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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때문에 두 아들을 잃었던 아버지가 거리에 나서 외치고 있다. 생후 6개월, 3개월된 두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냈던 안희준(39·거제)씨는 요즘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안씨는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남소지바단체협의회가 11일 창원에서 열었던 '옥시 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에 참여했다. 캠페인 뒤에 별도로 안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남소지바단체협의회가 11일 창원에서 '옥시 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을 연 뒤 대형매장을 찾아 진열장에서 옥시 제품을 철거하도록 요구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남소지바단체협의회가 11일 창원에서 '옥시 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을 연 뒤 대형매장을 찾아 진열장에서 옥시 제품을 철거하도록 요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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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는 직장 때문에 경남 거제에 살고, 지금 부인과 3명의 자녀는 경기도 안산에 살고 있다. 안씨 부부 사이에는 두 아들이 더 있었는데,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영원한 이별을 했던 것이다.

안씨 부부는 첫 아이가 딸이었고, 둘째가 2009년에 낳은 아들이었다. 안산에 살고 있을 때다. 생후 6개월인 아들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1주일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하늘이 도왔는지 안씨 부인이 임신을 했고, 셋째를 낳았는데 아들이었다. 그런데 다시 아들을 얻은 기쁨도 잠시였다. 둘째 아들도 첫 아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였고,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안씨는 "두 아들은 증상이 같았다. 처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점차 몸에 힘이 없어지면서 아파했다"며 "처음에 갔던 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갔지만 생명을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두 아들은 모두 사망 사유가 '원인불명'이었다. 안씨는 두 아들을 잃기까지 원인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셋째 아이를 잃고 나서 안산시내에 걸려 있었던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그 뒤 안씨는 피해자 신고를 했고, 지금은 정부로부터 두 아들 모두 1차․2차 판정(1~2등급)을 받아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사망자로 되었다.

안씨가 당시 살았던 안산 집은 반지하였고, 가습기를 많이 사용했다. 안씨는 "집사람이 임신할 때부터 가습기를 많이 사용했고, 특히 밤마다 사용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부인과 첫째인 딸(10)은 괜찮았다. 안씨는 "가습기살균제가 두 아들을 잃게 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집사람과 큰애가 검사를 받았는데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아들 둘을 잃었을 때, 안씨는 모두 자신 탓이라 여겼다. 그는 "아들을 둘이나 잃고 나니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며 "첫 아들을 잃고 나서 집사람이 아무 말이 없다가 몇 달 지나고 난 뒤에 애 낳자고 했는데 또 안 좋은 일이 생기니까 삶의 의욕을 잃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검사 철저히 했더라면..."

가습기를 버리기까지 했다. 안씨는 "두 아들을 잃은 게 살균제가 원인이지, 가습기 때문은 아니지만, 집에 있던 가습기가 보기조차 싫어 버렸다"고 말했다.

부부 사이에 네 번째 아이가 태어났는데 쌍둥이였다. 그는 "아들 둘을 잃고 난 뒤에는 한 동안 아이를 가질 생각조차 못했고, 2년 정도 지나고 나서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쌍둥이를 낳았다"고 말했다.

직장 때문에 거제에 사는 안씨는 요즘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업체를 상대로 변호사를 통해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낼 예정이다.

안희준씨는 "민사소송은 피해자들과 공동으로 하게 된다"며 "별도로 형사사건도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정부가 빨리 결론을 내려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아직 정부에서 뚜렷하게 결론을 내린 게 없는데 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남소지바단체협의회가 11일 창원에서 '옥시 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을 연 뒤, 대형매장을 찾아 진열장에서 옥시 제품을 철거하도록 요구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남소지바단체협의회가 11일 창원에서 '옥시 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을 연 뒤, 대형매장을 찾아 진열장에서 옥시 제품을 철거하도록 요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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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옥시 제품 피해자를 1~4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같은 질병인데 왜 등급을 나누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옛날 일인데 지금 수사해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수사를 광범위하게 해서 진실을 확실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옥시 회사에 대해 할 말이 더 많다. 안씨는 "그분들도 기업이고, 살아 남기 위해 제품을 만들었겠지만 시중에 내놓기 전에 충분하게 검사를 해야 했다"며 "그런데 위험을 은폐하고, 알면서도 시판했다"고 말했다.

안희준씨는 "회사는 그 제품을 선진국에는 팔지 않고 우리나라만 팔았다"며 "우리나라를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라도 제품 검사를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똑똑한 소비자가 되자는 말도 했다. 그는 "어느 기업이든 좋은 제품이라고 마케팅을 한다"며 "어느 제품이든 구입할 때 한번 더 따져보아야  한다. 당장은 제품으로 인해 아프지 않을 수 있지만 축적이 되어 몇 년 뒤에 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똑똑한 소비자가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라 말했다.


태그:#옥시, #가습기살균제, #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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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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