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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역사가 꽤 많은 도시다. 개항장이었기에 그렇다. 당연한 거겠지만 '사진'과 관련한 역사도 인천이 '최초'라는 걸 새롭게 알았다.

전국 조직인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있다. 산하에 있는 지회·지부 129곳 중 인천이 다른 지회·지부에 비해 활동력이 월등히 높다. 김재업(61) 한국사진작가협회 인천시지회장을 지난 28일 인천문화회관 건물 내 인천시지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 어떤 일을 했고,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묻자, 김 지회장은 한참 설명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왕성한 활동이었다.

엄앵란·고두심도 임해사진촬영대회 모델 출신

우리나라에서 사진을 처음 촬영한 곳이 인천 앞바다라고 한다. 1871년 5월, 미국 아시아함대 사령관 로저스가 군함 5척을 인천 서구 율도에 정박했다. 미군들은 주민들을 함대에 초대했고, 주민들이 갑판에서 상투바람으로 장죽(담뱃대)을 물고 미국 신문이나 맥주병을 안고 찍힌 사진이 최초의 사진이며, 그 사진은 미 국무성에 보관돼있다.
김재업 한국사진작가협회 인천시지회장
 김재업 한국사진작가협회 인천시지회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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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에 인천 중구 중앙동에 일본인이 경영하는 사진관이 생겼고, 1941년 광영회(光影會)라는 사진서클이 생기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46년 제물포 사진동지회가 결성됐다.

1949년 인천 사진단체의 모체가 된 '은영회'가 조직됐지만, 한국전쟁으로 활동이 미미했다. 전쟁이 끝나고 1957년 은영회 주관으로 1회 전국임해(臨海)사진촬영대회(아래 임해대회)를 작약도에서 개최했다. 임해대회는 대회의 이름에 맞게 지금도 바다 가까이에 있는 장소나 섬에서 매해 열린다.

"올해가 60회예요. 이 대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촬영대회입니다. 초창기에는 미군도 참여했습니다. 팔미도에서도 하고 송도가 해수욕장이었을 때는 그곳에서도 하고 월미도에서도 했죠. 지난해에는 아라뱃길에서 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임해대회엔 모델로 당시 최고의 인기스타들이 참여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엄앵란과 고두심도 이 대회 모델 출신이란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예술사진작가들 또한 대부분 임해대회 입상 경력이 있다.

그밖에도 1983년에 시작한 전국제물포사진대전이 있다. 사진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곳이 제물포라는 의미를 담아 정부의 지방문화 육성정책으로 시작됐다. 대상이 국전(國展)과 같은 대통령상인데, 올해 34회로 10월에 열린다. 임해대회나 제물포대전은 인천이 아닌 전국 대회이고 매해 출품작이 1000개가 넘는단다.

50년 역사의 학생사진촬영대회, 지난해 중단

"올해 25회째인 인천광역시사진대전은 5월에 진행합니다.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주소지 또는 본적지를 인천에 둔 사람에 한해 출품할 수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 수상하면 점수를 받는데, 15점 이상이면 추천작가, 추천작가로 5년 이상 (전시)활동하면 초대작가가 되고, 초대작가는 전국 사진대회 심사위원 자격이 주어지기에 인천사진대전은 중요합니다."

11회 인천사진공모전은 3월에 행사를 치렀고, 25회 세미누드사진촬영대회는 5월 29일, 77회 인천시사진작가협회 회원전과 29회 인천사진연합전, 34회 전국제물포사진대전과 전국 사진 강좌는 10월 28일에 '2016 인천 포토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전시실과 국제회의실에서 펼쳐진다. 인천사진연합전은 인천에서 사진에 관심 있는 아마추어나 전문가 모두 참가하는 행사다.

사업이 많은데도 지난해부터 시작한 대회가 있다. 아라뱃길 전국사진공모전이다. 올해로 2회인 이 대회는 아라뱃길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하고 있다. 섬이 많은 옹진군의 관광지 개발 등의 목적을 담은 옹진사계전국사진공모전도 지난해부터 했다.

