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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부모들은 고민이다. 어린이날에는 어디를 갈지? 또 어버이날에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갈만한 곳은 어디가 좋을지 말이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어린이날은 아들을 데리고 특별히 갈 곳이 생겼다. 바로 '2016 여수범선축제장'이다. 영화 캐리비안베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대형 범선이 위용을 자랑하는 여수범선축제가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여수신항(엑스포 부두)에서 개최되어 관광객들의 승선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에 내심 기대가 컸다.

여수신항에서 펼쳐지는 2016 여수범선축제장 푯말이 보인다.
 여수신항에서 펼쳐지는 2016 여수범선축제장 푯말이 보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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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범선축제추진위원회는 축제를 앞두고 러시아 초대형 범선 '팔라다호'가 2일 여수신항에 입항한 데 이어, 국내 유일의 범선 코리아나호와 크고 작은 국내외 범선 13척이 입항을 마무리했다고 3일 발표했다. 특히 5000톤급 구축함인 '충무공 이순신함'도 입항해 축제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는 소식에 아들은 이번 기회에 팔라다호와 이순신함을 꼭 타야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영화 '캐리비안베이 해적' 앞세워 홍보만 요란

팔라다호 선실에 붙어있는 사진
 팔라다호 선실에 붙어있는 사진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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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수범선축제에 참가한 범선들의 모습
 2016년 여수범선축제에 참가한 범선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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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다호 선실에서 모여있는 러시아 해양대학생들의 모습
 팔라다호 선실에서 모여있는 러시아 해양대학생들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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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걸음을 재촉했다. 마침내 박람회장을 지나 엠블호텔이 있는 신항 부두에 다다랐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황당하다는듯 아들이 말했다.

"아빠, 범선 1척 있으면서 웬 범선축제예요, 이순신함은 어딨죠?"

범선이 세워진 부두에는 대형 범선이 1척만 보였다. 크기에 따라 A, B, C급으로 나뉘는 범선인데 범선축제장엔 A Class 급은 2987톤인 팔라다호 1척 뿐이었다. 우리가 간 시간대에 팔라다호를 제외한 나머지 범선은 퍼레이드를 마치고 뒤늦게 부두에 입항 중이었다. 입항한 범선들은 B Class급 범선인 여수선적 코리아나호(135톤)와 C Class급인 13톤급 션샤인호를 비롯한 자잘한 범선(요트)들이 전부였다.

정작 기대를 모았던 대형 범선들은 보이지 않아 행사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범선에 문제가 생겨 조선소에 들어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조선소에 갔다는 답변도 믿을 수 없거니와 나중에 검색해보니 타 대형범선들이 입항했다는 언론보도는 찾을 수 없었다. 행사장에는 구축함 이순신함도 나타나지 않았다. '황당' 그 자체였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들만의 축제로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나마 남는 건 '오바마 아이스'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기금마련을 위해 문수종합복지관 복지사 선생님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기금마련을 위해 문수종합복지관 복지사 선생님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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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로 휴가 오면 꼭 먹고 간다고 유명해진 하와이안 아이스를 먹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로 휴가 오면 꼭 먹고 간다고 유명해진 하와이안 아이스를 먹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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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아들과 함께 팔라다호에 승선했다.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선상을 둘러봤다. 팔라다호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00명의 학생 그리고 해양을 가르치는 교수와 승무원 포함 49명이 6일간 항해 끝에 여수에 입항했다. 러시아 해양대학생들이 지내는 침실 그리고 수업을 하는 강의실도 살펴봤다.

서울에서 범선축제를 보러온 관광객 나일정(40세)씨는 대형범선이 1척만 있어 범선축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면서 "오늘 같은 날 각국에 있는 범선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되어 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털어놨다.

범선에서 하선 후 돌아오는 길에 눈에띄는 노점을 발견했다. 문수종합복지관 복지사 선생님들이 휴일 날 집에도 못 가고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기금마련을 위해 범선축제장 앞에서 음료를 팔고 있었다.

특히 '하와이안 아이스'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로 휴가 오면 꼭 먹고 간다고 유명해진 하와이안 아이스는 일명 오바마 아이스로 불린단다. 레인보우, 베리베리, 블루하와이 3가지의 맛을 고르는 아이들이 신나 보였다. 우리도 긴 줄을 기다린 끝에 맛을 봤다. 그나마 오바마 아이스 탓에 범선축제의 '쓴맛을' 말끔히 달래줬다

이번 어린이날은 초라한 범선축제 때문에 우울한 날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해 1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의 도시 미항 여수가 이렇게 허술하게 축제를 하다니...

"미항 여수의 클래스는 과연 이것밖에 안 되는 거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2016여수범선축제, #팔라디호,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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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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