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오른쪽)과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9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올해 BIFF 개최 합의 내용을 발표하기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오른쪽)과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9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올해 BIFF 개최 합의 내용을 발표하기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정민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아래 BIFF)가 오는 10월 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부산시와 BIFF 측의 갈등으로 개최까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던 올해 BIFF는 일단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하지만 갈등을 촉발시킨 독립성 훼손 등 민감한 주제는 피해 나간 미완의 봉합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강수연 BIFF 집행위원장은 9일 오전 부산시청 접견실에서 만나 양측의 합의 사항을 전달했다. 부산시는 이 자리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영화계와 지역으로부터 두루 신망이 두터운 김동호 현 BIFF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해 영화제를 치르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관개정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양측이 밝힌 '최소한의 정관 개정'이란 현재 당연직으로 돼 있는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겸직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말한다. 양측은 올해 BIFF만 우선 부산시장과 BIFF 집행위원장이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으로 조직위원장을 공동 위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정관개정과 조직위원장 위촉은 오는 5월 중 열릴 예정인 임시총회에서 다뤄진다. 이후 전면적인 정관 개정은 올해 영화제가 끝나는 내년 총회 때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양측은 "변화와 혁신을 담은 정관개정 작업은 신임 조직위원장을 중심으로 부산시와 BIFF 조직위원회가 긴밀히 협의해 진행하겠다"라고만 전했다. 아울러 양측은 그동안의 갈등에 대해 사과하며 "20년 전 영화제를 출범시키던 초심으로 돌아가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부산시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자들 앞에서 일방적 발표... 서 시장 "오늘은 질의응답 없다"

이날 양측의 발표는 이제는 대외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BIFF 파행 사태를 봉합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오는 11일 프랑스 칸 영화제가 열린다면 세계 정상급 영화제에서 BIFF 독립성 침해 상황이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는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한 부담을 느껴왔다.

철저히 대외에 이를 과시하기 위한 행사였던 이날 '퍼포먼스'에서 서 시장은 자신이 할 말만 한 후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에게 "오늘은 질의응답 하지 말자"라면서 서둘러 자리를 떴다.

강수연 위원장은 이번 합의가 BIFF 불참까지 선언한 다수 영화인과는 합의가 되지 않은 사항임을 밝혔다. 강 위원장은 합의 발표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영화인들도) 당연히 영화제를 열어야 한다는 큰 전제는 같기 때문에 설득 중이고 노력 중"이라면서 "앞으로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며 합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강 위원장은 "정관 개정 작업은 새 조직위원장이 오면 시작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켜보며 빠른 시일 내 합의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칸 영화제 참석을 위해 프랑스로 출국 예정인 강 위원장은 "해외 영화인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겠냐"는 질문에 "오늘 드린 말씀을 그대로 드릴 것"이라며 "무조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한다는 전제를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독립성 확보 확답 없이 일단 열겠다는 BIFF

하지만 최대 화두였던 영화제 독립성 훼손에 대한 세간의 걱정에 대한 답보다는 '올해만 열고 보자' 식의 개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어질 전망이다. 양측의 합의문에도 가장 민감한 주제였던 독립성 확보 부분은 올해 BIFF 이후인 내년 2월 총회에서야 본격적인 정관 개정이 이뤄진다고 돼 있다.

부산시가 BIFF에 입김을 행사하는 명분이 돼왔던 이른 바 '지역성'(지역참여성)도 독립성과 동등한 수준에서 다뤄질 것이라 돼 있다. 부산시는 벌써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겠다"라고 예고하고 있다.

일단 합의는 했다지만 BIFF를 바라보는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하다는 것은 서 시장과 강 위원장의 합의 발표 자리에서도 일정 부분 감지됐다.

서 시장은 BIFF를 '부산영화제'라 표현하며 "부산영화제가 글로벌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부산만의 독특한 성격과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강 위원장은 "너무나 맞는 말"이라면서도 "20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만이 가진 아시아 영화제로서의 색깔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미묘한 시각 차를 느끼게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