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필자를 노출 콘크리트의 세계로 이끌었던 건축가가 있다. 현재 도쿄대학 교수이면서 작품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 그를 알게 된 것은 10년도 훌쩍 지난 때이지만 아직까지 그의 건축 철학이 마음속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나 역시 르 코르뷔지에의 책을 읽어보고 그 세계에 심취한 적이 있는데 안도 타다오 역시 그랬다고 한다. 목수로 일하던 그는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 책을 보고 감명을 받아 그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유럽으로 떠났지만 만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도 타다오는 포기하지 않고 유럽 각지를 돌며 고전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거장들의 작품을 공부하고 스케치하면서 자신만의 건축 스타일을 완성해서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우뚝 섰다.

섭지코지
▲ 지니어스 로사이 섭지코지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얼마 전 제주도로 워크숍을 갈 일이 있어 갔다가 우연하게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섭지코지에 자리한 지니어스 로사이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으로 제주도의 자연을 잘 살리면서도 그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만들어놓은 건축물이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 특징은 바람이 흐르는 통로를 자연스럽게 구성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물이 흐르고 생명력이 없는 콘크리트 건물에 빛이 관통하게 만들어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부여한다.

안도 타다오의 상징
▲ 흐르는 물 안도 타다오의 상징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지니어스 로사이는 라틴어로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창조된 건축물은 자연과 어우러져야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안도의 작품들을 보면 자연환경 속에 건축물이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지니어스 로사이의 건물로 들어가 보면 넓은 공간을 좁은 벽 사이로 두 사람 정도가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이 쭉 이어진다. 그러나 그런 공간에서 오히려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 있는 시간을 만나게 된다.

조화로운 건축물
▲ 자연과의 조화 조화로운 건축물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왼쪽은 제주도에서 가장 많은 화산돌로 쌓아 올렸고 우측은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두 벽 사이에 이질감이 느껴질 만도 하지만 그런 느낌은 없다. 스페인이 낳은 건축가 가우디의 매력은 그만의 경험과 체험을 집적하여 만든 자유곡선의 공간이라면 안도 타다오는 직선의 공간이 매력이다. 두 사람의 건축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둘 다 부지의 형상이나 지역적 특수성, 기후 등을 고려해서 각각의 장소에 걸맞은 건축물을 창조했다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도의 자연
▲ 틈새로 보이는 자연 제주도의 자연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휴가시즌이 아니기도 했고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섭지코지에 있는 드라마 촬영지를 가서 사진 찍느라 바빠서 여유롭게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안도 타다오 역시 건축학과 무관한 삶은 살았지만 노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했다. 가우디 역시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 노력과 열정이라는 무기를 움켜쥐고 거친 세상을 조각했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열정적 모험의 결과물은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된다.

곡선
▲ 건물내 통로 곡선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건물 내로 들어오니 고요하다. 고요함 속에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어디선가에서 들려온다. 기하학적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말이 없지만 곳곳에서 자신만의 대화를 시작한다. 매시간 공간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안도의 건축 철학은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한 건축물이 인간과 교감을 하는 데 있다.

빛과 어둠
▲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 빛과 어둠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안도의 처녀작은 스미요시 연립주택으로 일본 건축선의 특징인 좁고 기다란 부지를 200% 활용하여 만든 건축물로 인해 일본 건축 학회상을 수상했다. 안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물의 교회', '물의 절' 등이 있다. 콘크리트라는 것이 건축을 할 때 필요하지만 유해하다는 인상이 지배적이었을 때 안도는 오히려 노출 콘크리트를 여과 없이 사람들과 대면하게 만들었다. 단순하면서 간결하지만 묘하게 차가운 느낌은 없다.

기하학적인 느낌
▲ 직선 기하학적인 느낌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가우디는 자연 속에 직선은 없다고 말했지만 안도 타다오의 작품의 대부분은 기하학적인 요소중 하나인 직선이 지배하고 있다. 지니어스 로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적인 빛을 이용해 어둠과 밝음이 대비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느 공간을 가도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제주도의 자연을 느끼게 하는 거대한 벽 사이로 제주의 바람이 불어온다. 곳곳의 열린 공간에는 제주도의 자연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게 오픈되어 있다.

해안풍경
▲ 성산일출봉 해안풍경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제주도의 명소인 성산 일출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섭지코지의 해안 풍경은 언제 보아도 일품이다. 선녀들이 목욕을 하던 것 보고 선녀와 결혼하고 싶어 했던 용왕의 막내아들은 하늘이 그 뜻을 이루어주지 않자 이곳에 선채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져 온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이 트레이드 마크인 안도 타다오가 그 자리에 서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건축을 하기 위해 정부의 규제에 타협하지 않았고 건축주와도 끊임없이 승강이를 벌였다. 사람에게 올바른 소신이 있다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제주 섭지코지에 자리한 지니어스 로사이는 섭지코지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제주도가 가진 특징을 잘 살려낸 건축물이다.



태그:#섭지코지, #안도타다오, #지니어스로사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