럼 2016년 한 해에만 항공, 철도사고로 인해 1명이 숨졌고, 수백 명의 시민이 다치고,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국가기간망인 철도와 항공망에서 최근 잇다른 사고, 그리고 니어미스(준사고)가 일어나 많은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2016년 한 해에만 철도의 탈선사고는 세 건, 여객기가 활주로 상에서 부딪힐 뻔한 사고, 즉 니어미스는 두 건이 일어나는 등 계속되는 대형사고의 위협에 많은 시민들이 몸서리를 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여수 율촌역 탈선사고로 승무원 한 명이 숨지면서,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공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속되는 대형사고의 전조로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기 사고와 관련된 중요한 이론이 있다. 바로 세 개의 숫자, 1, 29, 300을 이용한 법칙,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신탄진역 탈선사고가 있던 날, 영등포역은 표를 구하기 위한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사진은 개찰구에서 항의하는 시민들.
 신탄진역 탈선사고가 있던 날, 영등포역은 표를 구하기 위한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사진은 개찰구에서 항의하는 시민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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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 전, 준사고 29건과 사고로 이어질 뻔한 실수 300건 발생

사고, 재난, 재해에 대한 중요한 법칙이 있다.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만든 1:29:300 법칙이다. 소중한 인명이 목숨을 잃고, 큰 재산피해가 일어나는 대형사고가 한 번 일어났을 때, 부상이 발생하거나 불편이 발생하는 작은 사고가 스물 아홉번 정도 일어나고, 준사고나 중대한 실수가 300번 정도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사고는 결코 단 한번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세월호 참사'라는 매우 슬픈 참사를 통해 증명됐다. 예를 들어 열차의 집전판, 즉 팬터그래프에서 강한 스파크가 일어난다거나 열차가 갑자기 멈추고, 관제소와의 연락이 잠시나마 멈추게 되는 등의 크지 않아 보이는 불편이 누적되면 결국 여러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 있는 대형사고로 번지게 된다.

관리감독의 소홀, 담당자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대형사고로 번진 사례는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등 특히 1990년대에 다양했다. 1990년대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2010년대에도 끌고 올 것인가.

인력은 줄고, 아웃소싱은 늘어가고, 당연히 사고는 늘어가고

철도 운행중단 안내문이 자동발매기에 걸려있다.
▲ 신탄진역 사고날, 용산역 자동발매기는 철도 운행중단 안내문이 자동발매기에 걸려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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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탄진역에서 화물열차가 탈선한 사고의 원인은 화차 바퀴의 파손이었다. 바퀴의 정비불량/내구연한 초과로 인해 부서진 바퀴가 다른 바퀴에도 충격을 준 것이 원인이었다. 누군가가 화차 바퀴를 한 번만 더 검수할 수 있었으면 금요일에 수십만 명의 승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율촌역 구내에서 무궁화호가 탈선한 사고는 여러 설이 갈리고 있으나 무전의 혼선이나 전달의 오류로 인해 선로 위치를 바꾸어야 할 역과 선로 위치를 바꾸어야 한다고 통보받은 역이 다르게 되어, 그에 대비하지 못한 열차가 분기점을 약 세 배에 이르는 속도로 통과해 탈선한 것으로 추정된다. 율촌역은 약 5년 전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는 역으로 바뀌었다. 역무원 한명만 율촌역에 있었더라면, 그 역무원이 무전만 보낼 수 있었더라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노량진역 탈선사고의 경우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인력의 무리한 감축이 앞서 말한 두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정부가 최근 철도공사와 LH 등의 여러 공기업에 인력 외주화와 인력 감축을 검토한다는 소식, 새로 고속열차를 운행하는 코레일의 자회사 SR은 모든 정비, 관리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한다는 소식은 이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두 건의 항공 니어미스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원칙적으로는 가까이에서 만날 일이 없는 항공기가 서로 부딪힐 뻔했다는 것은, 관제소와 항공기 간의 기본적인 연락이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 관제사가 수십대 의 비행기를 맡는 관례, 즉 관제업무의 과중화는 결국 600여 명의 시민이 숨진 테네리페 참사, 200여 명의 부상을 낳은 스루가만 니어미스 사고 등 중대한 사고로 이어진다.

사람을, 돈을 아끼면 사고가 발생한다는 기본 원칙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게 사람의 인명이다. 대부분 사고는 예방을 통해서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인리히 법칙의 이면에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고와 연관되는 모든 사안을 관리, 감독, 그리고 견제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하지만 그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 '안전인력, 그리고 안전인식의 부재'였는데도, 아직도 이 안전에 대해 크게 중요치 않는다. 제2의 세월호 사고가 철도에서, 그리고 비행기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극히 드물어야 할 유도로, 활주로 상에서의 비상사태가 4년 새 11건으로 늘어나고, 철도의 탈선사고는 잊을 만하면 뉴스 한켠을 장식하고 있다. 열차 신호가 꼬여 멈추거나 단전이 되어 운행이 중단되는 것은 이제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 '사소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국가기간교통망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제2의 세월호 참사는 어디에서 발생할까? 인력을 확충하고 안전에 대한 의식을 고충하느냐, 아니면 사람이 또 죽어나가는 참사냐, 선택은 철도와 항공의 '높으신 분들'의 문제다. 이대로라면 하인리히 법칙의 29가 채워질 날이 머지 않았다.


태그:#교통, #문제, #안전불감증, #철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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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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