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한민국 헌법공포 기념우표.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발행된 첫 우표다.
 대한민국 헌법공포 기념우표.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발행된 첫 우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우표 하나 때문에 외교 갈등을 빚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 있었던 일이다. 1954년 9월이었다. 일본 정부는 총리 주재 각료회의에서 특정 우편물 수령을 거부하기로 했다. 여기서 '특정 우편물'은 한국에서 오는 우편물 가운데 '독도의 풍경을 담은 우표'를 붙인 것을 가리킨다.

이 결정에 따라 일본 정부는 독도 풍경을 담은 우표가 붙은 우편물을 골라서 다시 돌려보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우편물이 우표 때문에 반송돼 온 것이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가 과민반응을 보인 독도 풍경을 담은 우표는 모두 3종. 2환과 5환, 10환짜리 우표였다. 태극 문양에 '대한민국우정'이란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우표는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입증하는, 하나의 증명서 역할을 한 셈이다. 우표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독도 풍경을 담은 우표. 일본의 우편물 수령 거부와 반송 사태를 불러일으킨 우표다.
 독도 풍경을 담은 우표. 일본의 우편물 수령 거부와 반송 사태를 불러일으킨 우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우표를 상징하는 포토존이 설치돼 있는 우표박물관. 우표의 이미지인 '작은 네모 안의 큰 세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표를 상징하는 포토존이 설치돼 있는 우표박물관. 우표의 이미지인 '작은 네모 안의 큰 세상'을 나타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우표에는 이처럼 역사가 담겨 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도 우표에서 엿볼 수 있다. 자연과 풍경도 묘사돼 있다. 나라의 각종 기념일과 국제대회 개최 현황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조그마한 네모 안에 들어있는 '큰 세상'이다. 우표는 또 공간예술의 결정체다. 작은 공간에 메시지를 압축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는 우표는 1840년 5월 6일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로랜드 힐(1795∼1879)에 의해서다. 영국 여왕의 즉위식 기념메달을 소재로 디자인한 우표였다.

국내 최초의 우표는 언제부터 쓰였을까?

일본에 의뢰해 인쇄한 문위우표. 잠시 유통되다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일본에 의뢰해 인쇄한 문위우표. 잠시 유통되다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햇빛을 보지 못한 문위우표 3종. 갑신정변 실패로 우정총국이 폐쇄되면서 사라졌다.
 햇빛을 보지 못한 문위우표 3종. 갑신정변 실패로 우정총국이 폐쇄되면서 사라졌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우리의 우표는 세계 최초의 우표가 나온 지 44년 만인 1884년 11월 첫선을 보였다. 홍영식(1855~1884)에 의해서다. 고종은 홍영식을 우정총판에 임명하고 우편제도의 창설을 칙명으로 내렸다. 그해 4월 22일이었다. 오늘날 기념하는 '정보통신의 날'이 여기에 기인하고 있다.

우정총판에서 처음 발행한 우표는 문위우표(文位郵票)였다. 5문과 10문, 25문, 50문, 100문 5종이었다. 인쇄는 일본의 대장성에 의뢰했다. 디자인은 태극 문양이었다. 하지만 일본 대장성은 의뢰받은 본래의 문양 대신, 전혀 다른 도안으로 바꿔버렸다.

문위우표는 5문, 10문 짜리만 일부 유통됐다. 2종의 우표는 우정총국 개국 전에 도착했다. 하지만 뒤늦게 들어온 나머지 3종의 문위우표는 사용되지 못했다. 그해 12월 4일 일어난 갑신정변의 실패로 우정총국이 폐쇄된 탓이다.

국회 개원기념 우표. 1948년 5월 31일 개원한 국회를 기념해 7월 1일 발행됐다.
 국회 개원기념 우표. 1948년 5월 31일 개원한 국회를 기념해 7월 1일 발행됐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우표. 우표박물관에서 만나는 수많은 우표 가운데 하나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우표. 우표박물관에서 만나는 수많은 우표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는 1946년 5월 1일 나왔다. 그해 8월에 발매된 광복 1주년 기념우표다. 봉황과 태극 문양으로 디자인됐다. 1948년 7월 1일엔 국회 개원(5월 31일) 기념우표가 나왔다. 가격은 4원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우표가 발행된 것은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8월 1일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한 우표였다. 가격이 10원이었다. 그해 8월 5일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취임을 기념하는 우표도 나왔다. 5원이었다. 8월 15일엔 정부수립 기념우표가 나왔다. 이도 마찬가지로 5원이었다.

이곳에는 '1년뒤 배달되는 우체통'이 있다

'우표는 살아있다' 특별전을 보는 관람객들. 5월 5일 담양 우표박물관이다.
 '우표는 살아있다' 특별전을 보는 관람객들. 5월 5일 담양 우표박물관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진하 우표박물관장이 옛 우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표박물관은 전라남도 담양에 있다.
 이진하 우표박물관장이 옛 우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표박물관은 전라남도 담양에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우표의 모든 것을 보고,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우표박물관이다. 문위우표에서부터 헌법공포 기념우표까지 다 있다. 한글반포 500주년 기념우표도 있다. 서울올림픽, 광주유니버시아드 등 국제대회 기념우표도 볼 수 있다.

우표박물관은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에 있다. 민간인이 만든 최초의 우표박물관이다. 주인공은 나상국·이진하씨 부부다. 오래 전부터 우표를 모아온 이들이 지난해 문을 열었다. 그 동안 수백 권의 우표집을 보관만 하고 있기에 아까웠다는 이유다.

이 우표박물관에서는 손편지도 써볼 수 있다. '바로 배달되는 우체통'과 '1년 뒤에 배달되는 우체통'이 따로 있다. 최근에는 한국우편사업진흥원과 함께 '우표는 살아있다' 특별전을 열고 있다. 담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대나무축제를 기념해서다.

우표박물관이 살아있다. 우표에는 나라의 역사는 물론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까지 다 들어있다.
 우표박물관이 살아있다. 우표에는 나라의 역사는 물론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까지 다 들어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우표, #우표박물관, #이진하, #나상국, #우표는살아있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