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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즐기는 장이다.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는 장치다. 또한 축제를 통해 즐기고 느끼면서 알게 하는 '배움의 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거북선 축제도 보여주면서 배우게 하려는 '인문학 코드'가 있다.

거북선축제의 핵심은 전야제인 '통제영 길놀이'라고 말한다. 통제영 길놀이는 임진왜란 전란사 및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역동성 있게 표현한 스토리가 있는 '로드 연출물'이면서, 당시 상황을 '퍼포먼스로 펼치는 역사물'이기도 하다. 올해 다양한 연령층에서 5천 명 가량이 참여한다.

여수거북선축제는 50주년을 맞으면서 '지천명의 귀향'을 내세운 주제의 '코드'가 이 행렬의 한 부분에서 표현이 된다. 오늘(6일) 오후 7시에 통제영 길놀이 초반부에 등장하는 '영교'를 눈여겨 보자.





2015년 통제영길놀이 <영거>행렬. 취타대에 이어 뒤에는 이순신장군 영정을 모신 영거가 보인다. 올해는 군악대 다음에 영거행렬에 이어 '영교'행렬이 처음 등장한다. 그 영교에는 칠천량전투 희생자중 전라좌수영 출신 1천위의 위패를 모셨다.
 2015년 통제영길놀이 <영거>행렬. 취타대에 이어 뒤에는 이순신장군 영정을 모신 영거가 보인다. 올해는 군악대 다음에 영거행렬에 이어 '영교'행렬이 처음 등장한다. 그 영교에는 칠천량전투 희생자중 전라좌수영 출신 1천위의 위패를 모셨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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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행렬에 이어서 본 행렬이 있는데, 본 행렬 선도차에 이은 군악대가 등장하고 바로 영거와 영교가 등장한다. 영거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수레다. 그 다음이 '영교'다. 이 수레는 고향으로 돌아오신(귀향) 위패를 모신 수레다. 

칠천량해전은 조선해전사에 가장 불명예스런 치욕의 해전이었다. 1597년 정유년 7월 이순신이 떠난 자리에 원균이 이끈 수군들은 초반에 승리도 하지만, 결국 패하면서 가덕도 거쳐 거제도의 칠천항구로 피신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수륙 양방향 공격을 당한다. 육지로 피신하다 원균도 전사했으니 바다의 수군들은 그 피해가 얼마나 컸겠는가?  <불멸의 이순신>드라마 장면들이 아직도 오버랩 된다.

우리는 수군을 대거 잃어야 했다. 무려 2만 명의 수군이 전사, 침몰, 실종당했다. 거북선도 세 척을 잃었다. 이때 남은 배가 불과 몇 척. 주변 배를 모아보니 12척이었다. 여기서 나온 유명한 말이 아직도 회자된다. 백의종군 후 돌아온 이순신 장군의 말이다.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자산공원에 있는 무명수군탑인 '임진난 호국 수군 위령탑'
 자산공원에 있는 무명수군탑인 '임진난 호국 수군 위령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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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칠천량전투 희생자에 전라좌수영 수군들이 있었다. 몇 명이었을까? 당시 수군 편제나 지원시스템등의 유추로 추측할 수 밖에 없다. 추측해서 1천명으로 잡았고, 그 분들을 축제 50주년에 위패로나마 고향으로 모셨다.

당시 해당 수영에서는 희생자를 기리고 위무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향에서는 처음이다. 가장 처참하게 당한 최악의 조선해전 희생자들이 축제 50년 만에 '귀향'한 것이다(지천명의 귀향).

또 하나, '지천명의 귀향'을 빛내줄 '코드'를 또 배치했다. 축제위원회에서는 올해 50세인 출향 인사 50명을 50주년 행사에 축제에 참여하도록 기획했다. 그러나 50대라는 연령대가 갖는 여러 제약으로, 규모있게 체계적으로 참가는 어려웠다. 일부만 참여하여서 기획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6일 오전 비오는 가운데 여수의 라이온스 클럽에서 주관한 임진난호국수군위령탑 참배
 6일 오전 비오는 가운데 여수의 라이온스 클럽에서 주관한 임진난호국수군위령탑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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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으려는 '코드'를 살리는 의미있는 곳이 또 있다. 자산공원이다. 축제 당일 언제나처럼 충민사에서 고유제를 지낸 후 자산공원으로 이동하여 이순신 장군 동상 참배에 이어 '무명수군위령탑'참배를 한다. 이번에도 오늘(6일) 오전10시30경에 위령탑 참배를 했다. 올해의 참배는 '영교'에 모셔질 위패가 통제영 길놀이에 등장하니 '무명'이 좀더 구체화 되었다고나 할까. 

위패를 모시고 이렇게 행렬에 참가하는 것은 일종의 '신유(神遊)'다. 영혼을 달래고 놀게 하는 것이다. 제 50회 거북선 축제는 그분들도 놀고(神遊), 우리 또한 즐겁게 노는 축제다.

즐기는 가운데 작은 장치로 마련된 이런 '코드'를 챙겨보는 일 또한 유익하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역사와 문화를 보는 눈이 높아지고, 축제와 함께 즐기는 인문학의 '코드'가 훨씬 더 풍성해지리라.
축제를 앞두고 6일 오전 거북선축제 관계자들 이순신장군 동상에 참배를 하고 있다.
 축제를 앞두고 6일 오전 거북선축제 관계자들 이순신장군 동상에 참배를 하고 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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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여수거북선축제, #지천명의 귀향, #통제영 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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