이 많은 활동을 하려면 재정도 만만치 않겠다는 말에, 임해대회나 제물포대전 때 인천시 문예진흥기금 일부를 지원받는 것 말고는 외부 지원이 없단다. 나머지는 대회 출품료로 운영하며, 작년까지 50년간 진행하고 중단한 전국인천학생사진촬영대회는 후학 양성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그동안 인천지회 회원들의 회비로 치렀다.

인터뷰 내용을 옆에서 듣고 있던 조선일 인천지회 사무국장이 학생사진촬영대회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교육이나 재능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요. 그런데 학교에서 성적 위주의 교육만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학생촬영대회를 경시해요. 홍보 협조도 잘 안 됩니다. 학생사진촬영대회는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대회입니다. 그동안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해왔어요. 인천시나 교육계에 지원금을 요청했는데, 전혀 없습니다. 지회 차원에서도 더 이상 할 수가 없어서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사진은 그곳에 가야만 찍을 수 있다
   
2014년 여름, 제58회 전국임해사진촬영대회가 월미도에서 열렸다. 모델과 수상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2014년 여름, 제58회 전국임해사진촬영대회가 월미도에서 열렸다. 모델과 수상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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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태어난 김 지회장은 인천에 정착한 지 40년이 넘었다. 20대 중반에 형이 갖고 있던 일본산 캐논 카메라에 재미 들려 서울에서 '포토뉴스'라는 동아리 활동으로 사진을 시작했다.

"그때는 카메라가 대중화가 안 돼 카메라도 비쌌고, 디지털이 아니라 필름을 사야했는데 그것도 비쌌죠. 현상과 인화도 해야 해, 고급 취미였습니다. 찍으러 가려면 자동차도 필요해서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의 매력에 빠진 김 지회장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사진의 매력은 뭘까?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도 합니다. 다른 예술과 달리 그 자리에서 그 시간에 꼭 찍어야하죠. 사진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요. 여명이나 일출, 일몰 때의 사진을 아무리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미술이라도 사진을 따라갈 수 없어요. 다른 예술은 상상으로 가능한데, 사진은 그 시간, 그 곳에 가야지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보통 새벽에 나가 앵글을 맞춰놓고 여명이 시작되는 빛깔을 찍는 경우가 많아요. 부지런해야만 가능한 예술입니다."

마음에 드는 한 컷을 찍기 위해 셀 수 없이 같은 곳을 가기도 하지만 사진 찍는 데 몰두하다보면 쌓인 스트레스도 풀리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도 해 사진을 그만 둘 수 없단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나 화소가 높은 핸드폰의 발달로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데에 대한 장단점을 물었다.

"사진은 실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예술입니다. 예술이나 상업적인 목적도 있고, 기록이나 역사 보존을 하는 데도 중요하고요. 사진의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정년퇴직 후 취미로 등산을 하다가도 좋은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습니다. 미술을 하는 사람도 사진을 찍어요. 모든 취미활동에 사진이 동원되는 거죠. 그런데 프로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디지털이니까 사진을 쉽게 찍고 지워버리는 게 안타깝습니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기 전후에 토론을 많이 했어요. 좋은 사진을 찍게 실기나 이론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1월까지가 임기인 김 지회장에게 마지막으로 인천지회의 계획을 물었다.

"중국의 천진과 24년째 한중 국제사진교류전을 하고 있습니다. 격년으로 왕래하면서 민간차원의 교류를 합니다. 인천시가 지난해부터 중국 산동성에 있는 위해 지역과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경제와 산업,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하는데 사진도 예술분야로 교류하면서 경제협력을 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과 교류가 이어지면서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이익이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 사진을 주로 찍는다는 김 지회장은 내년 중순께 개인전도 준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김재업, #한국사진작가협회 인천지회, #전국임해사진촬영대회, #제물포사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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